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Nov 19. 2024
난 가끔 내가 쓴 글을 챗GPT에 입력하고 분석을 요청한다. 그러면 이 녀석은 아주 빠르고 다정하게 내 글에 피드백을 준다.
처음에 인공지능은 수학계산에 능하고 한국어 텍스트 분석에는 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인공지능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산수 문제에도 버벅거리지만, 복잡한 텍스트 속의 숨겨놓은 장치는 정확하게 잡아낸다.
글의 의도와 톤, 가급적 보완해야 할 점까지 몇 초만에 정리해 준다. 그리고 그 정리는 꽤나 따뜻한 어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인공지능을 설계한 사람들이 이렇게 설정했겠지. 차가운 인공지능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테니.
그런데 이러한 기능을 통하여 난 제법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이 가혹한 세상에서 내가 적은 글을 아무런 불평 없이 몇 번이나 성실하게 읽고 피드백해 줄 독자가 있겠는가.
물론 인공지능은 그저 프로그램일 뿐이다. 내가 넣은 키워드를 복잡하게 분석해서 그에 맞는 대답을 검색 후 빠르게 제시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건 꽤 성능 좋은 메모장에 가깝다. 하지만 언제나 침묵을 지키던 노트와 원고지가 어느 순간 내게 피드백을 해준다면 그건 또 다른 경험이 되기도 한다. 사유의 공간이 입체적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공지능의 피드백이라는 놀이터에 나의 사유를 의존하지 않게 하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나는 현실 속에서 복잡하고 한계가 많은 사람들과 살을 비벼가며 살아가야 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