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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기반의 미래금융: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

[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by AI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이 글은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라는 디지털 자산 혁신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 질서를 바꾸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조망한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통화 정책·자본시장·국제결제망에 이르는 구조적 전환의 동력으로 다룬다. 미국의 입법 동향부터 한국 시장의 과제와 기회까지, 정책·회계·인프라를 아우르는 복합적 이슈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는 변화의 본질을 꿰뚫고, 지금 어떤 전략과 대응이 필요한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융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그 안에서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비즈니스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인사이트 리포트다.


2008년 금융위기. 그날 이후 세계는 더 이상 예전의 금융을 믿지 않는다. 통화 시스템이 흔들렸고, 신뢰가 무너졌다. 그 틈에서 태어난 것이 디지털 자산이다. 탈중앙화 통화와 새로운 자산 구조에 대한 집단적 탐색.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는 그 진화의 결과다. 무너진 금융 질서를 다시 세우려는 새로운 설계도다. 지금 시장은 묻고 있다. 기술을 볼 것인가, 패러다임을 읽을 것인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관점의 문제다. 보다 높은 시선이 필요하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어서다.


이 리포트는 디지털 자산이 열어가는 금융의 미래를 네 가지 흐름으로 조망한다. 첫째, 글로벌 통화 질서의 균열 속에서 비트코인이 어떻게 대안으로 부상했는지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둘째, 비트코인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편입되는 과정과, 이를 촉진한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시장 영향을 살펴본다. 셋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심층 분석하고, 미국의 법제화 배경과 글로벌 외환 시장 및 한국에 미칠 파급 효과를 진단한다. 넷째, 자산 토큰화가 금융기관에 던지는 의미와, 이를 통해 가능한 구체적인 혁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01. 흔들리는 달러 제국, 비트코인의 등장


▶ 관세 전쟁 너머, 달러 시스템의 근본적 균열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세계 통화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관세가 아닌 달러 체제 그 자체다.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수지 및 재정 적자는 달러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2023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에 이어 2025년 무디스(Moody's)까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달러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시장에 가시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미·중 갈등과 경제 블록화 현상은 글로벌 통화 질서의 균열을 가속화한다. 이런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자산은 기존 달러 중심 체제를 벗어나려는 ‘탈달러(de-dollarization)’ 흐름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브레튼우즈 III: ‘아웃사이드 머니’의 시대


달러 중심 체제의 구조적 모순은 1960년대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세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전 세계에 유동성(달러)을 공급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적자가 쌓일수록 달러의 신뢰는 흔들린다. 달러 공급량과 무역수지 적자가 나란히 증가하는 그래프는, 이 모순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단순한 관세 정책으로는 풀 수 없는, 통화 패권의 근본적 역설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에 2022년 러시아의 자산 동결과 *스위프트(SWIFT)망 배제라는 지정학적 충격이 더해졌다. 크레디트스위스 출신 분석가 졸탄 포자르(Zoltan Pozsar)는 새로운 통화 질서인 ‘브레튼우즈 III’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타인의 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법정화폐, 즉 *‘인사이드 머니(Inside Money)’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아웃사이드 머니(Outside Money)’다. 부채가 아닌 자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금, 원자재, 그리고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을 의미한다.


▶ 키워드 노트 1. 스위프트(SWIFT)망

국제 은행 간 송금 메시지 네트워크임. 실제 돈 이동 안 하고 정보만 전달함. 전 세계 200개국 이상, 11,000여 개 금융기관 참여함.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임. 미국이 제재 수단으로 활용 가능함. 차단되면 글로벌 결제망에서 사실상 퇴출당함.
▶ 키워드 노트 2. 인사이드 머니&아웃사이드 머니

인사이드 머니 = 빚 기반. 은행예금, 국채, 달러 다 포함됨. 누군가의 부채가 누군가의 자산인 구조. 즉,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가 책임져야 돌아감. 그래서 시스템 무너지면 같이 무너짐. 아웃사이드 머니 = 빚 아님. 금, 비트코인처럼 자체로 가치 있음. 누구의 약속도 필요 없음. 누가 망해도 영향 안 받음. 위기 땐 사람들 이걸 선호함. 요약하면 인사이드 머니 = 신용 기반. 아웃사이드 머니 = 코드 기반.


이를 통해 글로벌 통화 질서의 변화를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브레튼우즈 I은 달러가 금에 고정되던 ‘금본위제’ 시대다. 브레튼우즈 II는 닉슨 쇼크 이후 달러와 미국 국채가 그 자리를 대신한 시대다. 그리고 브레튼우즈 III는 달러와 국채보다 금, 비트코인 같은 ‘비부채성·탈중개형 자산’이 주목받는 현재의 전환기를 말한다. 비트코인은 바로 이 브레튼우즈 III의 맥락에서 새로운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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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의 무기화가 부른 탈중앙화의 열망


