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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파크 Oct 18. 2016

맛있는 사과의 비밀이 궁금한 당신에게

비:파크 X 어쩌다 1인 출판 : 흙의 학교, 기적의 사과

“언젠가부터 제 꿈은 농부입니다.”


저에게 있어 농부는 도시 노동자의 탈출구 같은 로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주말 농장 5평 남짓한 땅에 처음 씨앗을 심으면서 그 꿈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 어인 농부 꿈 타령인가 싶겠지만, 농사는 사람다움을 배울 수 있는 참으로 훌륭한 배움터입니다. 농부는 필연적으로 생태적 삶의 입문자이며 자연을 세심하게 살피는 관찰자이자 생명을 소중히 하는 자연 공동체의 참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의 생김새가 원래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두 권의 책 《흙의 학교》와 《기적의 사과》는 저에게 ‘농부’라는 꿈과 더불어 또 다른 하나의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나도 사과나무를 심을 테다!”


《흙의 학교》와 《기적의 사과》 두 책의 주인공은 기무라 아키노리 씨입니다. 《기적의 사과》는 이시카와 다쿠지라는 NHK PD가 기무라 씨를 직접 취재하고, 관찰자 입장에서 기무라 씨의 생을 서술한 책이고, 《흙의 학교》는 기무라 씨 스스로가 써내려간 농사 일지 종합편입니다. 이 두 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문편과 심화편이 되는 형제 같은 책입니다.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아오모리 현 히로사키 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입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농약과 비료를 사용했습니다. 그런 그가 자연농법을 이용한 사과 재배에 눈을 돌린 것은 농약에 예민한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농약과 비료 사용에 의문이 들 무렵, 기무라 씨는 운명처럼 후쿠오카 마사노부 씨가 쓴 《자연농법》이란 책을 만나게 됩니다.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무모하게 시작된 무농약 사과 재배는 그와 그의 가족을 곤궁하게 만듭니다. 온갖 병충해를 입는 건 물론이고, 가을이 되기 전에 잎을 떨구고 꽃조차 피지 않으니 당연히 사과도 열리지 않았죠. 10년 동안이나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무라 씨는 가족과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끈질기게 도전했고, 결국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하게 됩니다.


사람이 정말 감동하면 말도 표정도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남편의 눈에도 아내의 눈에도 어렴풋이 눈물이 어려 있었다. 《기적의 사과》 중에서


9년 만에 사과꽃이 핀 밭에 선 기무라 씨 부부의 풍경입니다. 이 대목을 읽을 때면 어쩐지 코끝이 찡해집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없어서 못 판다’는 사과 농부의 성공담으로 보지 않습니다. ‘기적의 사과’가 열리기까지 기무라 씨가 자연을 이해해가는 모험담, 눈에 보이지 않은 수많은 지구 생명체와의 만남기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수의 생물이 한 줌의 흙 속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신비로운 바다 밑 세상이 그러하듯이, 다른 미생물을 유인하여 잡아먹은 미생물까지 있었습니다. 정글이나 해저와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세상이 되풀이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작은 생물들에게 있어서, 한 줌의 흙은 그 자체로 훌륭하게 자신들이 사는 세상이면서 또한 우주인 것입니다. 《흙의 학교》 중에서


기무라 씨가 비료도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밭의 흙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소감입니다. 기무라 씨는 요즘 전국을 다니며 자연농법을 가르치는데, 비료나 농약으로 파괴되어 버린 흙 속의 환경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콩을 심으라고 말합니다.


콩을 뿌리는 기간을 3년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3년만 지나면 더 이상 콩을 키우지 않아도 그 흙 속에는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에 충분할 만큼의 질소가 공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놀라운 점입니다. 흙 속에 질소량이 적으면 질소를 보충하고 충분해지면 그 행동을 멈춥니다. 자연은 쓸데없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흙의 학교》 중에서


제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유유출판사 대표님이 저의 농부 타령을 듣고 소개해주신 덕분입니다. 예전에 과수원을 하시는 집안 어른께 이 책을 드렸는데 감동을 받고 직접 실천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저도 그 과수원의 사과 한 박스를 주문해 먹어보았습니다. 진짜 사과 맛이 났습니다. 사과향이 풍부하면서 새콤하고 끝 맛이 딱 사과만큼만 단맛, 먼 기억 속의 사과 맛, 원래 사과의 맛이었습니다.


_ 유유출판사 이은정 드림


ⓒ이은정

어쩌다 1인 출판은 나무연필, 메멘토, 봄날의책, 오월의봄, 유유 다섯 개의 1인 출판사 대표가 만든 공간입니다. 1인 출판사 대표가 추천하는 다른 출판사 책 이야기, 자기가 만드는 재밌는 책 이야기, 책을 만들다 벌어진 웃픈 뒷이야기 등 지금까지 많이 읽으셨던 책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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