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면허가 필요하다. 운전의 제1목적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차량을 이동시키는 것이기에, 스스로의 안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을 현저히 낮춰야 한다. 그래서 충분한 이론 숙지와 연습장에서의 실습이 필요하다. 운전을 제대로 가르쳐 줄 강사도 필요하다. 면허는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물론 이런 과정 없이 운전대 잡고 바로 운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도로에 나와서 계속 운전하면 운전을 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차는 반드시 망가질 것이고 타인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본인이 다칠 것이다. 이건 또 하나의 폭력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사전 준비 없이, 생각 없이 빠르게 실행부터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다치게 하고 피로하게 만든다.
그들은 연습 없이 차를 모는 운전자와 다를 게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반성 없이 어디서 주워들은 '시행착오를 많이 해봐야 성장한다'라며 나이키의 'Just do it!'을 외친다. 그 시행착오로 생긴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고민 없이 실행해서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은 시행착오가 아닌 그냥 멍청한 실수다. 고민도 없이 실행이 최고라 외치며 빠르게만 하려고 하니까 오타를 내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낭비를 하거나, 실행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등 다양한 '실수'가 발생한다. 한번만 생각해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실수를 하는 것이다.
그 실수를 수습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퀄리티도 놓친다.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신경을 써야 하기에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도 소모된다. 그냥 하는 일은 오히려 전체적으로 느리고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 여기에 낭비된 비용을 흔히 멍청 비용이라 한다.
배움은 실패에서 배우는 거지 실수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선택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실행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실패하면 '왜 안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반대로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게 되면 그냥 '다시 그런 실수 안하면' 된다고만 여기게 된다. 배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실패보다 성공에서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이기는 경험이다. 좋은 실패와 성공은 한 끝 차이다. 한 번 성공하고 이기게 된 경험은 그 사람에게 성취감과 다시 도전할 힘을 제공한다. 스스로를 믿게끔 만들어 준다.
생각 없이 실행해서 실패한 다음 시행착오라고 포장하지 말고 어떻게든 깊고 넓게 고민해서 성공시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명심하자. 당신이 가진 차량은 한 대다. 차량을 수백대 가진 게 아니라면 서툰 시행착오는 오히려 독이다. 요즘 시행착오라는 말이 너무 오남용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