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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2시간전

내 청춘의 배후세력, 잠들다

고 김민기를 추모하며

때론 세치 혀를 놀려 열심히 지껄이는 행위는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모든 말은 진실에 가 닿을 수 없고, 그래서 진실로부터 튕겨져 땅 바닥에 뒹구는 말들은 추하고 민망하다.


내 청춘의 배후세력들 중 그가 있었다. 그는 가장 은밀했고 가장 윗선이었다. 그래서 그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내 청춘의 어느 곳도 그의 영향권 아닌 곳이 없었다. 이제 나의 배후세력들은 더러는 떠났고 더러는 노쇠했다.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왔다간 갔고, 갔다간 다시 왔다. 온 것은 갈 것이고, 간 것은 올 것이다. 조직의 하찮은 세포인 나는 이런 싱거운 소리나 겨우 할 뿐 길은 점점 보이지 않는다. 그대들은 어디로 가셨는가, 부디 길을 보여주시오.


나는 또 내 멱살을 붙잡고 묻는다. "너는 무엇에 사로잡혀 이 세상을 건너는가", "너는 왜 사는가"


짐승들의 시간은 곧 끝나겠지만 북극성처럼 향도하던 별 하나는 이제 사라졌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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