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데 있어서 필요한 3가지 중 마지막은 적절한 자료 수집이다.
인내, 끈기, 해낼 수 있다는 간절한 믿음, 소망,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인내도 필요하고, 끈기도 필요하고, 믿음도 필요하고, 소망도 필요하고, 희망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는 게 글쓰기이고, 나아가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필요한 것들은 실제적인 능력이다. 결과를 내야 하는 그게 뭐든지 간에 인내와 끈기만으로 해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은 애매하고 단순한 긍정적인 자기 암시만 하는 마인드셋이 아닌, 진짜 결과를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능력이다.
글쓰기는 뭉텅이 시간이 필요하다. 집중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뭉텅이 시간을 활용해서 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적절한 자료 수집이다. 글과 책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다. 의견을 주장하려면 반드시 논증의 과정이 필요하다.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논증이 없다면 그 주장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읊조림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적절한 자료수집을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신뢰성을 높이고 논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스가 위대한 국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찬란하게 꽃 피운 것 외에도 기하학을 통해 증명, 논증의 과정을 일반화한 것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기하학은 그리스인이 만든 독창적인 지혜의 산실이자 학문이기 때문에 기하학이 없었다면 수학도, 연역추리 기술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기하학을 통해 논증과 증명이라는 과정을 일반화했고, 이는 곧 추상적인 원리와 정보 지식이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다.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되도록 많이 수집할 필요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500권의 책을 읽는다는 지知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많은 정보를 재가공하여 하나의 원고로 써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료라고 해서 한 가지 방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문,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칼럼, 논문, 강의, 자신의 경험, 교훈, 주변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참고할 만한 주제 등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는 게 자료의 장점이다. 다만 훌륭한 재가공은 저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일반적인 주장은 오류가 많다. 소셜미디어의 폐해이기도 하다. 신뢰할 수 없는 카더라 정보는 사람들 간의 믿음을 붕괴시키고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좋은 식재료가 있어야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듯이, 좋은 글에는 좋은 자료가 필요하다. 글을 쓸 때 올바른 논증을 하기 위해서는 질적으로 훌륭한 자료수집이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