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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Oct 09. 2023

이제 김대표는 아니지만

에필로그


500일의 스타트업, 그 후

스타트업의 광풍이 불었다가 다시 사막이 찾아온 요즘, '지금도 김대표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렇지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애크하이어" 형태로 갑자기 "김대표"에서 "김팀장"으로 전환되어 버리는 바람에, 김대표 시절의 일들을 얼마 전에야 이력서에 업데이트했다. 500일, 햇수로 2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일들을 내 손으로 만들었고 그 경험들이 남아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굵직한 일들 덕분에 생각과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그중 제일 달라진 3가지 생각은..



못할 일이 없다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었어도 A부터 Z까지 진행해보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파트에서의 일과 해결방법을 대강은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도, 지금 최선의 방법을 빠르게 실행해 보고 수정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어떤 일이든 꾸준한 학습 없이 영원한 전문가는 없으며, 일하는 방법만 안다면 어떤 직무든 기본과 트렌드를 습득하고 매일 개선해 나가는 게 최선일 때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업데이트된 버전의 내 이력서를 보신 한 임원분은, "어떤 일이든 다 해내겠구나" 싶었다는 코멘트를 남기셨다.



두렵지 않다

마케터로서의 가장 두려운 건 "내 제품이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회사에서 접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일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직무에서도 사내 정치, 상급자와의 관계, 내 존재증명, 그렇지만 적당히 또 챙겨야 하는 워라밸, 회사 사정으로 인한 희망퇴직 등도 회사원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필연적으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이 일도 결국 해낼 것이고 아니어도 못할 게 없기 때문에, 이 회사의 일도 그저 새로운 경험이자 재미이고 두려울 게 없다.



졸업의 순간이 있다는 걸 안다

지금은 재밌고 평생 할 수도 있다 싶은 일과 사람들이어도, 졸업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게 된다. 경험할 수 있는 헬스케어 마케팅미디어와 유통채널을 모두 경험한 후 창업했던 것처럼, 창업과 신사업 기획에도 졸업의 순간이 있다. 이렇게 완벽한 팀은 없겠다 싶었어도 어느 순간 하나둘 떠나는 것처럼.

많은 걸 경험해서 하는 자연스러운 졸업도 있지만, 시장이, 함께하는 조직이, 내가 준비가 안되어서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자퇴 느낌의 졸업도 있다. 물론 당황스럽지만 '어쨌든 이것도 배움이고 졸업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또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김대표는 아니지만

그리고 창업으로 1년 6개월, 애크하이어로 업무한 1년 6개월, 총 3년 만에 스타트업의 세계를 졸업하고 다른 업계와 직무로 떠나게 되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10년 남짓의 커리어, 그중 지난 3년이 특히 얼마나 굵직한 배움을 주었는지 지금은 더욱 깨닫게 된다. 이제 김대표는 아니지만, 언제든 김대표가 될 수 있는 마음으로 임하는 회사생활은 좀 더 넓게 멀리 보이고 재밌다. 이 세상의 모든 대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항상 응원과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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