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망과 쉼 사이
오늘 새벽은 유독 마음이 안정되었다.
일찍 일어나 여유로와서도 아니고, 좋은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아니다.
아마도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이유,
어제 늦은 오후의 '낮잠'때문인 듯하다.
낮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새벽기상으로 치유하는 느낌이랄까...
왜 나는 낮잠을 스트레스로 생각할까?
일에 매여 살던 때에는 그저 가벼운 농담같는 질문이었는데,
살면서 점점 나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이 되었다.
몸이 아주 아플때를 제외하고는 낮잠을 자는 경우는
1년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다.
해가 환한 낮 시간에 잠을 자다가 눈을 딱 뜨면,
"아, 내가 대체 뭐한거지?" 하면서 그 때의 책망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가 싫어지는 기분.
누가 뭐랄 것도 없고, 할 일이 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징징 거리는 나에게 엄마는 "그것도 병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잠시 자고 있어난 것이 무엇이 대수길래,
나는 그렇게 못마땅 했던 것일까?
문득 < The Wild Robot>이라는 책의 주인공 로즈를 떠올렸다.
(로즈는 태영열을 에너지로 살아가는 '로봇'이다)
내가 그녀처럼 태양열을 받고 사는 사람도 아닌데, 해떴을 때 잠 좀 자는게 어때서?
하지만 이렇게 쿨~한척 한들 한 조각의 위로도 안 된다는 걸 안다.
엄마의 말처럼 이것도 마음의 병일까.
내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마음.
몸이 쉬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
마음이 나태해지려는 일종의 사인(sign)처럼 여기는 강박같은 것?
낮잠도, 이유없는 몸의 휴식도 내 삶의 일부인데,
좀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지 않까?
이름을 붙여주면 의미가 있어진다 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된다 했지.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고 잠시 기댄 몸의 일부가 유독 편안하게 느껴질때,
눈을 감으면 동그란 몸이 말랑말랑 해지는 듯한 시간.
그 시간을 "낮잠"이라 하지 말고, "쉼"이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신기하다.
이름을 붙여주니 아무런 서사도 없이 블랙홀처럼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의미있게 여겨진다.
나를 불안하게 하고, 좌책감을 가지게 하는 어두운 감정들을
꾹꾹 눌러 숨겨놓지도, 못 본 척 외면하지도 말고,
각각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한다.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내 일상에 놓이는 모든 삶의 조각들이 의미없이 버려지지 않음에 감사하게 되니,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