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by 양진건

낮잠


그대 낮잠은

손에 쥔 안경이 떨어져

놀라 깨는 토막잠이 아니

점심 한숨 푹 빠지는

오침이 아니

더더욱, 자고 일어나니

마음 좋지 않은 더러운 잠이 아니니

까마귀 나는 동안

소나무 아래 긴 의자에 홀로

푹 수그린채 슬퍼하는 잠이니

작열의 햇빛 아래서

그대,

슬픔의 복이 있어

끝내 위로를 받을 것이니

아, 혼곤하여라


낮잠 / 변시지


<"폭풍의 화가"라 불리는 변시지는 1926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 조선인 최초로 일전(日展)에 입선하였으며, 1948년 일본의 최고 중앙화단인 광풍회의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1957년 한국에 돌아와 서라벌 예술대, 한양대 등에서 가르쳤으며, 1975년에 제주대학교로 옮겨 작품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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