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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28. 2020

케케묵은 버킷리스트

워킹맘 다이어리

신혼부부 4년 차인 우리 부부는 매년 겨울이 되면 ‘가족 워크숍’을 가진다. 올해도 역시 가족 워크숍을 열었다. 작년에는 조아가 어리다는 이유로, 올해는 코로나를 이유로 집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올해 가진 경험, 생각, 감정, 버킷리스트, 내년의 나에게 남기는 글까지 며칠 동안 1년을 곱씹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못 한 것이 많았지만, 한 일 또한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연말에는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오히려 코로나를 신경 쓰지 않는 날도 많았다. 못 하는 것이 많을 때일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했다. 내가 채운 버킷리스트에 성공과 실패를 동그라미 쳐본다면 실패가 훨씬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었던 버킷리스트’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올해 특히 여름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다. 올해의 책을 꼽는다면, 최희수 작가님의 ‘거울육아’다. 그 책은 무려 세달 동안 정독하고 또 정독했다. 올해의 키워드 역시 최희수 작가님의 ‘거울육아’ 책에서 나오는 단어다. ‘내면아이’.      

‘내면아이’는 한마디로 유년 시절의 자아다. 내면아이를 만나는 대부분이 우는 날 뿐이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울었다. 내면아이를 만난 3개월 후 나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 삶에 내가 쳐놓은 울타리를 없앤 것이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나다움’을 ‘나답지 않은 일’을 하면서 깨부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프레임을 가능한 한 전부 없애고 싶었다.       

달라진 생각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내게 알 수 없는 해방감과 자신감을 주었다. 내 새로운 버킷리스트에는 <자전거 타기>가 있었다. 어릴 적, 네 발 자전거 이후로 두 발 자전거를 제대로 타본 적이 살면서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자전거의 핸들을 잡고 있었다. ‘내가 정말 못 타면 어쩌지?’ 라는 마음 보다는 진짜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내가 대견해서 좋았다.      

하지만 올해 자전거 타기는 실패했다. 내가 자전거를 정말 잘 탈 수 있는지 없는지의 유무 보다, 자전거 위에 앉은 나로도 내 마음이 충분했다. 이 버킷리스트에 ‘실패’라는 단어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실패보다는 시도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누구나 마음속에 한 대씩 이런 자전거를 품고 있다. 당신 마음속에 자전거는 무엇인가? 

장장 3개월 내면아이를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3개월 내내 시도 때도 없이 울기만 했다. 이러다 정말 ‘정신과 상담 받으러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 터널 하나를 지나는 기분이었지만, 지나고 나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한마디로 ‘나를 관찰하는 해’였다. 오늘은 여러분 각자의 한해가 어땠는지 궁금하고, 또 묻고 싶어진다.      

나는 나를 관찰하는 것이 울어도 우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았고, 슬퍼해도 슬퍼하는 내 모습이 대견했다. 그냥 내가 나라서 좋았다. 어떤 문제든, 문제 속에는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는 ‘나’에 있다. 그러니 우리 계속 나를 관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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