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는 곰의 심정이다.어떻게 된 일인지 평생 공부하며 산다. 매번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어느 재단의 부탁을 받아 매뉴얼을 집필하거나, 정책 연구 보고서 작성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댕~댕~ 종소리가 울렸다. 10년이 넘었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직장인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365일 컨디션이 좋으면 끊김 없이 공부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매 순간 건강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직장, 가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평일에는 퇴근 후 저녁식사하고 가족 챙기다 7시부터 공부할 수 있다. 근데 10시 정도 되면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다. 11시 30분까지 작업을 더 하고 귀가한다. 처음에 가득했던, 폭풍 같은 동기와 설렘이 이끈다면 지속할 수 있겠지만, 공부가 원대한 다른 목적을 위한 건 아니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금요일 퇴근 후 3시간, 토요일, 일요일 계속 스터디카페에서 보고서 작업을 하고 있다. 낮인지 밤인지.
의지로 의지를 끌어내려고 하면 꺾인다. 도전을 시작했으니 끝내야겠다는 마음.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으로 다스려야 끌어내진다.
내년 여름까지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습관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다행인 건 아직 내 작품에 대한 설렘과 욕심이 있다는 거다. 정직하고 진정성 있으면서 내 분야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다.무엇보다 나 스스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결과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내년 여름, 활짝 웃게 되기를. 비로소 쉴 수 있기를. 비로소 우리 집 아이들의 전폭적인 Learning 메이트가 될 수 있기를.
건강 집밥 먹기.
걷기.
숙면하기.
쓸데없는 말 줄이기.
주변 환경 심플화하기.
작품에 대해 생각하기.
주변에 욕심부리지 않고 물 흐르듯 놔두기.
꾸준하기.
내 것에 욕심 갖기.
나를 돌보기.
감사함 갖기.
집에 귀가하려는데 60대 후반의 스터디카페 여사장님께서 고구마 맛탕을 가져가라 하신다. 타인과 말을 섞지 않는 편이다. 스터디카페 여사장님은 항상 내게 말을 거신다. 농사가 잘되었다며 가지, 고구마, 수박을 가져가라 하신다. 어느 날은 방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며 먼저 먹으라 하신다.
조심스럽게 건네는 고구마 맛탕을 감사히 먹겠다고 했다. 집에 있는 아이들 주겠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애가 있었냐고 하신다. 평일 저녁과 주말내내 공부하는 모습만 보시니 미혼이라 생각하셨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