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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 Oct 16. 2024

세비니모#1  세비니 안녕

조카링에게 쓰는 세비니모의 첫번째 편지이

2021년 3월 23일

세빈 안녕 -  이모다. 



과연 이 글이 언젠가 너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전부터 계속 계속 너에게 혼잣말을 걸어온 내 안에 맴도는 이야기들을 이제야 이렇게 풀어내게 되다니 나는 시작부터 벌써 슬몃 미소가 지어질 뿐이다.



너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나름대로 알고 있는 것들이 있겠지?

점점 알아가는 게 늘어가는 것 같은 너를 보면서, 네가 더 많은 날들을 마주하기 전에 너의 하루를 내 관점에서 차곡차곡 쌓아보고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예쁘고 아쉬운 너의 하루가 늘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기록이 없다면 휘발될 뿐이기에 이렇게 내가 키보드 두들두들을 시작했다! Do-dle Do-dle.



너를 생각하며 쓰는 첫 글이다 보니까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해줘볼까나?

이미 위에서 조금 언급했지만, 이 니모는 말을 꼬아꼬아 전달하는 면이 없지 않단다. 특히 글을 쓸 때에. 괜히 멋부려... (똥폼)



개인적으로 니모는, 니모의 어린 시절에 대해 기억이 많지도 않거니와 객관화된 무언가가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아. 



물론 네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의 증언(?)에 의거해서 니모의 과거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지만, 니모는 나의 숱한 날들이 다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쌓여왔는지 궁금해. 



핑계일 수 있는데, 그런 자료들이 좀 더 있었다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많은 것들에 대해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세비니한테는 니모가 그걸 해줘보고 싶다. 



비록 매일 보지는 못해도, 내가 본 너의 모습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담고 싶고 니모의 주관적인 평(이라고 하면 정 없을 수 있지만)도 담아보고 싶어.



어떤것같아?

너를 향한 글을 쓰게 된 이유! 

사실 100% 너를 위한것만은 아니다. 

니모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아 ~




니모는 좋아.

세비니 덕분에 새로운 지위(=니모)도 얻게 됐고, 나름 새로운 정체성이 하나 더 만들어진거니까.

나에게 새로운 지위를 쥐어준 너가 언젠가 나의 과거와 맞닿는 날도 오겠다는 기대감으로 글을 쓴다. 




최대한 나의 현재와 너의 현재, 내가 느끼는 너를 담아보도록 할게!




기념으로 말해주자면, 이 첫 글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근방의 '할리스'라는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커피숍 1층 창가를 등지고 쓰고 있는 글이다. 



시간은 오후 9시 35분이야.

니모는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야.

일 마치고 7시 반쯤 나와서 약간의 방황을 하다가, 이곳에 들어와서 해야 할 일을 마친 후에 너를 향한 글을 쓰고 있다. 



근 며칠간 이 글을 시작하고 싶어서 혼났어. 

몇번이고 속으로 곱씹곱씹 하던 말들을 이렇게 전하니 좋다. 



음.. 날짜는 3월 말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래서 봄의 기운이 느껴지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니모는 오늘 카모마일 유자 티를 선택했다.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딸기 철이라 응당 딸기를 재료삼은 디저트나 음료를 맛봐야 좋겠지만 괜히 저녁이다보니.. 티를 선택했다. 



나중에 우리 세빈의 식습관은 어떨까, 어떤 음료를 좋아할까 사실 너무 궁금해.



음.. 너는 작년 9월에 세상에 태어났다. 

날짜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9월 22일 정도였던 것 같다. 



이미 너는 6개월 정도를 지나왔다. 

이제서야 글을 시작해서 아쉬우면서도 기쁘다. 

이 글이 계속되면 좋겠다. 



사실 지난 일요일에 네가 처음으로 아팠다. 열이 났다. 

너의 엄마 아빠는 정말 많이 놀랐고, 외할머니도 너무 속상해했고 우리 모두 놀랐다. 



순둥순둥하고 웬만해선 크게 표현하지 않는 것 같은 너인데, 열이 올라 얼마나 힘들고 불편함을 느꼈을지 생각하면 니모는 아직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세기말 감성에 버금감)



그런데도 금방 괜찮아져서 방긋 빙긋 웃는 너를 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은 듯 했으나 아직은 좀 더 안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어제 너는 우리집에 와서 같이 잤다. 

열을 내리기 위에서 늘 입고있던 내복을 훌렁훌렁 벗어 배에 고이 덮어놓은 채 기저귀만 차고 있는 너는 천사같았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너는 알까!

어쩔땐 아는 것 같기도 하다가도..! (너는 거울을 보면 곧잘 웃는다)

모를 수도 있겠지!



너는 주말에 종종 우리집에서 자는데, 어제는 평일의 시작인 월요일이었다. 

모두가 바쁜 화요일 아침이지만 잠에서 깨서 둥가둥가 누워있는 너를 보며 우리 모두가 행복했다. 

(너희 엄마 빼고..)



너희 엄마는 새벽에 네가 깼기 때문에 많이 피곤해하며 잠을 좀 더 잤다. 

나는 세비니도 너무 좋지만, 아직도 너희 엄마가 피곤해하면 맴이 아푸다. 



너희 엄마가 알아주는 코골이인건 너도 어느정도 알겠지?

콜~ 콜~ 자고있는 너희 엄마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너는 오늘 아침 우리에게 행복을 줬다. 

돌아보니 그랬다!



오늘 사실 니모는 조금 힘들고 지치고 재미없는 하루를 보냈다. 

지금 막상 오늘 하루의 시작점을 생각해보니 기쁘다. 네가 있었다! ㅎㅎ



덕분에 하루의 마무리도 좋다. 고맙다. (뜬금)



카페는 점점 영업을 마무리 하고있다. 

지금은 9시 46분.

니모 집에 가면.. 11시는 될 것 같다. 



오늘은 신나게 의식의 흐름대로 썼지만, 아마 내일 쓰게 된다면 내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나.




그럼 니모는 서둘러서 귀가를 해보도록 하겠다. 



다음에는 내 앨범에 있는 네 사진을 풀어내면서 나 혼자 쌓은 너와의 추억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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