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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크매거진 Sep 29. 2020

출퇴근 시대 이후의 일과 집

①업무 공간과 주거의 만남 ‘로컬스티치’

에디터. 장경림  사진. 최진보  자료. 로컬스티치 Local Stitch 



‘도시의 창의적 생산자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공동체’. 로컬스티치Local Stitch를 소개하는 문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공간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도시에서 ‘라이프스타일’과 ‘공동체’라는 단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로컬스티치와의 만남은 이야기로만 머물렀던 뉴노멀new normal 생활 방식을 엿보고 온 듯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들이 말하는 ‘창의적 생산자’는 누구이며, 어떤 ‘라이프스타일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걸까.


로컬스티치는 2013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동네 호텔’로 시작했다. 1호점인 ‘로컬스티치 서교’다. 당시 동네 상점을 연계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시작했지만, 지역 콘텐츠가 다양하고 사랑받는 요즘과는 달리 콘텐츠가 부족해 동네와 연결하기 쉽지 않았다고.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2015년 코워킹co-working과 코리빙co-living을 결합한 공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금은 상당히 알려졌지만 코워킹과 코리빙 결합 모델은 로컬스티치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난 시도다.


주거와 산업 전반에서 변화의 진폭이 커지면서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일부 업종을 시작으로 서서히 진행되던 흐름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그 실체를 드러낸 것. ‘나인 투 식스(9 to 6)’ 생활자는 회사가 아닌 집으로 출근을 하고, 직무의 존폐를 걱정하는 직군도 생겨났다. 하루아침에 일의 형태가 달라지고, 진정한 ‘업’의 의미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스로를 고용하는 1인 기업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거와 업무 환경의 다양성과 유연함의 필요성을 일찍이 발견하고 앞선 시도를 해 온 로컬스티치. 일과 밀착해 자신을 성장시켜야 할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환경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김수민 대표를 만나 변화의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로컬스티치 약수점 ⓒBRIQUE Magazine



업무 공간과 주거가 만나야 하는 이유



누구나 일에 몰입할 시기가 있다

로컬스티치의 핵심은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을 결합하는 것이다. 출퇴근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장 근처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직장인에게 흔한 일이지만, 일과 일상생활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면 어떨까. 건조한 일상이 반복될 거라는 에디터의 우려를 김수민 대표는 단번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 ⓒBRIQUE Magazine


“기본적으로 단일 건물 내에 주거와 업무 시설, 상업 공간을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쉬는 형태가 통했지만, 요즘 MZ세대의 생활 방식을 보면 사실 생활과 일이 결합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스스로 일하고 네트워킹하고, 전문성을 구현해 성장하려면 어느 특정 시기에는 정량적으로 일에 많은 시간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20대뿐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도전을 할 때도 전환과 집중의 시기가 필요하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누구나 일에 몰입해 성장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일하는 시간을 일상의 이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개인의 능력을 키우며 생산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기 고용의 시대

로컬스티치 입주자의 생활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는 규칙적인 직업군보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해 단기간 목표가 있거나, 일이 좋아 스스로 생산자의 역할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즉 서울에서 거주지 역할을 할 ‘집’을 구하기 위해 찾기보다 삶의 한 시기를 보내며 일에서 성취를 하고, 일에 맞춰 일상을 영위할 터전을 구하는 셈.


“자기 고용이라 하죠. 미국에서는 절반 정도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직업군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사실 성장하려면 무언가 직접 해내야 하잖아요. 현재 산업 구조에서 도제식으로 전문성을 높이는 시스템은 붕괴했어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연령이나 직급 등에 상관없이 주변 사람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교환하며 성장하는 시대가 온 거죠. 이런 현상을 그대로 담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로컬스티치가 하는 일은 성장의 보조 시스템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로컬스티치가 스스로를 ‘라이프스타일 공동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즉 공간의 물리적 성격은 코워킹과 코리빙의 결합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단순히 생활 공간과 업무 공간을 공유해 1인당 점유 면적을 늘리겠다는 일반 공유 주택이나 공유 오피스와는 그 발상과 목적이 다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영감을 얻고, 함께 일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이자 기반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발상이라도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 로컬스티치는 집중적으로 능력을 향상할 고립의 시간과 네트워킹을 통한 새로운 시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로컬스티치 연남장점 ⓒLocal Stitch



