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국 기업은 결국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가
| 중국 탈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아왔다.
투자는 자본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노하우, 인력과 경영 방식이 함께 유입된다.
“양말 하나를 팔아도 14억 켤레를 팔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단순한 기대 속에서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늘날 상당수의 외국 기업들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 글은 지금 중국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나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사한 기업을 만들고, 규모를 키워왔다.
이제 중국 로컬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의 입지뿐만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을 주고 기술을 받는다’는 중국의 전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실행되었고,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협력자나 하청업체가 아니라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
| 중국이라는 늪
중국 시장에서 과당 경쟁, 빠른 기술 확산, 원가 중심의 가격 경쟁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구조 속에서 외국 기업은 비슷한 제품을 비싸게 파는 회사로 전략하고, 커진 그들의 시장 장악력 앞에 점점 가격 수용자로 밀려난다.
그렇다면 외국 기업은 결국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 당신이 독보적인 브랜드, 독점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중국에서 단순 제조업, 서비스 업체가 기존의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지속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경쟁업체들은 외국 기업이 가진 기술, 인력, 운영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한다. 그리고 외국 기업의 공장 인근에 유사한 설비를 갖춘 공장을 세운다. 비슷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시장에 공급하며, 먼저 범용 제품 시장을 장악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노리는 대상은 외국 기업이 어렵게 지켜온 고급 제품 시장이다. 당신은 당신의 고급 시장을 계속 지킬 수 있는가. 그들과의 원가 차이를 극복할 만큼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중국 기업의 빠른 학습과 저원가를 내세운 규모 확장, 외국 기업 수익성 악화로 철수 고려한다.
이 과정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산업에서 유사한 일이 반복되었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중국 시장을 주도하던 독일·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과거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BYD는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외국계 자동차사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다음 차례는 어느 산업인가? 그리고 그 주인공은 누구인가?
| 철수, 가치를 지키는 결정
기업은 생물과 같다. 투자를 한 뒤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략은 없다. 사업이 잘되면 확대하고, 필요하면 제휴를 선택하며, 여건이 악화되면 축소하거나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공간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면 철수 역시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다.
타이밍과 방식만 적절하다면, 철수는 손실이 아니라 오히려 가치를 지키는 결정이 될 수 있다.
| 오해 1 : "내가 더 잘했었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기업들은 적절한 시점에 중국 시장에서 나오지 못한다. 이유 중 하나는 철수를 곧 실패의 증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 잘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자책, 고위 경영진의 질책에 대한 두려움이 결정을 늦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신이 못해서 진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 기업의 강점이 오래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법은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 법이 모호할수록 외자기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중국 로컬기업들은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한국, 미국, 유럽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방법으로 원가를 낮춘다. 중국 민영기업은 자체적인 관계망(꽌시)을 통해, 국유기업은 당 조직을 통해 ‘융통성’을 발취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 오해 2 : "좀 더 버텼었다면.."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지 않을까?”
과연 그럴까.
될 사업이라면 초기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중국 경쟁업체들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데, 본사는 여전히 토론 중이다. 이때 가장 큰 위험은 적자가 아니라 결정의 지연이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기업 가치는 낮아진다. 이익잉여금은 결손금으로 전환되고, 자본은 잠식된다. 시간이 없다. 결정해야 한다.
| 최악을 피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사업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바로 청산이다.
청산은 직원에게, 국가에게, 채권자에게 자산을 분배하고 난 뒤 남은 것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과 희생이 그렇게 마무리된다.
반대로 적시에,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 철수는 가치를 지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더 이상 고성장 시장이 아니다.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경쟁 시장이며, 중국 기업들은 협력자가 아니라 정면으로 경쟁하는 상대다.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적자로 전환되기 전에, 회사가 아직 매력을 갖고 있을 때,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그 많은 고생을 했음에도, 마지막에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 마무리 및 다음 글
이 글은 중국 사업 철수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선택이 전략이 되는 순간이 있으며,
그 결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