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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 Oct 21. 2023

1인 출판사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출판'이 아닌 '생존'을 목적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

출판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정말 많은 마케팅 관련 질문들이 올라온다. 틈틈이 이런 질문들에 댓글을 달지만 가끔은 이런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르면서 어떻게 출판사를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출판사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1인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게 아닌가 싶다. 출판사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책임지고 마케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을 파는 행위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일단 책부터 만들고 보니 정작 어떻게 알려서 팔아야 할지 모르니 막혀버리는 것이다.


출판사 신고확인증은 신청서와 27,000원(1년)만 내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이미지 출처 : 대한출판문화협회)


책의 운명은 냉정하게 출간 후 보통은 2주 길어야 3주면 결정이 된다. 2~3주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다시 숨을 불어넣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 반대로 쉽게 생각하면 2~3주 동안의 마케팅 계획이 촘촘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촘촘'이라 하면 데일리를 말한다. 매일 서점/SNS/유튜브/기사 등에서 마케팅 활동이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준비하고 책을 출간하는 1인 출판사를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또 한 번 냉정하게 이것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출간하면 안 된다. 망할 확률이 높다. 아래 질문에 본인이 몇 개나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최소한 이 정도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마케팅을 할 수 있을 테니...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몇 개 적어 본다.(더 생각나면 나중에 추가해보겠음) 다시 말하지만 이 정도는 출판사에서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인 마케팅 업무들이다.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모르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확인하고 출간을 준비하는 게 낫다. 기존의 출판사들은 이런 것들을 다 준비하고 전쟁터로 나가는데, 무기도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1인 출판사는 정말 무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찾아보고도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차라리 댓글로 나한테 물어보길.


1. 서점 마케팅

DB가 무얼 의미하는 단어인지?
DB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DB를 등록하는 절차는?
신간 미팅을 MD와 하는 방법은?
신간 미팅에서는 무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서점 광고를 하는 방법은?
서점 광고 중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굿즈를 만드는 방법은?
단독 굿즈와 공통 굿즈의 차이?
굿즈 제작/노출을 서점과 어떻게 협의해야 하는지?
서점 베스트셀러 선정 프로세스와 기간은?
서점 메인 도서 선서 프로세스와 기간은?
서점 홈페이지에서 광고영역과 일반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지?
각 서점 공급률에 대해서 아는지?
예약판매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서점 채널에 올릴 컨텐츠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2. 서점 외 마케팅

서평단 모집 방법은?
SNS/유튜브 채널 협업 방법과 비용 일정 등에 대해 알아봤는지?
어떤 외부 협업채널을 선정해야 효과적일지?
뉴스기사 발행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블로그에 올릴 컨텐츠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출판 마케팅은 생각보다 단순한 프로세스와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그 안에는 쾌 큰 운신의 폭이 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준비하고 협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마케팅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하나 들면, 서점 MD와 신간미팅에서 책을 잘 어필하고 협상하면 어떤 출판사의 책은 MD 재량으로 LMS를 타깃 독자에게 발송해 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가능한지조차도 몰랐다면 그 출판사는 같은 LMS를 100/150만 원 정도 주고 보내야 한다. 물론, MD도 광고구좌마다 쿼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책 마다 MD가 LMS를 보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여지가 있는 것들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게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고, 아는 만큼 더 많은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면, 책을 출간하면 기본적으로 서평단이라는 것을 운영한다. 이 서평단은 SNS와 블로그로 나눠서 보통 진행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대행사에 맡기는 1인 출판사도 가끔씩 보인다. SNS는 직접 1:1 컨택을 통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일반적이지만, 블로그는 통상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진행하는 카페를 통하는 게 효율적이다. 문제는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출판사는 블로그 마케팅 대행사에 돈 주고 하는 경우다. 모르는 일단 직접 해보는 것이 우선이지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1인 출판사의 생존의 핵심은 결국 '비용'이다. 초기 고정비를 최대한 줄여서 BEP를 넘기는 초도부수를 계속 낮춰야 한다. 그래야 마케팅 비요을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편집/제작 단계에서 들어가는 고정비와 마케팅 단계에서 들어가는 변동비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익을 낼 수 없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철저하게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형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서 한 권을 계약해서 출간하기로 했다고 해보자. 1인 출판사 대표가 편집/디자인/마케팅을 직접 할 수 없어서 모든 과정을 외주를 주고 초판을 다 판매했다면 과연 얼마 정도의 수익이 남을까? 아래 보면 알겠지만... 마케팅 변동비를 넣지 않았음에도 책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이너스다. 물론, 조금은 극단적으로 잡긴 했으나 수익을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말하고 싶어서 러프하게 잡은 기준이니 그냥 느낌만 참고하길.


* 250p 1,000부 제작 기준 / 16,800원 기준 / 모두 외주 기준 / 평균 공급률 58% 기준
* 매출 : 약 980만 원(16,000원 x 공급률 58% x 1,000부)
* 고정비 : 약 1,100만 원
* 변동비 : @

1. 제작비 : 250만 원(2,500원 x 1,000부)
2. 편집 : 200만 원(보통 150~250만 원)
3. 번역비(외서) : 250만 원(보통 200-300만 원)
4. 북 디자인 : 200만 원(보통 150~250만 원)
5. 상세 보기/북카드 : 20만 원(보통 15-30만 원)
6. 인세 : 168만 원(인세 10% 기준)
*물류/배본 외주비 제외


결국, 초기에 책이라는 물성을 만드는 데까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최대한 비용을 아끼며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않으면 수익이 나기가 쉽지 않다. 출판사를 시작하고 1~2권은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해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쌓여가는 재고를 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깨닫고 더 이상 출간을 할 수 없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펴낸이'를 꿈 꾸며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의 끝은 결국 '생존'이다. 출간하는 모든 책에서 손해를 보지 않아야 다음이 있다. 출판사도 살아남아야 하지만 출판사를 믿고 소중한 원고를 맡긴 작가도 살아남아야 서로에게 다음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 책임감을 1인 출판사는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책이 좋아서 출판하는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준비하는 노력도 키워야 한다.


세상의 모든 1인 출판사를 응원한다.

꼭 살아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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