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가 그냥 '컬리'였다면 어땠을까?
'쿠팡'이 아니라 '쿠팡마켓'이었다면 어땠을까?
브랜드 네임의 앞이나 뒤에 '마켓'을 붙였는지 안 붙였는지에 따라 각 브랜드가 내린 전략적 결정을 엿 볼 수 있습니다. 마켓컬리는 앞에 마켓을 붙여 온라인 쇼핑이라는 업의 속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컬리너리(Culinary :식문화의)에서 따 온 컬리라는 조금 어려운 단어가 마켓을 붙임으로 해서 훨씬 더 쉽게 느껴집니다.
중간에 '켓, 컬'이 연속되는 거센소리 파열음은 한번 말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발음입니다. 이런 특별한 소리는 부르는 사람의 머리 속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켓'이 붙어 전체적으로 이름이 길어졌지만 '컬리' 단독으로 쓰였을 때보다 장점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확연히 보이는 단점도 있습니다. '마켓'이 붙이면서 쇼핑몰 말고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는 축소된 걸로 보입니다. 쇼핑이라는 테마를 벗어나 다른 사업을 하기에는 좀 어색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게 오히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여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에 비해 쿠팡의 브랜드 네임은 마켓컬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합니다. 마켓이라는 수식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쇼핑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쿠팡이츠라는 배달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과 물류사업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그런 가능성을 염두해 브랜드 네임을 선정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쿠팡'은 그냥 '쿠팡'이지 그 뒤에 '쿠팡마켓', '쿠팡몰', '쿠팡숍', 쿠팡스토어'등의 수식어가 붙지 않습니다. 마켓, 몰, 숍, 스토어 등의 산업을 규정하는 단어를 붙이지 않음으로 해서 앞으로 어떤 사업을 영위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예를들어 쿠팡이 중고거래 앱을 만들어도, 대리운전 어플을 만들어도 심지어 음악 관련 어플을 만들어도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확정성이 큰 이름입니다.
쿠팡의 사례를 생각하니 처음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이 아마존 북, 마켓 아마존, 아마존 스토어 등의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도 짐작이 갑니다. 단순히 온라인 서점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같은 IT사업까지도 염두해둔 이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던 아마존은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확장을 했고, 그 이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해 오히려 그 곳에서 쇼핑몰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을 잘못 지었다면 사람처럼 개명하는 것도 검토해봐야합니다. 그 동안 쌓아온 자산과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막대한 손실이 있지만, 먼 미래를 생각했을 때는 빨리 결단을 내릴 수록 오히려 이득이 될테니까요.
주변에 개명을 한 지인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인도 첫번째 이름으로 살아 왔던 친구와 두번째 이름으로 살아 온 친구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조금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게 기분 때문인지 아니면 이름이 그 친구를 변화시킨 건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이름이 주는 인상과 의미가 한 사람의 인생에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이름만큼이나 중요한 브랜드 네임 또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보다는 조금 먼 미래를 그려며 지어야 합니다. 예쁘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짓는 행위를 넘어서 브랜드의 전략적 판단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사람도 자기 이름대로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대로 된다고 합니다. 우리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앞으로 고객들에게 어떻게 불릴지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브랜딩의 어떤 과정보다 브랜드 네임을 판단하는데 신중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