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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을 들이십시오

더 나아지는 나를 위해

by 소리


'늑대와 함께 춤을'... 이를 영화 제목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동시에 인디언식 이름이기도 하다.

1991년 작품이니 스토리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으나, 주인공 케빈코스트너의 멋진 연기와 이름, 상대역이었던 여주의 '주먹 쥐고 일어서'라는 이름만큼은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 이들 말고도 '많이 웃다', '머리에 부는 바람' 등과 같은 이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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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이 이름을 짓는 방식은 지금 우리 관점에서는 독특하고 흥미롭다.

자연이나 동물의 이름을 넣거나, 자신의 경험, 능력 등을 포함해서 서술식으로도 짓는다.


어렸을 땐 그저 재미있게 느끼는 정도였는데, 지금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이런 이름들이 매우 부럽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탄트 메시지>에는 호주 원주민인 '참사람 부족'의 이름 짓는 방식이 나온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주지만,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어려서 받은 이름은 어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 이들 원주민들의 관점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각자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지혜와 창조성과 삶의 목표도 더 뚜렷해진다면 당연히 그는 일생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이름을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이 부족 사람들은 많은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야기꾼' '연장 만드는 사람' '비밀 수호자' '바느질 여인' '노래 부르는 사람' 등이 그것이다.

<무탄트 메시지>, p.70



'참사람 부족' 사람들은 태어날 때 가졌던 이름으로 평생을 살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될 때마다 그에 맞는 이름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이름에 맞게 살아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中, 김춘추


아름다운 시적 표현이라기 보다는 이름에 깃든 힘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언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체성 비추어 짓는 이유일 것이다. 이름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의 삶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부르는 주문 같은 것이 아닐까?


저자는 호주 원주민들의 이런 대화를 듣게 된다.

... 그때 오늘 음악회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 준 '작곡가'가 말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인데, 난 오늘부터 내 이름을 그냥 '작곡가'에서 '위대한 작곡가'로 바꿀 거야.

그들은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이 결코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놀라운 재능을 꽃피워 그것을 남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나는 '참사람 부족'의 생각에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 자축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제껏 자타 공인, 훌륭한 '작곡가'로서 살아온 그 원주민은 자신의 이름을 '위대한 작곡가'로 바꾸는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 분명하다.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아마도 부족 내에서 가장 압도적 재능을 가진 '위대한 작곡가' 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담은 이름으로, 나의 선택으로 지어진 이름이 말이다.

.....


이 이름으로 나 자신을 불러보니 정말 내가 그러한 사람과도 같이 느껴진다.

내 일상도 그 이름에 걸맞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 생각과 행동과, 가야 할 갈이 좀 더 뾰족하게 보인다. 실망과 책망으로 깊은 우물 속에 떨어진 것만 같았던 마음이 새 이름 같은 모습으로 변하려고 한다.


좀 더 나은 모습의 나, 새로운 내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그에 맞는 이름을 지어 줄 것이고, 나를 그렇게 부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된 날을 기꺼이 자축하며 나를 위한 작은 파티를 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 자신을 토닥토닥 응원하며 인생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 북(Book) 노트

흰색 깔끔한 글쓰기 필사 노트 문서 A4 (4).png


*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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