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먹구슬 나무 지나
낙수 고랑의 댓돌을 거쳐
마루 밑을 흐르던
황적색의 구렁이. 가끔
손주놈 꿈 안에 똬리를 틀면
할머닌 쌀을 뿌려
손 모아 빌며
설움도 슬픔도 아니니
기억해라 부군신령이다.
너를 키우는 대대의 조상님,
어서 커서 사람 되라고
그 분들이 살린 거라고.
할머니 돌아가시자
이 도회에선
조상이라곤 다 떠나버렸는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내 꿈을 휘감아주는
어떤 구렁이도 없다.
껍데기뿐인 나날에
진정 보고 싶으니
아, 그 구렁이.
변시지
<"폭풍의 화가"라 불리는 변시지는 1926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 조선인 최초로 일전(日展)에 입선하였으며, 1948년 일본의 최고 중앙화단인 광풍회의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1957년 한국에 돌아와 서라벌 예술대, 한양대 등에서 가르쳤으며, 1975년에 제주대학교로 옮겨 작품활동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