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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어느 회사의 특별한 송년회

“차 수리를 마치고 출고를 하려는데 블랙박스의 지저분한 선들이 눈에 딱 들어오는 겁니다. 사실 이런 경우, 손님이 수리를 요청하신 고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다가 괜히 건드렸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냥 드리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지저분한 선들을 매립해서 깔끔하게 정리해 드렸답니다. 손님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수리를 부탁한 부분은 쳐다보지도 않고 정리된 블랙박스 선만으로도 연신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짓더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 손님은 또 다른 손님의 손을 잡고 다시 정비소를 찾았습니다. 대전에서 자동차 정비소 ‘새천년카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선호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김선호 대표는 이처럼 ‘고객행복’이라는 마케팅의 본질을 몸으로 실천하는 경영자입니다. 벤처기업협회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제 강의를 들어 맺게 된 인연입니다. 어느 날 제게 회사 종무식을 겸한 송년회에서의 특강을 부탁한다 연락이 왔습니다. 대전행 기차에 기꺼이 몸을 실었습니다. 역까지 마중을 나온 김선호 대표를 따라 그가 운영하는 정비소로 갔습니다. 1층은 자동차 정비 공간이고 2층은 고객들의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레일 조명들이 은은하게 감싸 안은 테이블들 옆으로 커다란 책장에 책들이 꽂혀있습니다. 물어보니 ‘열린책방’이랍니다. 정비소를 이용하는 고객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와서 이용할 수 있는 독서공간이랍니다. 김선호 대표의 또 다른 고객행복 마케팅이었습니다.


저녁 6시, 김선호 대표 부부가 모든 걸 직접 준비한 송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의 명찰과 내년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게 만든 메모보드, 행사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포스터와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직접 수배해 고른 알록달록 초밥 스타일의 도시락에 크리스마스 시그너처 와인까지 모든 게 대표 부부 두 사람의 작품입니다. 거기다 송년회 진행도 김선호 대표의 몫입니다. 아직 크지 않은 조직이니 이런 일들은 오롯이 대표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김선호 대표가 즐거이 만든 가외의 일이니 얼굴엔 웃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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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오늘의 송년회는 새천년카클리닉 직원 분들만의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초대한 또 다른 손님들도 함께 하는 행사였습니다. 맛난 식사를 마치고 ‘내 삶의 행복한 경영’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우수직원 시상에 이어 선물 교환 순서. 세 시간의 행사에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정비소 창업자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대표가 기획하고 준비한, 그야말로 특별한 송년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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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역시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고객행복이란 철학으로 내 삶의 고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내 일과 내 삶을 즐기니 매출은 따라옵니다. 좋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강의를 듣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송년회를 통해 ‘김선호’와 ‘새천년카클리닉’이라는 브랜드가 한 뼘은 더 자랐을 거라 확신합니다. 만삭의 몸으로 남편 김선호 대표를 도와 이 날의 송년회를 함께 준비한 신혼의 아내, 그 얼굴에 넘치는 평화로운 미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상, 바람은 차가워도 마음은 따뜻했던, 특별한 송년회 참석 후기였습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표지일자 2016.12.28 1069호 (p65) http://weekly.donga.com/3/all/11/810033/1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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