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브런치팀 Aug 14. 2019

작가 인터뷰 - 대통령이 추천한 책 『90년생이 온다』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38

얼마 전, 기사 하나에 출판 업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했다"는 기사입니다. 1990년대생과의 공존을 위해 세대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유쾌하게 풀어낸 이 책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님은 이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마침 기사가 나오기 하루 전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편집왕) 작가님을 만난 브런치팀도 기사를 보고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임홍택 작가님은 이 책을 '어쩌면 다락방에 영원히 잠들어 있을 뻔했던 원고'라고 표현합니다. 2012년부터 책을 기획했고 '편집왕'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연재한 '9급 공무원 세대'가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거쳐 이제는 화제의 경제경영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임홍택 작가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브런치 작가 임홍택(편집왕)


책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곧 100쇄를 바라보고 있다고요.

이렇게까지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사실 저는 직장인이었으니까 '책 많이 팔아서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출간 자체에 감사할 따름이었죠. 이번이 두 번째 책인데, 첫 책은 1쇄 찍은 게 전부예요. 그래서 2쇄 넘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90년생이 온다』를 쓸 때도 참조한 좋은 책이 많았는데 거의 다 1쇄더라고요. 아무래도 인문서다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은 잘 안 팔리는구나'하는 나름의 합리적인 기준이 있었어요. 1년 후에 2쇄, 잘해봤자 5쇄 정도 기대했죠. 그런데 출간한 지 며칠 만에 2쇄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웨일북에서 워낙 잘 만들어 주시고 마케팅을 잘해주신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어지기도 했고, 시대의 흐름을 짚어낸 작가님의 통찰력 있는 기획이 빛을 발한 거 같아요.

2012년부터 기획한 책이에요. 하지만 출간은 포기하고 저만 보려고 했어요. 쓸 때는 '대박이다' 했는데 아무도 안 내주니까 '출간할 작품은 아닌가 보구나'하고 포기했거든요. 브런치에 기록이나 남겨볼 심산으로 올렸고, 마침 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열려서 지원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은상을 받게 됐어요. 그러고도 출판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때 연락을 주신 거예요, 웨일북에서. 운이 따라줘서 우연히 나온 책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2012년에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바로 망했겠죠. (웃음) 그 당시엔 아무도 안 쓴 얘기니까 잘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나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90년생이 사회로 진출했고, 중견들도 많거든요. 임계점에 다다른 게 작년과 올해가 아닐까 싶어요.


『90년생이 온다』의 원작 '9급 공무원 세대'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5에서 수상했다


브런치에 연재하던 원작 매거진명은 '9급 공무원 세대'였는데요, 책은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나왔어요.

그때도 내용은 90년생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들이 9급 공무원을 꿈꾼다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한 거였고요. 많이들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90년생이 온다』로 변경한 제목이 좋다는 얘기와 함께, '9급 공무원'이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했다면 너무 좁은 의미의 책이 되었을 거 같다고요.


'90년생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카피나 'OO년생의 OO법' 같은 비슷한 콘셉트의 책도 많이 나오고 있죠.

되게 많이 나왔어요. 저는 다 찾아보죠. (웃음) 서로 응원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아요. 비슷한 콘셉트의 책에서 나오는 솔루션을 제 강연에 적용하기도 하거든요. 작가라는 게 그렇게 작품으로 돕는 거 아닐까요? 예전부터 왜 책을 쓰고자 했냐면, '제로섬'이 아니잖아요. 비슷한 콘셉트의 책끼리 묶어서 콜라보레이션으로 뭐 사면 뭐 주고 하면 같이 잘 팔릴 수도 있고요. 글이 아무리 좋아도 활동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브런치에서 작가들끼리 서로 구독이나 라이킷 눌러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거 같아요. 출판 시장의 판로로서 브런치는 의미 있는 플랫폼이니까요.



