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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설레니까 마케팅이다

[주간동아 연재] 안병민의 일상경영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찍는 그들의 얼굴이 참 앳됩니다. 메이크업을 받고 정장을 입어보면서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다며 까르르 웃는 그들은 천생 여고생이었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취업준비생’ 하면 의례히 대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은 학교 졸업사진입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메이크업이나 정장은커녕 사진촬영도 엄두를 못 냅니다. “단순히 이력서 사진을 찍어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들 고졸 취준생을 주목한 사람은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대표였습니다.


나종민 대표가 운영하는 바라봄사진관은 이제 다섯 살입니다. 그 전까지 나종민 대표는 한 외국계 IT기업의 한국지사장이었습니다. 쉰 이후의 삶을 고민하던 나종민 대표는 소외받는 이들이 마음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없더라는 생각에 바라봄사진관을 열었습니다. 대졸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이력서 사진촬영도 그런 봉사와 기부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미치더랍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 이어 고졸 취준생을 위한 <꿈을 찍어드립니다> 캠페인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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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저보고 신기하다고 합니다. 비영리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낸다고 말입니다. 비결을 물어보시는데 특별한 거 없습니다. 소외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오직 거기에 집중합니다. 그랬더니 언론사, 기업, 독지가 등 여기저기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시네요.” 쑥스럽게 웃는 나종민 대표의 말에 마케팅의 핵심이 녹아있습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까 하는 얄팍한 기술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내 삶의 고객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겁니다. 나종민 대표가 이야기하는 비영리 마케팅 또한 그런 겁니다. 고객의 영혼을 울리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족이 사진을 찍으면 다른 소외가족에게 행복한 사진촬영을 기부할 수 있는 ‘1+1프로그램’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떤 가족은 촬영비 외 따로 별도의 기부금까지 내주시기도 했답니다.


“고객들이 행복해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막 설레요.”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달리 바라봄에서의 5년동안 나종민 대표는 단 하루도 설레지 않은 날이 없었답니다. “경기 직전 2, 3초 동안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 그런 설렘이 사라지면 은퇴해야 한다.” K리그 최다 MVP와 최고령 MVP에 빛나는 이동국 축구선수의 말입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재미와 가치를 찾아 하루하루를 빚으니 이처럼 삶이 늘 설렘의 연속입니다. 내 일과 내 삶의 마케팅, 이쯤 되면 나의 오늘은 설렘으로 가득한지 자문해 볼 일입니다. 참, 혹시 궁금하실까 싶어 말씀드립니다. 고졸 취준생을 위한 이번 캠페인은 SBS나도펀딩 사이트(http://nadofunding.sbs.co.kr/project/81)에서 2월말까지 진행됩니다. 저, 지금 막 설렙니다. ⓒ보통마케터안병민


*표지일자 2017.2.15 1075호 (p43) http://weekly.donga.com/3/all/11/847201/1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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