슬로우 워크, 칼 뉴포트
‘바쁘다 바빠’
나는 매일을 일을 ‘쳐 내려’ 가며 살고 있다. 그게 마음이 편한 쪽이다. 그런데 일을 쳐내려 가기만 하다 보니 진득하니 일에 붙어서 노력하는 일이 점점 더 불편해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해서 진득하니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나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핥기식으로 그냥 일을 해나가다가는 내게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고민하다가 만난 책이 바로 ‘슬로 워크’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원래 공장 노동에 따르는 육체 피로를 제한하려고 정한 주 40시간 노동을 똑같이 적용해 사무실 건물에 모여서 일하게 됐다. 수신메일함을 무시할 때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진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내면화된 압박감을 경험하거나, 상사가 근처에 있을 때 ‘바쁜 척’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기울인 노력이 곧장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시간의 업무는 불안을 유발하는 근원이 된다. 머리를 싸매고 대담한 신규 전략을 짜기보다는 이메일에 답장을 쓰고 전화를 빨리 받는 편이 안전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딱 이 상태였던 것 같다. 누가 보면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겠지만, 그 선에서 큰 발전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바빠지기만 할 뿐 집중해서 일할 여유라는 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이게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일터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 주어서 ‘어쩐지!’ 하는 깨달음이 왔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CBS 방송국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건 장시간 앉아있는 사원들이 아니라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덤벼든 남다른 창의력의 소유자가 기울인 집요한 노력’ (CSI라고 하는 과학드라마)이라고. 그래서 진정한 생산성은 꽤나 느린 속도에서 마법처럼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느리게 하지만 생산성 있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글쓴이는 어느 정도 업무 자율성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이 적용되기 좋다는 말을 사전고지한다. 나는 누군가가 업무를 지시하면 이를 따라야만 하는 직장인이므로 이 책을 통한 목표를 조금 낮게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첫 번째 방법은 이것이다.
업무량을 줄인다
그러려면 꾀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진행 중인 업무가 있다면 이를 목록으로 만들고, 필요시간을 적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굵직한 일들 중 최대 3개만 진행 중인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보류한다. 만약 추가 업무 요청이 들어온다면 지금 이런이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니 이 일을 하고 나서 진행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을 해 주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일을 제대로 마친 이후에 다른 일로 넘어가는 pull전략도 적용 가능하다. 그리고 이 리스트를 매주 한번 정도는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
또한 중요하지 않은 일,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중요한 일들은 하루에 하나씩만 집중해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그리고 가능하다면 장소까지) 주기적으로 정해두고 하면 가장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한다.
회의도 그렇다. 가능하다면 회의나 연락이 가능한 시간을 정해두고 진행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나는 회사원이므로 이 부분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가 사용한 방법, 즉 회의를 해서 내 개인 업무시간을 뺏겼다면 딱 그만큼 다른 날에 개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대체를 하기로 했다. 또한 타 부서에서 내게 뭔가를 요청할 만한 일이 있다면 전화나 메신저가 아니라 어떠한 형식을 갖춘 방식으로 요청을 하게끔 만든다면 내가 업무를 하면서 파약해야 하는 것들이 줄어 훨씬 일이 줄어들게 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은 만약 공통업무를 맡아야 한다면, 그 일을 통해 잡무가 생성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일을 택하라고 알려준다.
두 번째 방법은 이것이다.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가장 중요한 일을 서둘러하지 말자. 탁월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집중도를 조절하며 지속 가능한 일정에 따라 추진하도록 하자.
여기서 내가 약간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업무 소요시일을 두 배로 늘리라는 것이다. 애초에 세웠던 업무 소요시간은 현실적이지도 않았다면서, 저자는 오히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일하라고 독려한다.
또한 인간은 계절성을 지녔다면서 바쁘게 일하는 시즌이 있었다면 조금 쉬어가는 슬로 시즌을 의도적으로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직장인인 나에게는 연휴나 여름휴가, 연말시즌 등이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일 것 같다. 그 시간에는 의도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마무리해 두고, 신규 프로젝트는 임의적으로 보류해 두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일을 한다면 집보다는 익숙한 물건이 적은 외부에서 살짝 색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재택을 할 때 집에서 하기보단 카페나 스터디카페, 도서관 등의 장소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방법은 이것이다.
퀄리티에 집착한다.
단기적으로 기회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퀄리티에 집착하자. 이런 결과의 가치를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욱더 큰 자유를 누리도록 하자.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핵심 업무는 한 두 가지가 있다. 회사원인 나에게는 ‘성과를 내는 일’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에 대해 최대한의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탁월함을 이해하는 시간, 즉 취향을 길러내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보는 것, 모임에 참석하는 것, 강연이나 세미나를 듣는 것이 그 활동들의 예시다.
자신의 업무분야가 아닌 다른 업무분야에 대하여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영감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노트나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고급 도구를 쓰는 그 자체의 효율성보다도 내가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마음자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완벽주의로는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내가 관심을 가질 정도의 취향을 지닌 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하되, 걸작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 자신에게 내기를 걸자고 한다. 즉 자유시간을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몰빵 한다던가, 심지어 돈을 버는 일까지도 줄여서 내가 집중해야 할 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성급하게 직장을 그만두지는 말고, 사람들이 기꺼이 내 일에 돈을 지불하고, 그 일이 반복될 때 그만두라고 당부한다. 일정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투자를 받는 일도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