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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파크 Nov 22. 2016

어젯밤도 불면증에 시달린 당신에게

비:파크 X 어쩌다 1인 출판 : 천천히, 스미는

출판인 A를 만났습니다. 사실 될 수 있으면 그를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를 만나고 나면 꼭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기거든요. 그는 종종 저에게 책과 음악을 소개해줍니다. 당신이 요새 고민하는 주제와 딱 알맞은 것들이라면서요. 


하지만 그가 권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제 고민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테면 제가 직장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그가 어떤 책을 권해주었는데, 그걸 읽고 저는 과감히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직장에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던 것인데요.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더니 ‘그게 바로 주체적인 삶’이라면서 칭찬을 하더군요. 아무튼 누가 무슨 책을 추천한다고 해서 무작정 읽어서는 안 됩니다.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번엔 그가 고민을 꺼냈습니다. ‘사랑’이 고민이라더군요. 그래서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불면증에 걸린 자기에게 책과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근에 읽었던 《천천히, 스미는》이라는 책을 별 생각 없이 냅다 말해주었습니다. 이 책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멋진 산문들이 잔뜩 담겨 있습니다. G. K. 체스터튼, 로버트 바이런, F. 스콧 피츠제럴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등. 지은이들의 이름이 이 정도면 참 훌륭하지요. 이 작가들의 아름다운 산문들이 한 권에 담겼다면 추천할 만하죠. 이 책을 읽으며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반복해 들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 불면증은 삼십대 후반에 나타난다. 소중한 일곱 시간 수면이 갑자기 둘로 쪼개진다. … 내가 아는 사람은 생쥐 한 마리 때문에 불면증이 시작됐다. 나는 내 불면증이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싶다. … 하지만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숨을 쉬며 불을 딸깍 켜고 작은 루미놀 알약을 먹고 다시 책을 편다. ‘진짜’ 밤이, 가장 어두운 시간이 시작된다.” _ 《천천히, 스미는》 '잠과 깸' 중에서


제가 잠을 이루지 못한 그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여기에 피츠제럴드의 '잠과 깸'이라는 글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제목처럼 피츠제럴드가 불면증에 걸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불면증에 걸렸다고 합니다. 한 마리 모기를 잡으려다 시간을 보내고, 결국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뒤부터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는 잠을 자기 위해 온갖 짓을 합니다. 걷고, 술을 마시고, 책을 읽고, 약을 먹기도 하고, 온갖 잡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자, 그런데 그는 이 글을 읽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가 말하더군요. 불면증을 이겨내는 여러 방법들을 터득했다고요.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때 대담할 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에게 그렇게 상처 줄 필요가 없었는데. 그에게 그렇게 말할 필요도.” 피츠제럴드가 이런 후회를 잠자리에서 하는 걸 보고, 그 또한 그렇게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도 ‘불면인’의 노래라고 말하네요. “난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그는 적어도 피츠제럴드의 글을 읽고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불면증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요. 잠을 쉬 이루지 못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는 데 별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_ 오월의봄 대표 박재영 드림 


ⓒ박재영



어쩌다 1인 출판은 나무연필, 메멘토, 봄날의책, 오월의봄, 유유 다섯 개의 1인 출판사 대표가 만든 공간입니다. 1인 출판사 대표가 추천하는 다른 출판사 책 이야기, 자기가 만드는 재밌는 책 이야기, 책을 만들다 벌어진 웃픈 뒷이야기 등 지금까지 많이 읽으셨던 책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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