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박 4일의 서울여행 후, 여독을 핑계로 모든 루틴을 내려놓았다.
토요일 밤에 도착해서 주말 내내 자고 또 자며 피로를 풀었다 생각했는데, 풀리라는 피로는 안 풀리고, 긴장만 풀려서 자꾸만 가라앉는 몸과 마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
짧은 여행이었으나 캐리어에서 꺼내지 못한 짐부터 정돈되지 않은 집안을 정리하는데만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렸다.
해도 해도 끝없는 집안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잠깐 신났던 여행 끝엔 도돌이표로 돌아온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여행할 때 좋았는데…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 싱크대 사이를 오가며 기계적으로 집안일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영혼은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그 어딘가에 몸을 따라오지 못한 내 영혼을 두고 온 느낌이랄까.
시차 1분도 없는 같은 나라인데, 서울과 제주. 뭍과 섬의 시차를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월요일. 아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시차적응 첫 번째 방법이 잠은 마음껏 자고, 16시간 이상의 공복이라는데, 공복 16시간을 지키지 못한 탓일까.
아이들 하교시간 전에 나도 일상으로 복귀해야 했다.
3박 4일 하루 2만 보 이상의 폭주여행 후유증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두꺼운 양말에 어그를 신은 덕에 이번 여행에선 발가락에 물집은 안 잡혔지만, 근육통이 남았고, 여행 내내 간식부터 야식까지 가리지 않고 잘 챙겨 먹은 덕에 불어난 3kg의 몸무게만큼 무거워진 몸을 재정비하고자 요가원으로 갔다. 가볍게 몸을 풀어내고 나니 좀 낫다.
여행 중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조각글 하나 써보지 못했고,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짧았던 여행을 글로 정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른 뭍과 섬의 시차적응을 마치고, 한달살이 같았던 3박 4일 ‘제주도시쥐의 서울여행’ 이야기를 써야겠다. 우선 잠 좀 더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