미국은 달러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 인프라를 외교·안보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 자산 동결, 국제결제망 접근 차단 등은 달러가 더 이상 중립적인 글로벌 통화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달러의 무기화는 다른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과 대응을 낳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경험했거나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자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결제망(CIPS), 러시아는 자체 금융망(SPFS)을 구축했다. 브릭스(BRICS)는 회원국 확대를 통해 독자 블록을 형성 중이다. 이 흐름은 수치로도 뚜렷하다. IMF에 따르면 2024년 말,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57.8%로 떨어졌다. 1999년 이후 최저치다. 결국 기존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세계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 금, 원자재, 그리고 비트코인과 같이 특정 국가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자산 기반의 통화 질서가 그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 등장했다. 출발점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었다. 국가나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작동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IMF의 특별인출권(SDR)같은, 국가 간 신뢰를 전제로 한 시스템과도 전혀 다르다. 비트코인은 아예 ‘국가 밖’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통화 질서를 지향한다. 아직은 투자 자산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기존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02. 통제 밖 자산에서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의 대변신


▶ 미 의회의 파격 행보: 비트코인, 국가자산이 되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크립토 허브’를 목표로, 의회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판을 짜고 있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Act). 달러 연동 디지털 자산의 발행 기준과 감독 체계를 정립한다. 둘째, 비트코인 준비자산 법안(BITCOIN Act). 연방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직접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시장 구조 법안(CLARITY Act).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기관(CFTC, SEC)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정의한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의 배경? 미국이 디지털 자산을, 미래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변화는 의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주요 금융 규제기관 역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빗장을 풀고 있다. 과거 이들 기관은 전통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엄격히 제한해왔다. 하지만 2025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SEC는 크립토 기업과의 소송을 잇달아 취하했다. 금융기관의 자산 보유에 회계적 부담을 주던 규정(SAB 121)도 폐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연방 증권법상 증권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석하며 제도권 편입의 길도 터줬다. FDIC와 OCC도 움직였다. 은행들이 사전 승인 없이 디지털 자산을 수탁하거나 발행·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입법보다 먼저, 금융 현장에서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 정책 전환의 상징적인 법안은 ‘비트코인 법안(BITCOIN Act of 2025)’이다. 이 법안은 미 재무부가 5년에 걸쳐 비트코인 100만 개를 매입해 안전한 보관소(Vault)에 비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이 보유한 전략 비축 금과 유사한 수준이다. 매입 재원은 국가 예산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유한 금 증서의 가치를 현실에 맞게 재평가하여 발생하는 차익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을 석유, 금, 곡물과 같은 ‘전략적 준비자산(Strategic Reserve)’의 반열에 올린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위상을 단순한 투자 자산에서 국가의 경제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격상시키는, 상징성이 매우 큰 조치다.


이러한 연방정부의 움직임에 앞서, 이미 미국 26개 주에서는 비트코인을 주 정부의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한 4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특히 애리조나, 텍사스, 뉴햄프셔주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할 길을 열었다. 이러한 주 정부의 선도적인 실험이 성공을 거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도입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이중 전략


미국이 비트코인을 국가의 중요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이유? 흔들리는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첫째,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미국 국채에 치우친 구조를 비트코인으로 일부 보완해, 위기 시 충격을 분산하는 ‘디지털 금’ 역할을 기대한다. 둘째, 역설적이지만, 달러 방어다. 국적 없는 중립 자산인 비트코인을 미국이 직접 보유함으로써, 달러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강하려는 계산이다. 셋째, 미래 선점 전략이다. 향후 비트코인 중심의 금융 질서가 형성된다면, 그 질서를 주도하려는 선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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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트코인 준비자산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 세계 경제는 상반된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 단독 채택 시나리오다. 미국만이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다른 주요국들이 관망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며, 비트코인과 연계된 달러의 위상은 강화된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국채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외환정책과 통화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는 주요국 동반 채택 시나리오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채택하는 경우다. 이 경우 각국은 기존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국채를 줄이고 비트코인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달러 수요가 줄면서 약달러 흐름이 나타난다.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나 경제 블록이 형성될 가능성도 생긴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효과가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 월가의 진격: 기업과 ETF, 비트코인을 담다


이러한 거시적 전망은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개인이 아닌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총량은 약 353만 개다. 전체 유통량의 17%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더 이상 개인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장사, 정부, 그리고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기관 보유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ETF다. 한국이 만약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다면, 중앙은행의 직접 매입 없이도 국가적으로 비트코인 자산을 간접 확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어떤 시나리오에 대응해야 할지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기업의 재무 전략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자산 배분(Percentage-Based Allocation): 가장 보수적인 접근법이다. 대기업이나 기관 투자자가 전체 재무 준비금의 일정 비율(예: 1~5%)을 비트코인에 할당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며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추구한다.

2) 현금 흐름 기반(Cash Flows-Based Allocation):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이나 순이익의 일부를 꾸준히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수익이 안정적인 테크·핀테크 기업이 선호한다.

3) 잉여 현금 활용(Treasury Buffer): 당장 필요하지 않은 초과 유보금을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다. 테슬라(Tesla)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하고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린다.

4) 핵심 준비자산(Primary Reserve Asset): 가장 공격적인 전략이다. 비트코인 보유 자체를 기업의 핵심 재무 전략으로 설정하고, 기업의 가치와 주가를 비트코인에 연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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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비즈랩] 대표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HSE MBA / *저서 [마케팅 리스타트]+[경영일탈]+[그래서 캐주얼]+[숨은혁신찾기]+[사장을 위한 노자]+[주4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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