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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컨셉은 자기 소개가 아니라 자기 결정이다

by 우현수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규정하고, 세상에 선언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브랜드 컨셉’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브랜드 컨셉이 브랜드의 성격이나 분위기, 특징 등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수준에서 접근합니다. 브랜드의 본질과 의미를 단순히 ‘정의’하는 일에 머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브랜드 컨셉을 ‘정의’하지 않고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컨셉이란,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지켜야 할 원칙을 스스로 설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정의’가 브랜드를 외부에 설명하기 위한 언어라면, ‘규정’은 브랜드가 스스로 결정한 방향성과 태도에 관한 언어입니다.


브랜드 컨셉이 단지 “우리는 이런 브랜드입니다”라는 설명에 그친다면, 그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아니라 단순한 자기소개일 뿐입니다.


브랜드는 자기 소개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다음과 같이 자신을 규정하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런 가치를 지향합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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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확한 자기 선언은 브랜드가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하나의 철학과 태도를 가진 존재로 자리 잡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Third Place)’이라는 컨셉을 스스로 규정하고 이를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그 결정은 공간 설계, 직원 응대, 커피 품질, 매장 분위기 등 브랜드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되며 실천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스타벅스를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머무르고 싶은 일상의 거점’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무인양품(MUJI)도 브랜드를 정의하지 않고, 철저히 규정합니다. MUJI는 ‘이름 없는 브랜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본질에 집중한 미니멀한 제품과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브랜드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 간결한 삶의 방식’을 브랜드 컨셉으로 규정하고, 그 기준을 제품 디자인, 언어, 공간, 가격 정책까지 일관되게 적용해 왔습니다. 소비자는 MUJI를 단순히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삶의 태도와 철학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스타벅스와 MUJI가 브랜드 컨셉을 단지 정의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과 같은 브랜드 파워는 만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소비자는 단지 설명을 ‘듣는 데’ 그쳤을 것이고,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깊이 있게 공감하거나 참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실천 방식을 규정하고, 그것들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때문에 브랜드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를 신뢰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고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이처럼 설명의 언어인 정의가 아닌, 실행의 언어인 규정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브랜드 컨셉은 단지 한 문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문장은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기준이 되어, 제품, 서비스, 언어, 시각 표현, 공간,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모든 고객 접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행이 반복되고 누적될수록 브랜드는 하나의 고유한 ‘느낌’으로 자리 잡게 되며, 시장과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결국 살아 있는 존재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이제는 브랜드의 가치를 단지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고객에게 선언하는 적극적인 방식의 브랜드 컨셉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브랜드는 존재의 이유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바탕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규정’해야하겠습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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