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4
늘 뭔가를 잃어버리고, 잊고 나와 집에 한두 번씩 더 다녀오는 것이 기본값이었던 인생을 여전히 살고 있다.
물건을 빠뜨리거나 기억에서 놓치는 일은 피곤하다.
나갈 때 두어 번씩 체크도 해보지만 꼭 뭐 하나는 빠진다.
그렇다고 아주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없으면 없는 대로 대응하거나, 시간을 넉넉히 두고 움직이면대부분 해결된다.
그래서인지, 잃어버리고 잊는 게 아주 나쁘고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게 됐다.
작년에 첫째 아이가 예상치 못한 증상을 겪으면서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그 이후로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게 되었다. 수학 진도에 대한 조급함도 잊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던 마음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원래는 분명히 가지고 있던 마음인데, 흘려보내고 나니 지금은 그냥 ‘가지고 있는 만큼만 잘 자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최근에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이것도 '잊는 편이 더 좋은 것'에 속한다.
잘 쓰고 싶은 마음. 읽힐 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들. 그 묵직한 마음으로는 손가락이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다정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가벼운 마음이 든다.
가령 이런 문장 때문이다.
"그냥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쪽지 정도로 생각하며"
"다섯 줄을 목표로 써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잊기로 했다. 그냥 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글쓰기이지 않나. 하고 싶은 내 마음에만 집중하자.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하다 보면 그 안에 채워지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간직해야 좋은 마음도 있지만, 잊어야 좋은 마음도 있다.
잊고 비워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삶을 가볍게 만들어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