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법원 대기실에서 가족은 서류가 되었다

by 온지정원

법원 대기실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의 사정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우리는 가족이었고 동시에 이해관계인이었다.


성년후견 신청 서류에는 ‘치매 진단’이라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의학적 판단은 간결했고, 법원에 제출된 기록 역시 명확했다.
문제는 그 문장 하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었다.


7년간 단절되어 있던 어머니를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보호자라기보다 사실 확인자에 가까웠다.
일상생활 가능 여부, 재산 관리 능력, 의사표현의 정확성.
질문은 사람을 향했지만, 답은 기록으로만 남았다.


가족 구성원들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같은 입장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부담을 말했고, 누군가는 권리를 말했으며,
누군가는 끝까지 침묵했다.
그 침묵마저도 이후에는 하나의 정황이 되었다.


후견인으로 변호사가 지정되던 날,
판사의 결정문은 차분했고 이유는 충분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안도도 분노도 아닌,
관계가 제도 안으로 완전히 편입되었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법정에서 가족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 단위로 정리된다.
말해지지 않은 사정들은 기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 글은 누구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법원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남겨진
개인의 자리와 침묵을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