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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롱 Nov 23. 2023

선생님, 죄송한데 아세65가 뭔가요?

저 입사 2일차 신규입니다.

 졸업 후 2주간의 꿀 같은 휴식을 마치고 3월 2일부터 출근했다. 그 당시 우리 병원은 요즘 입사 하는 신규 간호사들처럼 직무교육을 따로 받고 병동으로 배정되지 않았다. 프리셉터쉽*도 없었다.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으며 그냥 눈치껏 알아서 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2주 정도 그날의 액팅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일의 루틴을 배우며 혼났다. 날마다 숙제는 쏟아지고 혼나고, 혼나고, 혼나는 날이 계속 됐다.


 나의 첫 발령지는 성형외과 병동이었다. 성형외과 병동은 아침부터 드레싱 전쟁이다. 전공의는 둘인데 드레싱 카트는 하나. 게다가 옆 병동의 메인 과인 신경외과 환자가 우리 병동에 입원 할 경우도 있는데 신경외과 전공의 까지 드레싱 해야 한다고 가세한다면 말 그대로 전쟁터다. 전공의는 말도 안 한다. 내 눈에는 선생님들이 그냥 알아서 척척 전공의 손에 드레싱 재료를 올려 주는 것 같았다.


 입사 2일 차인 나는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데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쓸모없는 존재, 걸리적거리는 존재 같았다. 모두가 드레싱과 인계로 정신없는 시간에 한 환자가 벽과 일체가 되어 있는 나에게 본인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기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저기요 라니. 그래 학생 때 말로만 듣던 언니! 시전 안 하는 게 어딘가! )

“선생님. 731호 김영롱 님 머리가 아프시대요”

“그럼 뭐 해야 돼요? 혈압 측정하고 환자 머리가 언제부터 아팠는지 양상은 어떤지 확인하고 얘기해야죠. 기본 아닌가?”

“네, 알겠습니다.”

 다시 환자에게 가서 혈압을 측정하고 윗년차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이번엔 전공의 노티(noti. 보고. notify의 줄임말)까지 하란다. 이제 입사 2일 된 신규에게. 콜포비아가 있는 나는 전화하기 전부터 두 손바닥에 땀이 흥건 해졌다. 전공의 콜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받기까지 두근두근. 드디어 전화가 연결됐다.

“선생님. 731호 김영롱 님 두통 호소 하십니다. BP(혈압. blood pressure)는..”

내가 말을 채 마지기도 전에 상대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아세65 하나 주세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또 웟년차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죄송한데요, 아세65가 뭔가요?”

죄송할 일이 아닌데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다행히 이번에는 선생님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 사이 내가 어제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신규 간호사라는 걸 생각해 내셨나 보다. 전공의의 오더는 TACE65 1T(알약. tablet의 앞글자를 따서 표기)를 주라는 말이었다. 병원마다 약의 처방 코드가 있고 TACE65는 650mg짜리  acetaminophen 1T(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레놀) 였던 것이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그냥 전달자에 불과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입사 2일 차 신규 간호사가 뭘 안 다고 나에게 전공의 노티를 시킨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나 지켜보려고 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역시 아니다. 입사 2일 차 간호사는 2살 어린이처럼 다뤄줘야 한다. 하나하나 상세히 다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1인분의 일을 해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규시절과 차지 트레이닝을 거치며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다. 남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후배 간호사들에게 내가 겪은 것처럼 하지 말자는 것이다.


1. 존중해 주기
2. 모르면 가르쳐 주기


 지금까지 이 스스로의 다짐을 잘 지키려고 나름 노력 중이다. (나를 거쳐간 많이 이들이 나를 이렇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다.)



*프리셉터쉽(preceptorship): 신규 간호사의 업무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경험 많은 간호사가 붙어 교육하는 제도. 경력 간호사가 밀접 교육을 함으로써 단기간에 의료 및 간호 시스템을 익히도록 하는 취지의 제도. 교육자는 프리셉터(preceptor), 신규간호사는 프리셉티(preceptee)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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