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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Dec 20. 2020

신문을 읽으며

종이신문과 함께한 시간들, 앞으로도 변함없기를


대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보고 난 직후였다.

종강하면서, 친한 선배들 몇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한창 술잔을 부딪치며, 찬찬찬.....이 아니고, 다들 얼큰하게 취해서 머리도 부딪치는 등 온갖 추태와 함께 청년의 패기..... 가 아닌 객기로 술을 마셨다. 2살 많은 친한 2학년 선배형이 저 끝자리에 있다가 날 보더니 슥~ 내 옆자리로 왔다. 혀가 꼬부라진 상태로 이야기를 한다.


"얌마~ 형 2달 뒤에 군대 가는 거 알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본 후배 중에 네가 제일 (호구?) 친하고, 나아 보여서 형이 이야기해 준다. 너 2학년 되면 놀지 말고, 알바도 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공부해. 그리고 아침마다 신문 보는 것 같던데, 읽기만 하지 말고 옆에 포스트잇 같은 걸로 읽은 소감 같은 것도 정리해보고 형광펜으로 줄도 치고, 스크랩도 해봐라. 분명 너한테 큰 도움될 거다. 스크랩! 꼭 했으면 한다!"


팔랑귀였던 나는 술김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신문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좋은 조언을 해준거니까. 그다음 날부터 신문을 읽은 뒤, 인상 깊었던 기사와 사설을 가위로 오려서 A4 용지에 붙였다. 그리고 클리어 파일에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섹션별로 1,2개의 기사들을 잘라서 붙였다.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그리고 내가 제일 집중해서 읽는 사설까지. 처음에는 그냥 친한 형이 시키니까 한 건데, 하다 보니 신문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스크랩 해놓을 정도로 좋은 기사다. 아, 이 부분은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양쪽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아, 이건 정말 몰랐던 부분인데 자료를 더 찾아봐야겠다.' 등등.


아, 그 뒤에 휴가 나온 선배는 잘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며 내 스크랩 파일을 달라고 했고, 그대로 갖고 부대로 복귀했다. (머..... 먹튀? -_-;) 아무튼  그 뒤로도 몇 년은 더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배 덕분에 '읽는 것' 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 같다. 지금도 놓치지 않고 매일 신문을 읽으려 한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보고는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1층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면, 공용 테이블에 신문이 놓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기업문화팀 앞으로 매일마다 무료로 신문들이 배달된다. 그래서 1층 공용 테이블에 놓고, 필요한 임직원들이 편하게 들고 갈 수 있게 준비해둔 것이다. 대부분 인기 있는 신문은 (내가 매일 갖고 가는) 한국경제신문과 경향신문이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 테이블을 슬쩍 보면 항상 신문들이 많이 남아있다. 다들 종이신문은 역시 잘 안 읽는다.


내가 중학생 시절에, 아버지가 구독하시는 신문들을 같이 보면서 자랐다. 그때는 스포츠와 연예 부분을 보면서, 스크랩도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버지가 '너만의 신문을 봐야한다.'면서 매일경제신문을 추가로 구독해주셔서 경제신문을 보면서 10대를 보냈다.


정치 부분은 아예 관심이 없었고, 경제 부분은 흐름 정도만, 파악했다. 내가 제일 집중해서 읽는 부분은 특집 칼럼 혹은 사설 (Editorial) 부분이었다. 신문의 우측 맨 끝에 대부분 포진해있는 다양한 사설들. (그래서 지금 SNS에 종종 사회이슈에 대한 내 의견을 담아 '야매칼럼'이라는 제목으로 가끔 진지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금요일에 출근하면서 오른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기분만은 잘 나가는 뉴요커 직장인이라도 된 기분이다. (마음은 브루스 웨인, 현실은 조커?) 자리에 앉아서 신문을 읽으며, 뜬금없지만 종이신문은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신문기사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 내용 중

종이책과 종이신문은 세트로 준하게 그 존폐가 언급된.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 40대 종이신문 이용률이 평균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PC로 신문기사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나머지 전체였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뉴스를 읽는 것이다. 나도 저녁에 퇴근하면, 유튜브로 주요 뉴스 방송을 재시청하고는 한다. 분명 뉴스와 재미있는 글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것을 접하는 방식만이 달라졌을 뿐.




내가 읽는 방식은 단순하다.

종이신문은 일단 펼쳐서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앞면의 헤드라인을 읽고, 바로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서 오피니언, 사설 부분 2장을 읽는다. 그리고 저녁에 시간될 때 나중에 경제, 정치, 국제 동향을 읽는다.  못 읽은 부분은 주말에 몰아서 읽어본다. (다 읽고 나면 모아 두었다가 치킨 시켜 먹을 때, 책상 바닥에 테이블보처럼 까는 용도로 활용)

인터넷 신문은 미리 설정해 놓은 주요 6개 언론사의 정치와 경제 부분 그리고 주요 메인 기사만 읽는다.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객관적 지표가 입증되는 경제 파트나 좌우 정당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정치 부분 정도만 집중해서 읽어보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에서는 보통 포털사이트(네이버)에 미리 구독하는 언론사를 설정해 놓으면, 그 언론사의 메인에 올려진 기사를 볼 수 있다. 혹은 사용자가 검색어를 직접 입력해서 자신이 검색한 것만 읽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검색조차도 메인에 보이는 것을 보고, 더 구체적으로 검색해볼 뿐이다.