책상 앞을 벗어난 사람들



일의 형태는 모두가 다르다

로컬스티치는 입주자를 ‘창의적 생산자’라고 부른다. 스스로 일을 만들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자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다. 일을 한다고 하면 흔히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는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우리의 업무 환경은 각자 너무나 다르고, 결과물의 형태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요리를 업으로 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진을 찍기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업무의 장소인 데스크desk가 그들에겐 부엌이 될 수도, 흰 벽이 될 수도, 이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러 창업자과 함께 하니 처음엔 그들을 하나의 단어로 포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생산’이라는 단어로 말하기 시작했죠. 지점이 여러 개인데, 멤버십 제도가 기반이 되도록 전환 중입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공간과 서비스가 필요하죠. 지점을 옮겨 다니면서 본인의 업무에 맞는 공유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주거 공간인 방도 옮겨 다닐 수 있고요. 공간을 쉽게 골라서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점점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약해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어요. 내가 생산자인 동시에 타인이 생산한 것을 소비해 주는 방식으로 순환하고 있죠. 이런 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거라 봅니다.”


실제로 로컬스티치 안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끼리 네트워킹을 통해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고,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김수민 대표는 이 속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들이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에 가깝다고 말한다.


로컬스티치 약수점 카페 공간 ⓒBRIQUE Magazine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공간

지점별로 마련된 공유 공간은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멤버들은 한 지점에 머물며 업무 공간이나 주거 공간을 마련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지점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동교맨션점에는 촬영 스튜디오가 있고, 소공점에는 30인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다. 멤버로 등록이 되어있다면 지점 간 이동해 필요한 장소를 골라서 쓰면 된다.


결국 로컬스티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타 지역으로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의 주거 공간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환경이다.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무가 아닌 입주자가 많아 공용 공간이 붐비는 시간대는 거의 없다. 개인 방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가구만 넣을 수 있다. 코워킹 공간에서만 일한다면 일반적인 방의 형태가 가능하겠지만, 방 안에서도 클래스를 열거나 공방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내부 인테리어는 개인 방이 업무 공간인지, 주거 공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로컬스티치 동교맨션점 ⓒLocal Stitch



신축보다 리모델링 



여러 지점을 빠르게 열 수 있는 이유

로컬스티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적 특징은 모든 지점이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공간이라는 점이다. 동네 호텔로 시작한 서교점부터 지난 7월 문을 연 약수점까지 모두 직접 리모델링을 했다.

김수민 대표는 28살에 건축과 1학년으로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던 중 건축 설계를 뒤늦게 전공해 학생 때부터 작게 창업을 하고 프리랜서를 겸했다. 현재 로컬스티치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로컬디자인무브먼트’가 본격적인 창업의 시작이다. 이후 자체적으로 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로컬스티치를 만들었고, 모든 지점의 공간 설계는 김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


“공간 비즈니스 자체가 부동산 산업이다 보니 이해관계자가 많아요. 결과적으로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소비자가 경험하게 되고,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죠.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인 구조로 땅을 사고, 신축 건물을 지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공간을 제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이 더욱 주목을 받아서 자본도 몰리게 되었죠. 단적으로 강남에서 땅을 사서 1인을 위한 주거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월세가 100만 원은 넘는 게 당연해져요. 이런 상황을 볼 때 리모델링이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모델링은 공간 개발자가 필요한 결과를 만들 정도만 자본을 투여할 수 있고, 소비자는 거기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면 돼요.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로 지으면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게 되죠.”


리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니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적어지고, 설계와 운영 면에서도 효율은 증대했다. 그들이 새로운 지점을 정하고 문을 열기까지 기간은 3개월 남짓. 신축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다. 자체 설계와 디자인 역시 지난 일 년 사이 지점을 세 개나 늘릴 수 있었던 동력이다. 1980년대 건물을 리모델링하니 새로운 공간이지만 동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역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을 받는다.


“리모델링을 했기에 더 많은 멤버들을 모을 수 있었어요. 재빠르게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거죠. 재미있는 사실은 열 개가 넘는 지점이 생겼지만, 표준화는 어려워요. 건물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사용하니 천장, 재질, 구조 모든 것이 달랐죠. 어떻게 보면 그게 로컬스티치 공간의 개성이 되지 않을까요? (웃음) 공간의 성격뿐만 아니라 구조도 전부 다르니까요.”


로컬스티치 약수점 카페 공간 ⓒBRIQUE Magazine



생산자가 브랜드가 될 때까지 



공동체가 보여준 가능성

로컬스티치 서교점이 2013년 동네 호텔로 기능했을 당시 합리적인 가격대로 외국인이 자주 찾았다. 김수민 대표는 그중 장기로 6개월을 거주했던 한 사람의 일화를 전했다. 그를 통해 함께 하는 경험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엿볼 수 있었다고.


