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은 모든 말은 처음부터 유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유언라는 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유서를 쓴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왜 죽음을 앞두고 무언가의 말을 남기고자 할까요.
죽고 나면 기회가 없으니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그제야 하겠다는 것일까요.
우리는 언제 죽을 지 모릅니다. 그래서 평소에 죽음에 대해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삽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을 내일로 미룹니다.
그러다 어느 내일의 죽음에 직면한다면, 하지 않은 숱한 오늘의 말들이 갑작스레 유언이 되겠죠.
하고 싶은 말과 해야하는 말 모두 유언입니다.
오늘의 말을 오늘 다 한다면, 당장에 죽음이 닥치더라도 제게 남은 유언은 없을 겁니다.
모든 말을 그때그때 할 순 없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너무 멀지 않은 때에 이렇게 유서로 남기고자 합니다.
유서를 받아보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부고가 도착하지 않았으니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자주 받아보게 될 유서가 당신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편지로 조의금을 대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자 수 만큼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저 다 채우지 못한 여백만큼 응원해주신 것으로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