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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수현 Oct 11. 2021

미국에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없는 이유

부캐는 미국 엄마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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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찐 팬이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여전하다. 아무리 이역만리 떨어진 낯선 땅에 떨어져도 날 위로해줄 세 가지, 스타벅스, 도서관, 헬스장 정도만 있으면 무던히 잘 적응하고 살 수 있다고 했을까. 드라이브 쓰루 커피 한 잔이 한국에서의 출근길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면, 미국에선 지친 육아 일상에 달콤함을 선물해주는 (더블 에스프레소 샷을 먹어도 달콤한!) 생필품이 되어버렸다. 초록 초록한 사이렌 로고만 봐도 두근두근. 애정은 당연한 루틴을, 집착을 만들어낸다.


이러니 연말 다이어리 이벤트가 안 기다려질 수 있을까. 마니아들에겐 연례 당연히 행복하게 치러내야 하는 생일 같은 이벤트다. 한국에서는 늘 10월 말엽부터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벤트가 닻을 올린다. 이벤트 음료 석 잔 포함해 열일곱 잔의 커피를 마시면 내년도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것. 2008년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이 다이어리를 늘 ‘겟’ 했던 나였다. 심지어 방송사 수습기자로 경찰서 ‘마와리’를 돌던 때도 이건 ‘겟’ 했으니까.



슬프게도 미국에는 다이어리 프리퀀시 이벤트가 없다 17개가 아니라 27개를 모아야한대도 눈 딱 감고 열심히 모아 보겠는데  핼러윈과 땡스기빙 데코가 휘황찬란할지언정 다이어리의 D자도 언급이 없는 미국 별다방의 무심함에 미국 와서 살던 첫해, 참 섭섭했다. 괜한 허함에 일러스트 예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만 여러 개 구매해뒀던 날.


더하면 더했지, 이 넓은 땅에 마니아가 없을까. 스타벅스의 진짜 고향인 미국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없을 리 없는데 왜 다이어리 이벤트는 안 하는 걸까. 한국에서는 별다방뿐만 아니라 콩다방, H카페, P카페, T카페 등등 다이어리 이벤트 후발주자로 따라나서기 바쁘지 않던가. 자칭 타칭 스벅 마니아, 별다방 집착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아시안 고객으로서 이런저런 분석만 3년 차. 이제는 살포시 열어보기로 한다. 왜 이들은 다이어리 이벤트를 꺼내놓지 않는가.


포모 (FOMO) 심리에 대한
상대적 둔감성

FOMO syndrome (Fear of Missing Out). 한국에서는 '포모 증후군'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초록창 지식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 다시 말해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마음이 (두려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편해지는 거다.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스타벅스 서머 프리퀀시 이벤트 때 FOMO 현상이 꽤나 두드러졌다. 열심히 17잔의 음료를 채워서 나도 핑크색 아이스박스나 민트색 싱잉 랜턴 하나쯤 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 회사 앞에 P카페나 T카페가 있어도 굳이 한 블록 더 가는 수고를 들여 별다방으로 향해야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필요하지 않고, 간절한 아이템이 아닌데도 참여하는 게 포인트다. 다이어리 이벤트라고 다를 것 없다.


국가에 따라 명확히 FOMO의 정도를 도식화할 순 없겠다. 다만, 분명 거주하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다들 하니 나도 할래'의 심리는 높고 낮음이 종종 분명해 보인다. 미국에 3년째 살면서 자주 느낀 건 ‘self-conscious’ 정도가(남 신경 쓰는 마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 내 직장동료, 상사, 학교 친구가 17잔 이벤트 선물을 받는 데 매료돼 있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따라가는 미국 사람 (인종, 국적 상관없이 미국 거주하는 미국 스벅 소비층)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달까.


