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거나 인생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이라면 나 역시 그럴 수 있다.
윌리엄 해즐릿 (William Hazlitt)
교육기관에서만 줄곧 재직하던 내가 사업을 해보겠다고 처음 입을 뗐을 때, 주변에서는 아연실색하는 사람 천지였다.
돈은?
되겠나?
아이템은?
소비자는?
웃기고 있네.
회사 그만두고?
물론 당시엔 한 귀로 흘려버린 말들이었다. 분명한 확신이 있다면 도전은 언제나 옳다. 남들의 의견은 의견에 불과하므로 흘려들어야 할 말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동안 겪은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 철저한 준비가 없이 시작하는 사업은 결코 수월하지 않으며 생각지도 못한 비참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로 바뀌었다.
얼마 전 내가 거주하는 울산에서 예비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최종 검토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 심사가 있었다. 평소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나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 지원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사회적 기업. (Social Enterpreneur)
사회적기업 또는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는 주로 사회적 목표를 가진 사업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공공의 이해를 위해 수행되며, 이윤 극대화가 아닌 특정한 사회 경제적 목표 달성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 위키백과
지극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보다 훌륭한 단어가 있을까 싶다. 사회적 기업은 공공의 이해를 위해 수행되며, 사회 경제적 목표 달성을 최종 목적으로 한다. 이윤의 극대화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첫째 아들이 태어나서 열심히 돈도 벌어야 하고 사업도 확장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지만, 나의 추구하는 가치는 항상 사회적기업'적'인 것들이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기업에 대한 불순한 내용들을 제하고라도,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한 획을 긋는 것 아닌가 했던 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사업은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으로까지 확장시키는 건 자본이나 아이템 선정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지역, 문화, 위치 선정, 소비자 관리, 직원 관리, 세금, 보험, 임대료 등등 생각할 게 엄청나게 많다. 이런 부분들을 모두 고려해야 사업이란 걸 한 번쯤 해볼 용기가 생긴다. 그 중에 80%이상이 7년 안에 문을 닫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바쁘고, 정신 없고, 욕이 나오는 일이다. 그럼에도 옳다. 뭔가 한 번 도전할 거리를 만들어본다는 건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얼마나 훌륭한가? 나만의 이득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이해를 생각하며 사회 경제적 목표 달성이 최종 목표라면 말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창업 그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사회적기업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질문을 받을 때, 심사위원 중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경험을 쌓으셨다고 하는데, 그럼 혹시 청소년 상담이라던가 자격증 같은 건 있으신가요?”
나는 질문을 던진 심사위원에게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심리학에 기반한 마인드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고, 다양한 과정을 통해 마인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훈련을 10년 넘게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러니까 자격증은 없으시단 거네요.” 라고 되물었다.
“예,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불합격했다.
내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총 3개다. 청소년 심리상담과 부모 심리상담에 관련된 자격증이다. 그러나 “없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자격증은 내가 청소년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할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 중에 경청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고,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 중에 청소년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불필요한 자격증 따위 있어서 무얼 하겠단건가? 어디까지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떨어졌을 테지만, 공공기관의 획일적인 업무 처리방식에 대한 실망감과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결과에만 치중하는 관행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건 분명하다.
사회적 기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나 예비 사회적기업이라고 적힌 명함을 갖고 있는 분들을 한번씩 만나보지만, 정말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회사나 조직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이거다!" 하는 회사는 찾아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국가나 사회 제도뿐만 아니라 모든 운영체제가 그러하겠지만, 기업은 기본적으로 오너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기차가 같은 속도와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고 했을 때, 아무리 시작점이 같다 하더라도 방향이 어긋나면 게임은 끝난다. 0.1도만 어긋나도 어마어마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기 전에는 기준에 부합되는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예를 든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번째로 창조성이다.
글을 쓰는 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같다. 일반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다.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지만,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무엇인가를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렇다 할 방향성도 없이 운영되는 기업은 없다. 목표와 가치기준점이라는 게 존재한다. 사회적 기업은 거기에 추가적으로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로 시작했다면, 우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다.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전에,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정확한 목표점과 가치관을 갖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사회에, 혹은 누군가에게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두번째로 ship(정신)이다.
사회적기업의 설립은 전문 경영인(Chief Executive Officer)이 하더라도, 운영은 반드시 사회적기업가 정신(Enterpreneurship)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로 말미암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nterpreneur가 아니다. ship이다. ship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통용되는 정신이다. 사업가든, 직원이든, 세일즈맨이든, 작가든, ship은 mind를 대변하는 정신세계다. ship이 부족하면 사업도 어렵다. 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ship이 부족해서 실패경험이 많았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음에 ship을 채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운동, 아내와의 대화, 다양한 독서를 통한 영감, 감동스러운 경험과 삶에서 종종 찾아오는 여운이 남는 깨달음에서 ship을 얻는다.
작가로, 강사로, 푸르덴셜의 라이프 플래너로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는 분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 분들과 나누는 시간의 밀도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생각의 속도, 사업의 속도, 혁신의 속도가 무척 빠르다. 배울 점이 많고, 훌륭한 정보도 많이 갖고 있다. 그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 모든 것들은 내게 writership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서 글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 준다. 물론 훌륭한 사람들만 소재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잠결에 해골에 고인 물을 떠먹고 도를 깨달았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글을 쓴다는 건, 지금보다 나아지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인고의 훈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취미나 훌륭한 배움 정도로 끝나버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세계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기회이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건 내면을 한층 더 깊고 세밀하게 연단해가기 위한 과정에 몰입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훌륭한 학벌, 훌륭한 직장과 같은 수많은 장점들과 도구들을 갖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할지라도, 마음에 창조성과 ship이 살아있지 않으면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회사나 조직인가를 따져봤을 때 "이거다!"하는 회사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당신의 내면이 한층 더 깊어지고 고개 숙일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