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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파크 Aug 09. 2016

당신은 고향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나요?

비:파크 X 어쩌다 1인 출판 :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를 쓴 최용탁은 농부이자 소설가입니다. 고향 충주에서 이십여 년을 과수원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일흔 중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자와 아내는 모두 한마을에서 태어나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즐거운 대화가 오가곤 합니다. 아버지와 대추 터는 날, 저자는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을 겹쳐 떠올립니다. 자신의 얼굴에 종기가 잔뜩 나서 밤새 끙끙 앓을 때 아버지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대추나무 가시를 구하러 곳집 뒤로 가십니다.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어린 용탁은 마음 졸입니다. 고향이란, 아버지란 그런 존재인 모양이지요. 


“달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홑저고리 바람으로 대추 가시를 따러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눈으로 따라갔다.” (36쪽)


저자 최용탁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열두 살이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할아버지, 즉 아버지의 아버지는 좌익으로 몰려서 처형당하셨다네요. 시체가 산을 이룬 곳을 뒤적여, 열두 살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시체를 지게에 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그런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는 금기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의 대화가 버성긴다 싶으면 봄마다 찾아와 우는 소쩍새, 나날이 짙어가는 참나무 숲, 저녁 새참거리인 미나리 부침개 따위로 화제를 돌렸답니다. 그것들로도 당신들의 이야기는 내내 이어졌다네요. 


작년 9월, 저는 아버지와 3박4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날, 여든을 넘기신 아버지가 태어나 자란 고향을 가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오사카 목천(木川)이라는 곳입니다. 할머니가 일본에서 고생하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버지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줄은 몰랐습니다. 목천소학교를 다니다 해방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십니다. 아버지 연세를 고려하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고향 방문일 듯하여, 서둘러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떠나는 임무는 유일한 남자 자식인 저와 처남에게 주어졌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점잖으신 아버지는 여행 내내 들떠 계셨습니다. 오사카 역에 내려 고향 마을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내내 고향의 방죽, 동네 이곳저곳을 화제로 삼으셨습니다. 비록, 살던 집은 흔적도 없었지만, 다니던 초등학교에 들러서 한참을 계셨습니다. 


지난주에는 휴가차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일본 여행을 떠올리며, 제가 다녔던 국민학교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리 했습니다. 거의 40년 만이네요. 학교 가는 길은 너무 변해 있었습니다. 그곳에 학교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니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학교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꽤나 멀었던 그 오르막길은 어른 걸음으로 잠시였습니다. 채 5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영진이, 동민이, 영록이, 나영이, 선애, 보연이. 성은 잊었지만 동무들 이름은 떠오르네요. 열 살 남짓한 그 얼굴들도 또렷이 떠오릅니다. 참, 밝고 환한 얼굴들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참, 아쉽고 섭섭한 일이지만요. 최용탁의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를 길잡이 삼아서, 비록 내 ‘고향’은 아니지만 그이의 고향, 그이의 가족, 그이의 이웃들의 삶과 마음을 슬쩍슬쩍 들여다보는 여름날입니다. 문득, 아버지와 다녔던 오사카 동네가 떠오릅니다. 앞으로 20년 뒤, 30년 뒤, 저는 제 남자 자식들과 고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다녀올 고향이란 것이 여전히 있을까요?


- 봄날의 책 대표 박지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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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1인 출판은 나무연필, 메멘토, 봄날의책, 오월의봄, 유유 다섯 개의 1인 출판사 대표가 만든 공간입니다. 1인 출판사 대표가 추천하는 다른 출판사 책 이야기, 자기가 만드는 재밌는 책 이야기, 책을 만들다 벌어진 웃픈 뒷이야기 등 지금까지 많이 읽으셨던 책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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