 “I like it. That’s cool!” 미국 와서 가장 자주 듣는 말들 중 하나. 예뻐 보이는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감탄해주고 배시시 미소 한번, 그리고 끝! 정말 마음에 든다면 구매처를 물어보거나 살 수 있는 방법을 조금 탐색할 수야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시적 감탄과 칭찬으로 누군가의 소비와 노력에 대한 리액션을 마친다. 포모 (FOMO) 심리를 뒷받침 삼아 굳이 따라 하려는 (그거 놓치면 큰 일 날 것 같은) 심적 부담이 ‘덜’ 생기는 문화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너는 너, 나는 나니까’, 열일곱 잔의 끈기를 이어갈 동기를 대유행처럼 이어갈 인구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다. 증정 다이어리를 내 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다해도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인 문화. (한국에선 ‘너와 나는 우리고, 너도 하면 나도 해볼까’의 문화 아니던가.)


  너는 너, 나는 나니까!

VS
너도 하면 나도 해볼까?


다이어리?
안 쓰니까 안 만들지


남편과 연애할 때의 일이다. 매해 다이어리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당시 미국에 있던 남자 친구를 위해 1권은 챙겨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곳엔 왜 다이어리 행사도 없냐고 핀잔을 주면서, 그리고 이걸 받을 수 있는 너는 복 받았다고 강조하면서. 핑크나 라임 컬러를 내가 갖고 미스티 블루 같은 컬러를 두 번째로 받아 선물하는 식이었다. 2016년부터 연애해 2018년 결혼했으니 총 3권의 다이어리를 선물했는데 이 남자 몇 글자 메모 남긴 것 빼곤 단 한 페이지도 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결혼해서야 깨달았다. 다이어리 안 쓰는 거다.


스케줄 기록을 안 하는 남자냐고? 절대 아니다. 실시간 일정을 시간대별로 기록해두는 남자다. 단, 본인의 ‘아이폰’에 말이다. 형광펜 칠할 필요도 없이 스케줄의 성격에 따라 색이 다르게 기록되고 심지어 사전 알람까지 오니 바쁠수록 마다할 이유 없는 기능이다. 이토록 똑똑한 스케줄러가 매일 쥐고 다니는 핸드폰 안에 다 들어있는데 짐 하나를 늘려서 생산성 떨어뜨릴 필요가 없는 거다. 효율을 고려한다면 종이 다이어리에 비해 몇 배 뛰어난 셈. 펜 잉크값 절약, 일정 관리에 대한 몰입도 향상, 본인의 랩탑과도 실시간 연동 가능하니 업무 생산성 증가 등등. 미스티 블루에 대한 감성과 그립감이 주는 아날로그 감수성만 포기했을 뿐 이 남자는 다 챙겼다.


아이스박스나 싱잉 랜턴에 비해서도 요즘같은 시대에 ‘종이 다이어리’는 약한 유인책. 스타벅스 고객 충성도 다지기와 타 브랜드 고객 유인하기에도 아날로그 감수성 하나만 가지고 17잔 미션 수행하듯 마시기 이벤트를 추진하는 건 영 미국스럽지가 않다. BTS와 콜라보레이션 한 다이어리라면 모를까! 혹은 Squid Game 열풍을 타고 “17잔 마시면 달고나나 오징어 간식 드립니다” 정도?


BTS나 Squid Game이
표지에 등장한다면
다이어리 이벤트 가능할지도



미국의 별다방이 아무리 다이어리에 무심할지라도나는 스벅 다이어리 프리퀀시 이벤트가 너무나 고플 뿐이다. 아날로그 감수성에다가 해마다 달라지는 포인트 컬러 감성 뿜뿜 하고픈 스벅 마니아라면 더더욱 공감하지 않을까. 미국 스타벅스에 입사한다면 다이어리 이벤트부터 추진하자고 제안하고픈 심정이니 말 다했다. (바로 Reject 당할까? 그럼 BTS나 Squid Game 과의 콜라보를 제안해보도록 하지.)


만약에라도 미국 스타벅스에 기적적으로 다이어리가 등장한다면 난 17잔 곱하기 3회 도전 의지가 있다고 밝혀둔다. 내꺼, 남편 꺼, 아들 꺼까지 세 컬러 다 받을 작정이니까. 미국 스타벅스 프로모션 관계자님 보고 계신가요?


미국에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없음을 한탄하며 대체제로 샀던 2021년몰스킨 다이어리. 스타벅스와 몰스킨 콜라보가 그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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