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 별

by 전대표

25살 때 아프리카에서 만난 하늘은, 그야말로 깨끗하고 투명한 하늘이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그 하늘 아래에서 수없이 걷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 멀리 커다란 느티나무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이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별들이 하늘에 눈부시게 펼쳐졌다. 어느 순간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게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별들이.


아프리카에서 만난 친구 아니스트는 16살이었다. 뚱뚱한 데다 동작이 느린 아니스트는 장난꾸러기였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싶은 날에도 다가와서 "나가서 놀자"하고 꼬셔댔다. 하여간 그렇게 아니스트를 따라 나가면 뭐라도 재미있는 일이 하나쯤은 생겼다.


하루는 아니스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그의 집은 판잣집보다 조금 나은 집이었다. 그럼에도 귀한 손님이 온다고 여동생과 할머니가 닭고기를 만들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둘러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하필 전기가 나갔다. 새까만 얼굴만 가득한 곳에서 촛불을 피우니 눈동자만 반짝거렸다. 나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불이 꺼진 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촛불만 켜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날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


그 무렵, 새벽 2시만 되면 잠에서 깨어났다. 불면증도 없고 우울증도 없었는데 2시만 되면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4시만 되면 잠이 쏟아졌다. 그 2시간 동안 밖에 나가서 아프리카의 하늘을 바라보는 데 시간을 보냈다. 캄캄한 아프리카의 하늘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었는데, 그 많은 별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밝았다. 캄캄한 아프리카 대륙이었지만, 별빛 덕분에 손과 발이 환하게 보일 정도였다.


아프리카의 하늘에는 별이 많다. 깨끗한 하늘 위에 무수하게 떠 있는 별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아프리카의 하늘만 주머니에 담아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25살의 전준우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고, 그때 만났던 아프리카의 하늘도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25살에 전준우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 아내는 어느덧 35살이 되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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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에 시집와서 고생만 했던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예쁜 동생처럼 곁에 있어준 아내에게, 아프리카의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프리카의 하늘에 떠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처럼, 아내의 미래도 그렇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가난하고, 더럽고, 친절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깨끗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내 곁에 없지만, 그 때 그들처럼, 그때 그들의 눈동자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하나 둘 생겨나고 있음에 감사하다.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빛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조언이 내 마음에 길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격려가 내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프리카의 별과 같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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