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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Dec 21. 2018

독립 2년차를 보내며

일과 가정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


올 한해를 정리하면서
일과 가정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 봤습니다.


일.


‘ 기회를 찾아 나서서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을 때의 대처가 더 중요하다'

2017년 독립 1년차


1년차는 지금까지 해왔던 디자인 서비스

이 외에 것들에 에너지를 쏟는 시기였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한 상품화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발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사실 그게 퇴사의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구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를 적고 잠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 아이디어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내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남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그저 즐거웠습니다. 조직에 속해 있을 땐 못했던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풀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동안 머리 속 깊숙히 숨어 있던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한꺼번에 꿈틀대며 튀어 나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차의 일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사업이 될만한, 돈이 될만한
아이템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시기였습니다.


물론 다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 현실화될만큼 좋은 것들도 있었지만,

너무 추상적이거나 개념적인 아이디어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일년간은 몽글몽글 아이디어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거 하면 될 것 같고,
저 것도 하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뭘 먼저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더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게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그냥 아이디어로 머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그려내는 것은 사실

제품화를 위한 설계도에 불과하다는 것.
소비자라는 목표지점까지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 내 수준의 아이디어는 검색해보면

비슷한 게 너무나 많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디테일이었습니다.
디테일이 결국은 그 아이디어를 

반짝 반짝 빛나게 하는 포인트였습니다.

세밀하고 치밀하게 그 아이디어를 세공해가는 과정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런 이 후 마케팅이나 유통 과정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는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걸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마음시장을 잘 읽고 분석해야 하는데, 

내 아이디어에 취해 그 과정을 게을리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 사업 아이디어들에 추진력이 생기지 않았고, 

그런 시행착오를 계속해 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1년간 좋은 아이디어의 씨앗들을 많이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것들을 매력적 세공해갈 방법을 연구해갈 생각입니다.

 내가 그 역할을 잘 할 수 없다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이나 회사에 분양하거나 외주를 하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2018년 독립 2년차.


1년차에 했던 사업 아이디어들을 더욱 발전 시킬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디자인 브랜딩 서비스’와 ‘상품화’라는 두가지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였지만 결과적으로 디자인과 브랜딩 서비스 프로젝트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1년차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규모있는 프로젝트도 수주하게 됐습니다. 믿고 맡겨주신 분에게 정말 감사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분야라서 진행하는데 있어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다행이 연말에서야 마무리가 되가고 있어 다행이긴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과 브랜딩 서비스의 가치와 내 역량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발휘해 본 것 같습니다. 한계에 맞딱드린 부분도 있고, 장점을 더 살려서 무기로 만들만한 역할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

‘배우고 깨닫고 표현하는 삶'

개인적으로는 배우고 깨닫고 표현하는 기쁨을 안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배우고 깨달았던게 종이 위에 연필로 쓴 것들이라면, 올해는 바위 위에 새겨서 익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을 나 혼자 결정해야 하고, 대부분의 일을 내가 해야하는 상황에 닥치니 더 진하게 배우고, 더 깊게 깨닫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배우고 깨닫는 농도가 높아진 이유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태도 변화로 생각됩니다.


또 하나는 표현하는데 있어 크게 망설임이 없어졌습니다. 어떤 조직의 대변인이 아니라 한 개인이라서, 내 생각을 말하기가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내말에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내 생각을 페북과 인스타에 표현했던 한해였습니다. 배우고 깨달기만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머리 속 생각으로 머물지 않고 그것들을 글이나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게됐습니다.


그런 일들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남들 시선 때문에 버스 벨도 못 누르던 굉장히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페북에 글을 올리는 일은, 마치 광장 한가운데 대중을 향해 말하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하다보니 그런 느낌도 많이 사라지더군요. 읽는 분들의 공감이나 좋아요와는 별개로 표현했을 때의 만족감과 기쁨 때문에 계속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칭찬의 답글을 보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중간 중간 피드를 오염시켰던 똥글들 때문에 피로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이 글을 빌어 용서를 구합니다.


가정.

‘좋은 남편, 아빠가 아니라,

나쁜 남편, 아빠 되지 않기 '

말 안통하는 세살과 떼쓰는 다섯살 애들을 키우는 일은 위위 모든 일들을 다 합쳐도 

감당하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굉장한 체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나이 많은 아빠는 힘에 부칩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면서 하는 생각이 유투브와 마이쮸가 없으면
과연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는 일은 사실 일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도 키우는 일이 놀이일수는 없습니다. 일에는 보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에 보상은 더디기만 하더군요. 눈에 확연히 보이는 보상이라곤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과 말, 웃음 정도인데, 이거라도 없으면 참 막막하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면서, 나를 희생하면서 

지금 당장은 이만큼 밖에 얻지 못하고, 누가 인정도 안해주는 일이 육아말고 또 있을까 싶습니다.


자기 애들 키우는 게 누구한테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자랑할만한 일도 아니란걸 압니다. 당연한거니까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그걸 알기 때문에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부모란 뭘까요?

좋은 남편이란 뭘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도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나쁜 남편, 나쁜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

‘범위는 더 넓어졌지만 밀도는 점점 낮아진다 '

일로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일로 엮인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번 보기도 하는데,
가족들은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일년에 몇번 보지 못합니다.

친구들은 잘해야 송년회나 신년회 한다며 일년에 한번 정도 보는 것 같습니다.
육아 핑계를 대보지만, 스스로 좀 너무 하다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전화할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카톡으로 하다가 전화가 오면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제는 딱히 날 불러주고 찾아와 주는 친구도 많이 없습니다.
일로 인해 스쳐가는 관계망이 넓어지긴 했는데, 정말 가까웠던 나를 잘 아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너무 느슨해졌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다 내 탓입니다.
연말이 되서야 이런 반성을 하게되니 말입니다.


마무리. 

'인생은 계속해서 새로운 그라운드로 옮겨가는 과정'

인생은 계속해서 새로운 그라운드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옮겨 간 그라운드의 모습과 환경은 다 달랐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다가 혼자 독립했던 자취방의 그라운드가 달랐고,
결혼을 해서 꾸린 신혼집의 그라운드는 또 달랐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더군요.

직장의 그라운드에서 독립해서
사업이라는 그라운드에 나오니
또 전혀 겪어보지 못한 세상입니다.

이제야 사업이라는 그라운드에서의 2년차입니다.

3년차부터는 또
어떤 그라운드가 펼쳐질까요?
막막하지만 기대가 더 큽니다.


2019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여러분도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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