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결혼을 위하여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 동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청년층에서는 학업·취업 압박과 정신적 어려움이, 중장년층에서는 실적 압박·이혼 같은 문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고.
뉴스를 읽을 때마다, 실린 단어의 무게에 온몸이 덜컥거린다.
남의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스카이 못 가면 인생이 가치가 없을 것 같은 무서운 날들을 보냈다.
결혼 후. 직장살이로 심한 몸살을 앓는 남편을 보며 행여나 이 사람이 죽을까 퇴사시켰더니, 10년 간 백수 남편 부양으로 매일 밤 이혼을 부르짖던 날이 이어졌다.
인생의 고통을 흘려보내는 연습이 부족했던 걸까,
자책하며 낮의 시간을 보냈고
이 사람과 헤어지기만 하면, 이 생을 뜨기만 하면,
플랜 Z까지 돌려도 이혼과 자살 밖에 답이 안 보이는 밤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낮이 가고 밤이 왔다.
다시 밤이 가고 낮이 왔다.
몇 날, 몇 해를 흘리고 흘려 10년이 흘렀다.
다행스럽게도 이 결혼에서 누군가 생을 뜨거나 서로를 뜨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작디작은 두 생명이 한날한시에 왔다.
나 하나 어떻게든 엉망진창으로라도 이 결혼에 붙어있고 이 땅에 붙어기만 했는데, 두 사람이 활짝 꽃 피고 또 다른 생명을 품게 된 걸 보면, 절로 생의 심오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가끔씩 생각한다.
1인분도 못 살 것 같은 나의 삶이었는데, 4인분을 부양하고 있는 현실이 참 오묘하다고.
1인분의 삶이 버거울 땐, 딱 0.5인분만 살자.
그것도 숨이 찰 땐, 딱 0.1인분만 살자.
사는 것도 싫을 땐, 숨만 쉬자.
그 사람이 죽도록 미울 때도 숨만 쉬자.
그 사람을 쫓아버리고 싶을 때도 누워만 있자.
내가 여기를 떠 달아나고 싶어질 때도 밥만 먹자.
하얗게 '펑' 사라져 버리고 싶을 '여기'에서
그렇게 몇 날만 해봤으면 좋겠다.
결혼은 지속하는 데 힘이 있다.
생은 지속하는 데 아름다움이 있다.
p.s.
결혼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나를, 그리고 그를.
<이혼하고 싶을 때 읽는 책> 연재 중에 썼던 서랍 속 글을 뒤늦게 발행합니다. 사람 살리는 결혼, 이제는 '내 결혼을 예찬'하며 살겠습니다. 자신 만의 결혼을 예찬하는 모든 분들의 글을 환영합니다. 매거진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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