결국 남들이 선택한 정보만 볼 수 있게 시야가 좁아진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해지거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버릴 수 있다. 당연히? 그 속에는 가짜 뉴스(선전지)와 허위 동조를 유도하는 목적의 뉴스가 숨어있다. 그래서 인터넷 뉴스는 늘 경계하며 읽어야 한다. 종이신문에도 그런 요소는 당연히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최소 2가지 이상의 다양한 신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신문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터넷, PC,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종이책, 그리고 종이신문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고 있다.


신문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종편을 통해 많은 방송국들이 생겨나면서 각자 다뤄지는 뉴스도 다양해졌다. 이미 E-book과 인터넷 뉴스가 다양화 된 것이다.


세트로  늘 언급되는 종이책의 미래 또한 매우 어둡다고 말한다. 신문을 통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수많은 학생들의 로망인 유튜브부터 SNS 그리고 웹툰 등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각종 이야깃거리와 매체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가시간에 독서보다는 여행이나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서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많아졌다. 종이 출간물들의 몰락을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종이신문과 종이책은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생존해야 한다. 얼마 전 지역신문 인천일보에 기고된 글을 참고해 보면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는 아날로그 종이 인쇄물에 대한 '친숙함'이다.

종이 인쇄물은 고유의 '향기'와 '여운'이 있는데, 특히 책과 신문이 그렇다. 전자책은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종이책을 읽을 때의 향기 혹은 읽은 후의 여운을 간직하게 해 줄 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 인쇄물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메모가 가능해서' '보기 편리해서' '친숙해서' '종이책 넘길 때의 느낌이 좋아서' 등을 꼽는다.


둘째는 '종이책 독서의 수월성秀越性'이다. 스마트 기기에 의한 독서보다는 기존의 종이책 독서가 훨씬 수월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스마트 기기의 주의(attention)력과 책의 독서(reading) 능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서는 필연적으로 '흡광'(吸光)을 필요로 하는 자연적인 인간 행위이나, 스마트 기기는 스스로 강력한 빛을 발산함으로써 수용자의 주의를 끌어들이는 '발광'(發光) 매체다. 발광 매체들은 사람을 수동적으로 매체에 종속시키고, 멀리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용이하게 해 주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분리시켜 놓는다. 이에 반해서 흡광의 인쇄매체(종이책, 종이신문)를 통한 독서는 단순한  읽기가 아니다. 책이나 신문을 읽기 위해 밝혀진 주변을 돌아보며 공감을 나누고 겸허하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행위다. '종이책 독서'야 말로 인간의 상상력과 추리력, 창조력의 기반된다.




종이신문을 읽다 보면, 종이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읽으면서 흥미가 좀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다음 순서를 위해 일단 읽는다. 읽으면서 좋은 내용이라서 재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중간중간 잠시 멈춰서 '사색'에 빠질 수도 있다.


인터넷 뉴스는 다르다. 사색보다는 '검색'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요새는 볼거리가 워낙 많기 때문에 굳이 관심도 없는 기사를 검색하고, 찾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또 재빠르게 올라오는 기사들 중에는 깊이가 없는 기사들도 많다. 빠르게 바뀌는 화면 탓에 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힘들어 제공된 정보의 신뢰성도 애매하다. 재미와 가벼움을 선호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점점 더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기삿거리만 많아진다.


이러한 인터넷 읽기 습관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한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사람들의 내면과 됨됨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사색'해 보는 것이 아닌, 순간적인 필요에 의한 '검색'을 들이대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검색과 검증이 늘 좋은 것만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난 아직까지도 종이신문을 선호한다.

종이 특유의 그 향기와 여운이 좋다. 종이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좋다. 무엇보다 종이 신문이 살아남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 넘길 때마다 제목과 기사가 함께 들어오니 골고루 기사를 읽게 되어 편식하지 않는다는 점 아닐까. (물론 앞서 말한대로 한 종류의 신문만 보는 것보다 최소 2종류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방식이 더 급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종이신문을 집어 드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집어서 밤사이에 올라온 뉴스 기사들과 SNS소식들을 읽는 시대가 되었다. 전철에서도 종이책이나 신문보다는,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카톡을 하거나, SNS를 하거나 하는 시대이다.  


점점 더 디지털화 되고, 비대면화 되고 있다. 우리는 더욱더 온라인에 의존하게 되었다. 흔히 인터넷과 온라인을 정보의 바다라 부른다 .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종이신문과 오프라인은 길이라고.


‘나는 길 탐식가다.
세상의 모든 길을 맛보리라’  [리버 피닉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속에서 매일매일 잠시 멈추는(?)시간을 가지면서 사색하며 마음의 근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쓸만하고 충분히 장점이 있는 옛 것과 아날로그 적인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나만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내용을 눌러 담아 놓은 종이신문을 읽으며 다양하고 넓은 지식의 길을 걷고 싶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검색"보다는 "사색"을 하고 싶다.


이제, 일주일동안 밀린 신문을 읽으며 오늘을 정리해야겠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스크랩을 강조하던 선배형이 보고싶다. 만날 수 없으니, 이건 어쩔 수 없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야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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