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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CBDC·CIPS로 본 달러 패권의 재편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달러 패권을 흔드는 손, 그리고 지키는 손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위안화 결제망(CIPS)을 깔고 일대일로를 통하여 무역·금융을 한 묶음으로 엮으며 “달러 없이도 돌아가는 회로”를 설계해왔다. 효과는 분명했다. 2024년 3월 기준,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비중은 4.7%까지 올라 네 번째로 많이 쓰이는 결제통화가 되었다. 그러나 달러·유로와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균열은 생겼지만 달러 제국은 건재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건 달러가 택한 길이다. 달러는 종이·예금의 통화를 넘어 토큰·코드의 통화로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스테이블코인, 미 달러에 1:1로 페깅된 민간발행 ‘디지털 달러’가 국경을 가볍게 뛰어넘는 새로운 결제 레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25년 9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2,93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며, USDT와 USDC가 시장의 80% 안팎을 양분하는 구도가 뚜렷하다.


길을 넓히는 중국, 형태를 바꾸는 미국


위안화의 ‘길’: CIPS·일대일로·자원결제

중국은 결제 인프라(CIPS)와 실물 네트워크(일대일로)를 동시에 확장해왔다. 글로벌 결제 점유율(2024년 4.7%)은 과거 대비 확연히 커졌지만, 자본계정 개방·사법·거버넌스 신뢰라는 하드요건의 벽이 남아 있다. 그 결과, 위안화는 “지역·거래상대 특수성에 강한 통화”로 진전하였지만, “보편적 준비통화”로의 도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달러의 ‘형태’: 스테이블코인·토큰화·CBDC

달러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바꾸며 영향권을 넓힌다. 스테이블코인은 24/7로 흐르는 국경 간 지급결제 레일을 제공하고, 정산을 실시간에 가깝게 만든다. 공공부문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G20/FSB(Financial Stability Board, 금융안정위원회)는 “국경 간 결제를 더 빠르고, 싸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2027 목표를 운영 중이고, 연준은 2023년 ‘FedNow’라는 즉시결제 인프라를 가동해 실물 금융시스템의 ‘실시간성’을 보강하였다.


BIS(국제결제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1%가 도·소매형 CBDC를 탐색 중이며, 특히 도매형에서의 진도가 더 빠르다. 공공부문 역시 ‘토큰화된 돈’의 표준화 트랙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는 뜻이다.


USDT vs USDC: 오프쇼어 vs 온쇼어

USDT(테더)는 신흥국 P2P·환전 시장에서 “현금 달러 대체재”로 쓰이며 비제도권 영역에서 달러 기능을 빠르게 복제한다. 반면, USDC(서클)는 준비금(단기 미 국채·현금성 자산)과 공시 투명성으로 제도권 친화성을 확보해 핀테크·B2B 영역에 깊숙이 안착하였다.


최근 보고서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준비금 운용을 통하여 미 국채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신흥국에선 예금 이탈·환율 변동 확대라는 부작용 우려도 병존한다.


룰메이킹의 전장: ISO 20022·회계·감사·리스크 규율

승부는 ‘누가 표준을 선점하느냐’에서 갈린다. 메시징(ISO 20022), 회계·감사, 준비금 구성 규율, 리스크·공시 프레임 등은 향후 디지털 머니 생태계의 네트워크 효과를 좌우한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공시 규율을 통하여 민간 인프라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면서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억제하려는 ‘이중 트랙’을 구사 중이다.


한편 G20의 크로스보더 결제 과제는 2027년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스테이블코인)의 선점 효과가 더 도드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패권의 본질은 네트워크, 달러는 ‘코드’가 된다


20세기 달러의 힘은 원유·미국채·SWIFT라는 네트워크에서 나왔다. 21세기 달러의 힘은 스테이블코인·토큰화·CBDC로 이어지는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다시 응집되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변화가 ‘탈달러화’가 아니라 ‘재달러화(in code)’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대다수가 달러 페그이고 준비금이 미 국채·현금성 자산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변부 금융시스템은 자금 유출·환율 변동성 확대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중국이 ‘길’을 넓히는 동안, 미국은 ‘형태’를 바꿔 그 길 위를 더 빨리 달린다. 패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언어가 달라질 뿐이다. 어제의 달러가 종이였다면, 내일의 달러는 코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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