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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Apr 13. 2023

44. 입맛 따라 사는 인생입니다 - 떡볶이 02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42

44. 입맛 따라 사는 인생입니다 - 떡볶이 02


내가 유달리 떡볶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그 이유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외삼촌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쯤에 결혼하셨다. 결혼 후 사신 곳은 내가 살던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종종 외삼촌 댁에 놀러 가곤 했다.

삼촌 댁에 갈 때면 숙모는 종종 떡볶이를 해주시곤 하셨다. 떡국에 넣는 떡을 이용해 프라이팬에 해주셨던, 투박하지만 슴슴하고 달달한 떡볶이 맛에 반해 숙모를 참 좋아했었다.

음식솜씨가 좋은 숙모는 우리 집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음식들을 자주 해주셨다. 하지만 난 그때 해주셨던 떡볶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 난 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가 보이면 가끔 가던 길을 멈추고 1인분을 주문해 먹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던 떡볶이마저 요즘은 매운맛투성이다. 매운맛의 단계까지 조절해 가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겐 참 슬픈 일이다. 그리고 가격도 문제다. 불필요한 선택지를 잔뜩 추가해 가며 강압적으로 가격을 올린 기분이다. 난 간식으로나 먹던 음식을 식사대신 먹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한다. 질겅질겅 씹히지만 심심하지 않은 식감부터 달큰하고 미끈하게 윤기가 흐르는 주홍색 빛깔이 참으로 유혹적이다. 물론 난 그 유혹을 매번 기꺼이 받아들인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의 옆에는 전통시장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무려 5 교대(확인된 바로는 5 교대가 확실하다)로 24시간 분식을 파는 간이 분식점이 하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점은 귀하고 귀하다.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가동되는 그곳은 일 년에 딱 이틀, 추석 당일과 설날 당일만 문을 닫는다.

가끔씩 야간에 출출함을 느낄 때면 떡볶이와 순대와 튀김과 어묵의 콤비네이션을 폭력이고 자비 없이 먹기 딱 좋은 곳이다. 그중에 최고는 역시 끓이고 끓여서 끈덕한 빛깔이 은은하게 흐르는 떡볶이다. 이 정도의 매운맛은 먹을 수 있다. 이곳의 떡볶이는 달큰한 맛이 좋고 인심도 후해서인지 자정이 다 될 때쯤에는 환경미화원, 경찰, 일수꾼, 노래방 도우미 누님들, 택시운전사 등 온갖 부류의 사람이 한 곳 모여 음식을 섭취하는 진풍경도 가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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