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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Nov 13. 2023

고통을 받아들이니 감사한 것들이 눈에 들어와

감사노트는 어떻게 쓰는 거지?

감사 노트 쓰기 모임을 가입했고 오늘이 첫날이다. 감사노트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고 앞으로 기대된다. 설마 자랑질과 염장질로 점철되는 것은 아니겠지. 관점을 변화시켜야지 삶이 변화한다는 생각에 가입하긴 했는데 신박한 인사이트와 선한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감사하려고 마음먹으면 끝도 없고 부족한 것을 보려고 마음먹으면 또한 넘쳐 난다. 행복 전도사나 유명한 코미디언이 건강을 잃고 육체적 고통에 굴복하여 자살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감사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감사’라는 것에 약간은 회의적이 된다.

하지만 주변에 며느리에게 너무나 의지하여 근무 도중에도 전화를 수시로 거시는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면서도 가방 만드는 취미 활동으로 직접 만드신 것을 선물하시고 관심 있는 직원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 줄 정도로 활기 넘치게 사시는 분이 있다. 무엇보다 함께 있으면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삶의 관점의 전환 즉 ‘감사’의 중요성이 마음에 와닿는다.

 

감사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건강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할 일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등 나에게 가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족하는 자세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서 행복해지기 위해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닥친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기다. 직장 생활하면서 견디기 힘든 직장동료를 만난 적이 있다. 대화의 주된 내용이 남의 험담이나 불평불만이라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소소하게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해서 가끔은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싸울 만큼 큰 문제도 아니고 대체로 친절해서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가끔 심하게 힘들 때는 주말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우울해지곤 했다. 한편으론 나하고 별로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왜 이리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직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한두 명씩 있는 게 당연한 거였다. 엄청 운이 좋아 한 사무실 직원들이 대체로 좋을 때도 가끔 있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 정도 힘든 사람은 여럿 등장했다. 랜덤으로 강제로 만난 인간관계가 다 마음에 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현재의 고통이 재수 없이 나한테 닥친 불행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상시적으로 생기는 문제라고 인정하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의 행복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보다 나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나에게도 힘든 상황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가 나에게는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나의 고통을 인정하는 순간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책에서 사람과 사람 관계는 화학작용이라고 했다. 만났을 때 자동으로 발생하는 이 작용은 이성으로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누가 싫고 좋고 만났을 때 불편하고 편하고 가 몸에서 반응이 오면 그것은 진실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나면 안 좋은 화학작용이 생기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자 만나서 좋은 화학작용이 생기는 가족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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