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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31. 2020

코로나 시대의 워킹맘

워킹맘 다이어리

좀 처럼 나아질거 같지 않은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벌써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나는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하는 워킹맘이다.



회사에 나가면 일만 하면 되는 간단명료한 나의 하루가 나노 단위로 쪼개지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하루로 바뀌었다. 재택근무하면 당연히 편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면 확실히 아니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종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아니, 코로나 시대에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감사함과는 별개로 내 아이의 생존의 문제가 얽혀있다. 내가 왜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는지, 그럼에도 내가 일을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아이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그 원인은 아마 내가 될 것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일을 하기 때문'이 될 것이다. 나에겐 정말 난제다.

매일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보며, 콧 속에 콧물이 있는지를 매일 확인하며 염려한다.  그 염려 조차도 엄마인 내가 홀로 감수해야한다.

모두가 같은 불편함을 겪고 있기에, 나만 이해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 보다 회사였던 내가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이어간지 한 달이 넘었다. 회사에 다닐 땐 빨리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는데, 확실히 지금은 회사에 가고 싶다.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의 표정이 많이 시무룩해졌다. 20개월 밖에 안 되는 어린 아이도 지금의 상황이 불편한건 매 한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공원 산책을 1시간 이상 하고, 동네 놀이방에서 뛰놀던 아이의 삶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내가 그런 마음을 겪어내고 있기에, 우리 모두 힘내자! 라는 힐링 구호를 외치고 싶지는 않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불편함을 겪는 시대다. 2021년 우리의 화두는 그 불편함으로부터 시작 될 것이다. 불편함은 어떤 과정을 겪든 우리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나의 불편함은 역시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내 모든 역할과 존재를 살아내는 일이다. 집에서 회사일도 하고, 육아일도 하고, 집안일도 한다.

나의 화두는 바로 그 불편함에서 기회를 얻을 것이다. 각자의 환경과 경험에 맞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재구성할 것이다. 나의 불편함에 집중하자. 중요한 것은 그 불편함 속에서 개척해나가게 될 것이라는 거다. 삶의 변화와 의미는 항상 그 지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편함의 또 다른 이름은 변화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를 키우며, 따로 공부를 하거나 여러 프로프램에 참여 할 수 없는 한계에 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를 겪기 이전에 임신, 출산, 육아가 나에게 찾아온 불편함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불편함을 만나게 되면서 오히려 나에게는 육아와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 했던 것들을 전부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며칠 전 처음으로 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랜선모임을 가졌었다. 솔직히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직접 만난 거보다 더 가깝게 소통되는 지점도 있었다. 물론 그렇지 못 한 지점도 많았지만, 내겐 꽤 희망적이었다.

기회라고 여기면 기회가 된다. 이렇게 플랫폼의 힘을 빌리든, 이렇다 할 플랫폼이 없다면 내가 만들든, 아이디어의 힘을 빌리든, 혼자가 아닌 함께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코로나 블루, 2021년 변화를 상징하는 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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