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배가 출출해서 회사 근처에 위치한 핫도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깨끗하고 맛있어서 상권이 활성화된 시내에 위치한 매장은 늘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핫도그 매장을 검색해 보니 마침 근처에 있었고, 손님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종종걸음으로 매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분이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 파리가 날리고 있었다. 그에게 물어봤다.
“오늘 장사합니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사장이 이야기했다.
“하죠.”
별 걸 다 묻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물어볼 만했다. 다시 되물었다.
“핫도그 팔아요?”
“팔죠.”
“하나 주세요.”
사장이 말없이 핫도그를 만들었다. 다 만들고는 “2,000원요.” 한다. 계산을 하고, 잘 가라는 말도 없이 뒤돌아서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첫 방문은 아니었다. 이전에 아내랑 그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앞에는 중년 여성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 핫도그를 받고는 크기가 좀 작았던지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시내에는 핫도그가 이것보다 크던데, 여기는 좀 작네요.”
“그럼 이제 여기 오지 마시고 거기 가서 드세요.”
우리 집 근처에는 30년째 손님으로 붐비는 무척 허름한 국숫집이 하나 있다. 처음 국수를 먹으러 갔을 때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절인 줄 알았다. 어찌나 손님이 많은지 3,000원짜리 국수 한 그릇 먹으려고 갔다가 20분을 넘게 기다렸다.
그런 식당은 많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경북 안동에는 늘 손님으로 붐비는 고깃집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장사를 시작했다가 망해서 나가는 위치였다. 결코 장사가 잘될 수 없는 위치인데도 항상 손님으로 붐볐다. 돼지고기 맛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대단히 탁월할 리도 없는데 무슨 비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명절을 맞이해서 안동에 갔다가 그 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사장님도, 아르바이트생들도 인사를 너무 잘했다. 누가 들어오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누가 나가면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했다. 고기를 구워서 먹는 동안 인사를 200번은 듣는구나 싶었다. 절대 장사를 하면 안 되는 위치에서 소위 대박을 치고 있었다.
장사가 안 되는 집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위치가 좋지 않아서, 가게가 허름해서,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장사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위치의 문제가 아니다. 장사꾼 기질, 능력, 섬세함의 문제도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맛이 없어서, 서비스가 좋지 않아서, 불친절해서 장사가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 왜 맛이 없는가?
· 왜 불친절한가?
· 왜 서비스가 좋지 않은가?
장사가 잘되는 집은 무척 잘되고, 그렇지 않은 집은 계속해도 안 된다. 이유는 하나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장사가 안 되는 곳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장사가 안 되는 집은 마음의 온도가 낮다. 마음의 온도가 차갑기 때문에 손님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발걸음을 끊는다. 결국 장사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 정해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 깨끗한가?
· 친절한가?
· 적당한 가격에 정직한 1맛이 있는가?
식당에 갈 때는 이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한다. 비싸고 양도 적은 데다 맛도 없는 곳, 지저분한 곳, 친절하지 않은 곳은 대부분 마음의 온도가 낮다. 그런 곳에서는 밥 먹다가 내 온기까지 다 빼앗겨버릴지도 모른다. 일단 한 번 가보고 세 개 중에 하나에 해당된다 싶으면 다음부터는 절대 가지 않는다.
말에는 온도가 있다. 따뜻한 말에서는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고, 차가운 말에서는 차가운 온도가 느껴진다. 그래서 차가운 말을 반복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이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이 도움을 얻는다. 나쁜 말을 들은 밥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곰팡이가 생기고, 격려와 사랑의 말을 들은 밥은 시간이 지날수록 푸른곰팡이가 생기는 영상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좋은 예다. 어떤 일에든지 마음을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입기 마련이다.
마음의 온도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나, 마음은 외부로부터 흡수되는 지식과 정보, 지혜로 말미암는다. 따뜻한 지식과 정보와 지혜를 만나다 보면 마음도 따뜻하게 변하지만, 차가운 지식과 차가운 정보, 지혜롭지 않은 사상이나 철학을 갖추면 엉뚱한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결국 모든 일의 원인은 마음의 온도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사람, 나이, 직장에서의 위치, 커가는 아이들 등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결코 변화할 수 없는 부류의 것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 내가 경험한 과거의 기억
· 신뢰의 세계
붉은 노을을 하늘에 흩뿌리며 사라진 태양은 내일 또다시 떠오를 것이고, 달도 그러할 것이다. 매일 만나는 태양과 달과 별의 모양이 그러하듯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 과거의 기억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뢰의 세계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 영역들 중 하나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존재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어도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뢰는 무척 중요한 범주 안에 속해있는 세계다.
한국에 코카콜라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콜라를 마시면 속이 새카맣게 변한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코카콜라를 먹고 속이 새카맣게 변한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없다. 백화점에서, 대형 마트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코카콜라를 구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믿고 마실 수 있는 탄산음료 중에 하나다.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개인이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코카콜라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탄산음료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할 때였다. 일단 출시되는 순간 대박이 터지는 시대였다. 지금보다 선택의 폭이 좁았기 때문에,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시장에 내놓은 그 순간부터 엄청난 속도로 판매되었기에 신뢰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제반비용과 마케팅 비용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1인 기업인, 혹은 자영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지나 조금씩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때 올바른 신뢰도를 구축해두지 않으면 반드시 어려움을 겪는다. 공급이 있는 한 수요는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무를 수는 있다. 그러나 반드시, 반드시 어려움을 겪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음을 톺아보는 분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온도가 낮아 신뢰할 수 없는 사람 혹은 조직을 꿰뚫어 보기 마련이다. 시장이든, 개인이든,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손님이 끊기는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고, 기업인이나 사장이라면 노조의 반발 혹은 소비자의 외면이라는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나에게 2,000원짜리 핫도그를 판매한 젊은 사장은 핫도그를 판매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으나, 핫도그만을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우리 매장은 불친절하고 인사도 하지 않으며 핫도그도 다른 매장보다 작습니다. 저희 매장에 오기 싫으면 굳이 안 오셔도 됩니다." 하는 무언의 불편함까지 동시에 판매했다. 당연히 나는 두 번 다시 그 매장에 가지 않았으며, 심지어 핫도그를 사 먹은 그날 본사에 컴플레인 메일까지 보냈다.
상당히 빠르게 성장한 프랜차이즈 기업이었다. 내가 방문한 매장의 점주는 나에게 불쾌감을 선사했으나, 본사로부터는 '두 번 다시 오늘과 같은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본사 측에서 직접 방문하여 철저하게 점주를 교육할 것이며,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하여 상당히 송구스럽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고객님의 경험이 저희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있어서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말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내가 방문한 매장이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장사가 잘 되었을 수도 있고 안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매장을 날아다니는 파리의 숫자는 내가 2,000원짜리 핫도그를 사 먹던 그때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100% 확신한다. 고객은 핫도그를 먹는 게 아니라 핫도그 안에 들어있는 따뜻한 소시지를 먹는다는 사실을 그 젊은 사장이 알았더라면, 자신의 경영방식이 결코 옳지 않았다는 것을 어느 순간에는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