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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파크 Sep 20. 2016

지친 일상을 위로할 음식을 찾는 당신에게

비:파크 X 어쩌다 1인 출판 : 요리 활동

“혼자 먹는 게 좋다고? 그게 좋은 사람은 없어. 그냥 혼자 먹는 거지” 


손맛은 대물림됩니다. 할머니,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맛을 기억으로 재현해낼 수 있는 건, 생김, 행동, 성격만큼 유전자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손’이기 때문입니다. 《요리 활동》의 저자 박영길은 손맛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식당 찬모 일을 하며 한 번 맛본 음식은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어머니와 마을잔치가 벌어지면 큰 음식을 도맡아 했던 아버지에게서 그는 조리법만이 아니라 요리로 일상을 나누는 법까지 물려받습니다. 


저는 처음에 소문으로 그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2013년 땡땡책협동조합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충북 청주에 생활교육공동체 ‘공룡(공부해서 용되자)’이 있다는 걸 알았고,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땡땡책 일일호프에서 보도 듣도 못한 음식들을 맛보면서 그의 손맛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청주에서 서울까지 오는 번거로움과 수십 인분의 안주를 요리하는 고단함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는, 제게 음식으로 연대하는 활동가로 각인되었습니다.


박영길도 공룡을 만들어 활동하기까지 요리란 그저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농사일에 바쁜 부모님을 위해 초등학생 때 벌써 ‘김치칼국수’를 끓여내고, 고등학교 때 자취방을 찾아온 친구들에게 ‘단호박 고추장밥’ 같은 요리를 해주던 그였기에 오히려 그 말이 의외였달까요. 아무리 중요한 활동이라도 그것이 삶과 괴리되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는 경험적 인식, 음식으로 나누는 일상이 그 무엇보다 즐거웠던 기억, 어릴 때부터 해오던 요리라는 행위가 특별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 이 모든 것을 통해 그는 삶을 지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각성을 합니다. 박영길에게 요리는 그러한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자 삶에 지친 동료를 위로하는 치료제입니다. 


“내가 힘들어하는 혜린을 위해 꼬꼬뱅을 하거나 지친 설해를 위해 꽃게찜을 하거나 고단한 영은을 위해 유린기를 하거나 묵묵히 어둑한 시간을 견뎌내는 재환을 위해 치킨 가라아게를 하거나 활동으로 인해 상처받은 보선을 위해 해물 파스타를 해주고 싶은 건, 결국 요리를 통해서 나의 활동, 우리의 활동, 더 나아가 공룡과 연대하고 후원하고 도와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활동을 좀 더 오래 지속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8쪽)


‘박영길 레시피’를 묶은 《요리 활동》은 활동가 박영길만큼이나 겉치레가 없는 요리 책입니다. 우선 요리 사진이 없습니다. 몇 티스푼, 몇 테이블스푼, 몇 그램 하는 식의 재료 개량도 없습니다. 요리할 때 엄마에게 물어보면 “이거 저거 대충 조금”이라고 하듯이 레시피도 툭 던집니다. 상세한 조리법이 없으니 이내 내 손과 혀를 믿고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요리를 해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맛이 납니다. 언젠가 일일호프에서 먹었던 ‘아게다시도후’라는 두부 요리를 레시피대로 해보았는데, 정말 그 맛이 났습니다. 


글맛은 더 일품입니다. 어떤 글을 쓰디쓰고 어떤 글은 맛깔스럽고 어떤 글은 알싸하게 맵습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해간 ‘묵밥과 연잎밥’은 상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생리통을 앓는 여성 활동가들을 위해 그가 만들어주는 ‘돼지고기 부추 숙주 볶음’은 그 자체가 무한 감동입니다. 가난한 활동가의 식탁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준 ‘물 마리니에르’라는 프랑스식 요리에 대한 글은 일상의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게 만듭니다. 


이 책만 보면 이제 더 이상 ‘생생정보통 황금레시피’를 곁눈질하지 않고 눈대중으로도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한 번 먹어본 요리도 왠지 뚝딱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이국적인 요리로 머나먼 곳으로 여행 온 듯한 위안을 대접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요리 활동》은 그게 가능하다는 이상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리 책입니다. 


- 메멘토 대표 박숙희 드림


ⓒ박숙희



어쩌다 1인 출판은 나무연필, 메멘토, 봄날의책, 오월의봄, 유유 다섯 개의 1인 출판사 대표가 만든 공간입니다. 1인 출판사 대표가 추천하는 다른 출판사 책 이야기, 자기가 만드는 재밌는 책 이야기, 책을 만들다 벌어진 웃픈 뒷이야기 등 지금까지 많이 읽으셨던 책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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