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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벼락 Aug 14. 2024

창업도 벼락치기-테스트베드片

2017년 상반기, 실험

안녕, 나 양벼락이야.


어머어머 내 정신 좀 봐. 창업도 벼락치기 시리즈 8월 2일에 써놓고 한 달 넘도록 아무것도 안 썼어 ㅎㅎㅎㅎ 내가 이래... 이래서 이름이 양벼락이야... 약간의 변을 하자면 생리통으로 1주일, 감기로 1주일 너무 아프게 보내버리고 새로운 캐릭터 들고 지방에 출장 다녀오고 새로운 덕업일치 시리즈 기획하고 실행한답시고... 적어놓고 나니 정말 변명이다. 나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더 성의있게 더 성실하게 해볼게!


그래도 쉬는 동안 '써야되는데, 써야되는데!' 하면서 보내다보니 이번에 뭘 적을지 정하긴 했어. 퇴사를 했고, 늘지 않는 롤 실력이지만 한 달 동안 롤을 열심히 해왔다는 이야기까지 했던 것 같아. 퇴사는 2016년에 했고 2017년부터 나의 본격적인 분투가 시작되었는데, 2017년 1월 1일부터 어떤 삽질을 했는지 정리를 해볼까 해. 아 적고나니까 너무 오랜 기간 삽질만 한 것 같아서 좀 부끄럽다.


근데 뭐, 이거 어차피 나만 보는 거 같으니까 뭐, 우헤헤헤헤헤 >_<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10



2017년 상반기, 실험
원래 새해는 희망찬 거니까

놀아줘야지. 1월 3일이 첫 영업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1월 2일까지 알차게 놀 계획이었어. 롤은 끊기로 했기 때문에 아마 미드를 봤을 거 같아.


그래도 1월 1일이랍시고 2017년 대박의 기운을 기원하며 최소한의 것을 해보려고 했어. 정확히 1월 1일에 한 일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인터넷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 당시에는 스마트스토어 이름이 스토어팜이었어!) 스토어팜을 개설하려다보니 좀 막혔던 기억이 나. 나는 개인사업자만 있으면 스토어팜을 바로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업자 이름으로 찍힌 통장이 필요하고 에스크로 서비스를 가입해야 했나 그런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1월 1일, 2일은 영업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장을 만들 수도, 에스크로 서비스 가입 신청을 할 수도 없었지. 나는 '아~ 새해부터 열일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하며 남은 시간을 열심히 놀아주었어.


1월 3일이 되어서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첫 포스팅을 했어. "안녕하세요, 도브그레이입니다!"


그러고 보니 엘디프 전에 도브그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었네. "도브그레이는 따뜻하지만 차분하고, 중립적인 동시에 독립적이면서, 어느 곳에서나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색이죠-"라는 말로 포스팅을 했더라고(남사시럽다 정말.) 이 도브그레이라는 이름은 내 남동생이 지어준 이름이야. 내가 저작권으로 사업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아티스트랑 일할 노하우가 없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디자인을 해서 인테리어 액자를 팔아보겠다고 말 했더니 이런 이름을 추천해주었어. 비둘기 회색이라고 하면 좀 징그러운 느낌이었지만 영어로 하니까 괜찮은 거 같더라. 색을 찾아보니까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보이지도 않는 색이라서 나는 쏘옥 맘에 들었어. 아직은 작가 작품을 취급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 아티스트와 일하게 되면 아티스트와 그림을 빛나게 해주는 따뜻하고도 중립적인 배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


무려 도브그레이 인스타에 처음 올렸던 사진. 아 정말... 과거의 나야 왜 그랬니...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사업자금 100만원 중 40만원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간이 콩알 만한 인간이라 사업도 100만원 가지고 시작했어. 남편에게 나 100만원 쓴다! 하고서 내 개인 통장에서 사업자 통장으로 이체를 했지. 인쇄소는 어디로 할지, 액자는 어디서 떼 올지, 사이즈는 어떻게 할지, 박스는 어디서 살지, 택배는 어떻게 보낼지 밤새 롤 하면서 틈틈이 고민했던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이었어. 여담이지만 그 때 찾았던 인쇄소, 액자 공장이랑은 아직도 거래하고 있어. 초보 주제에 나름 시장 조사를 잘 했었나봐 ㅎㅎ 그렇게 초기 재고를 마련하는 데 40만원 가량을 썼어. 지금이야 한 거래처랑 한 달에 400만원도 넘게 거래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재고를 마련하는 데 40만원이라는 돈이 들었다. 귀엽지?


그러고서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내가 그림 사업을 시작했으니까 그 동안 간간이 생각났던 그림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어. 내가 어느 시청 산하 재단에서 일할 때 여러 문화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지역 축제에서 걸려있던 그림이 생각났어. 그 때는 그림이라는 것에는 전혀 관심 없었고 전시도 보러 다니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 축제에서 봤던 그림이 기묘하면서도 창의적인 느낌이 들더라고. 근데 그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그 축제에 걸려있던 작품 사진만 있는 거야. 전 직장 사람들과 여전히 친분이 있는 상태여서 그 축제 담당자 연락처 좀 알아봐달라고 하여 그 담당자 분께 작가 이름과 연락처를 여쭤보았어. 그렇게 얻게 된 연락처로 작가님께 문자를 보냈고, 나는 그 작가님의 작품을 샀어. 시간이 흘러 맥주도 같이 마시면서 말도 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 지칠 때, 갈 길을 모를 때 그 그림을 보면 이 그림을 콜렉할 때의 충동성이 생각나서 되려 힘이 나더라고.


나머지 20만원은 광고비로 써보겠다고 내버려 두었다가 이미지 스톡 구독료로 사용하게 되었어. 다행히 주문 들어오면 만들면, 팔면 수익이 남는 구조였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지도 않고 플러스가 되지도 않는 자본 잠식 상태를 한동안 유지하였다. 히히히히히히.


이은아, Depend on I, Acrylic on canvas, 31.8x40.9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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