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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Jan 24. 2021

깨끗한 떡볶이

소울푸드 떡볶이에 얽힌 추억 소환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사실 싫어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떡볶이는 한국인의, 특히 학창시절의 소울푸드이다.


5년 전, 다이어트를 하면서 1년 반 동안, 밀가루와 치킨을 끊었을 때 빼고는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 엽기 떡볶이 같은 프렌차이즈의 토핑이 많이 된 매운 떡볶이들도 좋아하지만, 최고의 떡볶이는 역시나 초등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파는 떡볶이가 최고인 것 같다.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가끔은 먹을 때마다 움찔움찔하게 된다. 때는 바야흐로 나의 고 2 때로 거슬러 올라

간다. (오래 안 됨... 약 20여 년 정도 -_-??) 같은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점심이나 쉬는 시간에 학교 앞

분식집에 자주 갔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직접 만들어 먹는 즉석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이었다.


고등학생 남자애들 6명이었으니 뭘 하던 얼마나 난리였을지는 안 봐도 유튜브. (비디오 아님) 어딜 가든 시끄럽고, 뛰어다니고, 혈기왕성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평소처럼 분식집에 갔다. 즉석 떡볶이와 튀김 그리고 순대 등등을 시켰다. 먹으면서 우리들은 계속 산만하게 수다 떨고, 장난치고. 여고생들보다 더더더 꺄르륵~ 거렸다.


어설픈 내 젓가락질에 "ㅋㅋㅋ"

떡볶이 국물 튀기는 것에 "ㅋㅋㅋ"

좀 독특하셨던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며 "ㅋㅋㅋ"

연예인 이야기에 "ㅋㅋㅋ"

시험 망친 것에 ".......................(이럴 때만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용)"


아무튼, 그렇게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그날은 내가 혼자 좀 많이, 업텐션이 되어 말발로 친구들을 놀리던 날이었다. 한참 별명을 부르며 '웬수','꽁치','할매' 등 (친구들 별명) 친구들을 놀리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그날의 대화를 주도하는 날. 나에게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그러다가 떡볶이를 다 먹고, 밥을 볶아달라고 하면서 잠시 물을 떠 왔다. 그리고 남은 떡볶이를 집어먹는데, 떡볶이 2개가 유난히 하얀 것 같았다. 뭐지? 하면서 날름 먹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조용했다. 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남은 떡볶이를 집어먹는데, 친구들이 계속 안 먹고 있었다.

 

"뭐야! 왜들 조용한 거야?!"


다들 킥킥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로 쳐다본다. 더 추궁하려는 찰나에, 볶음밥이 나와서 한창 또 밥을 볶아먹는 찰나, 친구 한 명이 덜어놓은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가 뜨겁다며 다시 접시에 뺀다. 나는 "어후~ 드러~ 뭐하는거야, 이 美친 녀석아! ㅋ"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 몇 명이 이야기한다.


친구 1) "야, 재진 ~ 떡볶이 맛있냐?"


친구 2) "너, 아까 먹은 떡볶이 유난히 하얗지 않았어? 쟤(방금 떡볶이 뱉은 애)가 입에 넣어서, 떡볶이 소스 빨아먹고 다시 뱉은 떡..... 네가 먹은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

그날부터 한동안 나는 더 이상 떡볶이를 먹을 수 없었고, 친구들과 뭔가를 먹으러 가면 잔뜩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틈틈이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했다. 이것이야 말로 소위 "먹뱉"인가. 하하. 너무 더럽고, 요즘 같은 시대라면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라며 당장 떡으로 따귀를 때릴 수 있는 만행이겠지만, 당시에는 참 재미있던 추억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한 명과 만날 일이 있어서, 고등학교 앞 분식집에 몇 년만에 간 적 있었다. 주인 아주머님이 그대로였다. 인사 드렸더니, 바로 날 알아보셨다.


주인 아주머니 : "어? 학생, 몇 년전 여기 졸업한 학생이구나? 대학생 되었겠네? 아이구~ 반갑다."


나 : "네, 아주머니, 잘지내셨어요? 와~ 어떻게 저를 바로 알아보셨어요?"


주인 아주머니 : "당연히 기억하지, 너 약간 특이하게 생겼잖아. 그리고 행동도 특이하고."

.

.

.

주인 아주머니의 의미는 '너, 다른애들보다 멋있잖아'라고 말씀하셨을거라고 혼자 뇌이징(?)을 하면서, 역시나 배꼽 잡는 친구를 계속 설득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가끔 떡볶이를 먹다 보면,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분식집도 생각난다.


모두, 잘 지내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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