“사진작가가 꿈인 분이었어요. 낮에는 영어를 가르치고, 그 외의 시간은 돌아다니며 아시아인의 얼굴을 찍는 분인데 몇 개월간 호텔에 살면서 작업을 했죠. 나중에 뉴욕에서 전시해 연락도 오고, 유명해지셨더라고요. (웃음) 서교점은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코워킹, 코리빙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저 취미로 시작했던 일을 타인과 함께 살면서 자신의 길로 뾰족하게 만들어가는 이의 모습을 봤죠. 이렇게 업무 자체가 바뀔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도시를 장기적으로 경험하려는 노매드족이 많아질 거라는 건 그때 어렴풋이 예상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거고, 그들이 주거와 함께 쓸 작업 공간이 필요할 거란 생각도요.”


생활 형태에 코워킹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공동체 생활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거주자들의 모습은 김수민 대표에게 영감을 주었고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주었다. 이후 주거와 업무 시설을 결합해 문을 연 로컬스티치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다른 코리빙, 코워킹 브랜드와 차이가 무엇이냐고.


로컬스티치 동교맨션점 코리빙 하우스 ⓒLocal Stitch


창의적 생산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코리빙과 코워킹 중 한 가지만 선택해 지점을 늘린다면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효율적이다. 한 가지 모델을 복제하듯 늘리면 고정비를 낮출 수 있고, 투입되는 에너지를 점점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로컬스티치가 한 건물에 여러 기능의 공간을 만드는 이유는 다른 관점으로 일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형 주택 단지를 만들거나, 코워킹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두 모델을 분리해 규모를 늘리는 게 맞겠죠. 저희는 목표가 달라요. 입주자 중 개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분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지원하는 겁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잘 되는 걸 보여줘야 개인 생산자로도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이런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요. 지금은 사업이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몇 년씩 지나면 서로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비즈니스라고 인식할 거예요.”


창의적인 생산자들이 일을 전문화하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때까지 지원하는 게 로컬스티치의 궁극적인 목표다. 예를 들어 로컬스티치 6호점 레스토랑의 셰프는 말레이시아인으로, 서울에 살며 말레이시아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했던 입주자에게 함께 브랜드를 만들 기회를 내줬다. 이외에 자회사,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자의 인큐베이터incubator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자의 데스크는 책상이 아니어도 어디든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 그들만의 방식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게 된 사회 분위기 덕분에 소규모 사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더 수월하게 하고 있다. 그들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몇 년 사이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변했다고.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사업 초기부터 로컬을 생각한 이유도 어느 날은 대형 쇼핑몰에 갈 수 있지만, 동네에 괜찮은 장소들이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선택권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걸 제공하는 게 적성에 맞고 재밌어요.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도, 파트너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니 판 자체가 만들어진 거 같고요. 이제는 소규모 생산자도 대형 사업자에 견줄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게 됐어요. 그것이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시대로 변한 거 같아요.”


로컬스티치 성산점 ⓒLocal Stitch



비정형의 시대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을, 생산자에게는 환경의 다양성을 보장하겠다는 로컬스티치.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을 보자면 새로운 일의 패러다임을 담아내기 적절한 그릇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많은 집과 직장이 산업화 시대의 기준에 맞춰 규격화된 모습이다. 변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현 한국의 주거와 업무 환경에 대해 생각을 물었다.


“업무 방식과 생산 형태가 달라지니, 주거와 일터의 모습도 점점 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집에서 업무 환경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집은 집대로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죠. 로컬스티치는 집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공간의 성격을 뚜렷하게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주거에서 볼 수 없던 실험적인 마감재나 소재, 스타일을 택했죠.”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정형화된 공간 이미지를 깨고, 입주자의 생산 방식에 맞춰 주거와 일터의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독특한 색으로 벽을 채워 집에서 촬영까지 가능하도록 하거나, 가구 배치를 통해 집처럼 보이지 않는 방도 만들었다. 로컬스티치는 공간의 물리적인 성격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과 네트워크를 담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업을 꿰뚫는 단 하나의 미션mission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다양한 일을 시도하거나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잃지 말자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면 하려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고, 건물의 크기나 위치는 상관이 없어지겠죠.”


업(業)의 변화를 미리 감지한 김수민 대표의 식견에 독자적인 개발 프로세스가 더해져 로컬스티치는 창의적 생산자들이 마음껏 일하고 살아가는 환경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로컬스티치 서교점 ⓒLocal Stitch (왼쪽),  로컬스티치 약수점 매거진 코너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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