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갈등을 피하고 모두와 잘 지내고 싶어 했죠. 그래서 누군가 저를 질투했을 때, 저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심지어 저의 약점까지 드러냈습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않은 인간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가 생각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의로 나눈 지식과 경험들이 오히려 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공유한 정보를 이용해 저를 더욱 질투하고, 심지어 제가 털어놓은 약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느낀 배신감과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저의 순수한 의도가 이렇게 이용당하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사람'에 대한 제 신뢰가 무너지는 걸 느꼈고, 저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제 인간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이 크게 바꾸었습니다.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은 필요 없어.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제 친구 관계를 '깊고 좁게' 가져가기로 결심했죠.
이런 결정은 제 일상생활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오직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공개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친한 친구들에게만 보이게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내 사람들을 위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보다는, 새로운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사람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
라는 방어적인 마음이 제 행동의 진짜 동기였던 거죠. 겉으로는 '깊고 좁은' 관계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새로운 상처로부터 저를 보호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것이 저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립의 시간 동안 저는 점점 더 외로워졌고, 제 안의 무언가가 메말라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환점은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제게는 친한 지인 A가 있었는데, 어느 날 A가 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다른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미 인간관계로 인해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고, 이 소식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충동적으로 A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습니다. 꽤나 모진 말들을 내뱉었죠. 사실 돌이켜 보면 A의 잘못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제 마음의 상처와 불신이 그를 향해 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A는 제 폭발적인 반응에 평온하게 대응했습니다. 그는 일단 제 말을 다 들어준 뒤, "알겠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직접 만나서 이야기 좀 할까?"라고 제안했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저는 제가 그렇게 모질게 말했던 배경, 즉 제가 겪은 상처와 그로 인한 불신, 그리고 현재의 힘든 상황들을 털어놓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은 A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좀 위태로워 보여.
마음의 문을 그렇게 닫아버리면,
너를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줄 수도 있어.
그의 우려 섞인 충고는 제 마음 깊숙한 곳을 울렸습니다. 제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만든 방어벽이 오히려 저를 고립시키고, 제게 소중한 사람들마저 밀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명심해.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는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 자신을 숨겨버리면,
너의 진심을 알아봐줄 사람 역시 만날 수 없을 거야.
그제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선호한다고 믿었던 것은 사실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받을지 모르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것을요. 저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게 되었죠.
먼저, 저는 이 세상에 분명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려면 제가 먼저 용기를 내어 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숨는 건 답이 될 수 없었어요. 오히려 더 당당하게 제 모습을 보여주고, 제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지난 상처 때문에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는 게 얼마나 제 삶을 좁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관계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만약 제가 상처받을까 봐 계속 숨어만 산다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도 더 균형 있게 바뀌었습니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고 무리하지 않고, 대신 많은 사람들과 가볍게 교류하면서도 특별히 가까운 친구들과는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는 '많은 사람들과 얕게 아는 관계'와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아는 관계'가 서로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오히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많은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지내면서도, 동시에 제게 특별히 소중한 친구들에게는 더 깊은 믿음과 애정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 제 삶도 좋은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더 이상 상처받을까 봐 제 자신을 숨기지 않아요.
대신, 진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용기 내어 제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가까운 친구들과는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이 무조건
다시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상처와 실망을 경험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자기 보호를 위해 벽을 쌓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벽이 너무 높아지면, 우리 인생에 찾아올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까지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찾아올 수 있는 귀인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행복한 만남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용기를 내어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세요. 그 속에서 여러분은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관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상처를 딛고 일어나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