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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부인 Oct 11. 2018

세월을 말해주는 것들

첫눈에 반했던 신혼집에서의 1년.


곧 결혼 1주년이다. 벌써 일년이라니, 놀라는 순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의 비중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영원히 순백색일 것 같은 우리집 부엌 서랍장들에 묻은 나의 손때나 계속 늘어나는 살림살이를 보며 놀라는 순간 같은.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본다. 다 지어지지 않은 미완성 상태에서 처음 보았던 새 집. 기분 나쁘지 않은 새 집의 냄새, 커다란 창을 통해 느껴지는 바람의 촉감, 세련된 주방과 화장실 타일을 보고 느꼈던 만족감, 건식으로 쓸 수 있게 짜여진 독특한 화장실 구조에 대한 기대감 같은. 그 모든 것들에 반해 선택했던 우리의 첫 신혼집.


남편이 먼저 이 집에 들어온 게 작년 7월이었으니 벌써 1년이 하고도 3개월 정도를 이 집에서 살았다. 처음 보았을 때 나를 사로잡았던 정갈한 화이트 컬러의 빌트인 서랍장이나 냉장고 문에 손때가 남기 시작했고, 세련되게만 느껴졌던 샤워실 유리 칸막이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가득하다(이 얼룩 어떻게 지워야 할까? 정말 모르겠다). 처음 신혼집을 보러 다녔을 때 누군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면 느껴졌던 생활의 냄새가 싫어 새 집에 들어온건데. 이젠 우리 집에도 그 생활의 냄새가 난다. 신혼 초기 엄마가 이 집에 오셔서 하신 말이 생각난다.


"와. 신혼의 향기가 나네."


그땐 마트에서 산 9천원짜리 싸구려 디퓨저만 놓아도 꽃향기가 났는데, 왜 요샌 9만원짜리 향초를 피워도 냄새가 가시지 않을까? 이게 세월의 냄새 같은 걸까? 1년만 살아도 이런데 10년, 20년이 지나면 이 집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내년 7월이면 떠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우리가 떠나고 남을 이 집에 들어올 다음 세입자가 궁금하기도 하고, 몇 년 후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예쁘고 안락하게 신혼을 보낼 수 있게 해 준 우리집, 헤어지기 전 까지 좋은 추억 많이 쌓자.  

더 더럽히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볼게!






가구가 얼마 안 들어왔을 때 찍어둔 미니멀리즘 그 자체의 신혼집 사진을 오랜만에 다시 본다. 처음 봤을 때 우리를 사로잡았던 거실창. 이 커다란 거실창에 반해 이 집을 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파 위에 저 조명도 원래부터 달려있는 것! 말 그대로, 인테리어가 따로 필요 없는 집이라 좋았다.


커텐도 거실 테이블도 들어오지 않았을 때의 모습. 커텐봉이 거실에 누워있다 ㅋㅋ



그 다음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바로바로 화장실... 문 색깔 하며, 타일하며, 독특한 구조하며, 다 마음에 들었음. 하지만 역시나, 생활을 해보니 저 예쁜 세면대는 쓰기 불편하다^^:;


그리고 또 하나. 센스 있는 현관문 색깔과 숫자 글씨까지... 이 집 떠날 때 정말 여러모로 아쉬울 것 같아. 소파 위에 붙어 있는 조명도 원래 이 집에 달려있는 것! 말그대로 인테리어가 필요 없었던 집:)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로 꾸며진 신혼집. 정말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 센스에 반했다!



2018.10.10 자유부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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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기획자
낮에는 패션회사 마케팅팀 대리로 일하다 밤엔 자유부인이 되어 결혼 후의 일상과 단상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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