어떻게 좋은 평만 있겠어요
작가 죽이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90년생을 정의하는 글을 쓰는 데에 부담이 있진 않으셨나요?

부담스럽죠. 저는 '빠따'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무조건 규율로, 혼내진 않지만 무섭게 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때 그렇게 배웠으니까. 저 같은 80년대생, 70년대생이 어떻게 하면 잘 인지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까,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90년생이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 한계를 지어놓고 쓴 거죠. 그래서 '90년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평을 보면 감사해요.


책에 담긴 방대한 자료가 작가님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 후 인사이트를 끌어내신 건지, 아니면 지론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뉴스를 보거나 책을 볼 때마다 스크랩하면서 오랜 기간 모았어요. 책에는 그중 일부만 쓰인 거고요. 원래는 자료만 700페이지가 넘었어요. 에디터에게 혼나면서 다 뺐죠. (웃음) 90년생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모으다 보니까 결론이 나온 거예요.


3부(90년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는 '90년생에 끼워 맞췄다'는 평도 있어요.

억지로 끼워 맞출 생각은 없었지만, 맞아요. 90년생으로 대표되는 20대들이 트렌드를 만드는 중심에 있기 때문에 그들을 내어 썼을 뿐 '90년생이 이렇다'는 아니었어요. 또 제가 HR 업무를 하다가 VOC팀으로 옮기면서 중간에 내용을 추가하게 됐죠.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나머지 내용을 또 적었고요. 그래서 2부와 3부 내용이 달라요. 여기 썼다, 저기 썼다 그런 경향이 보이지만 여러 관점을 보여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사를 하다가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직장인 작가'로 뉴스에도 소개되셨더라고요.

요즘은 퇴사하고 육아를 하고 있어요. 가끔 강의가 들어오면 부업으로 하고요. 강의할 때 회사로 돌아갈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돈을 떠나서 회사밖에 배울 데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못 썼을 거예요. 연구원을 하든 셀러리맨이 되든 회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 같아요.


직장인이라 쓸 수 있는 책이었던 만큼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해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많이 봐주시길 바라나요?

어르신들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책을 보는 것 자체가 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거 하나 보는 게 90년생을 다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 이게 다라는 생각은 안 가지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사장님이 "김부장, 이거 읽어봤어? 나 읽었는데."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죠. 치열하게 대화해서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책 하나만 읽고 그 세대를 알겠어요. "부족한 게 뭐니?" 물었을 때 "부장님이 없는 거요."라고 답하진 않을 거거든요. "뭐만 지켜주세요" 이런 건 논의해볼 수 있겠죠. 답은 의외로 쉬운 데 있을 수도 있어요.


90년대생에게도 이 책이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독자평을 다 찾아보신다고요.

평도 많이 보고, 이 책을 가지고 90년생 불러놓고 하는 팟캐스트도 들었어요. '설명충'이라는 말이 제일 많죠. 뻔한 얘기로 책을 낸다고. 그들에겐 당연한 얘기를 저 같은 사람이 이해하려고 쓴 거니까 나올 수 있는 평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좋은 평만 있겠어요. 작가 죽이겠다는 분도 있어요.


'작가 죽인다'는 반응도 있었다고요?

죽인다까진 아니고 얼굴 한 번 보자, '현피' 같은 거였죠. 싫으면 안 읽으면 되지. (웃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평을 보시는 이유가 있나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저에게 큰 자산이 돼요. 그게 욕일지라도. 이를 테면 '우리를 하나의 조직으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같은 이야기요.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인스타에서 #90년생이온다 태그를 팔로우해놓고 보거든요. 자기 셀카나 90년생 대여섯 명이 모여서 #90년생이온다 이렇게 올리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웃음) #서른살이온다 라고 쓰시는 분들도 있고요. 요즘 세대들이 그렇게 자유롭게 하는 '밈'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배우고 쓰니까.



90년대생은 '문제'도 아니고 '문제아'도 아니에요
특징이 다를 뿐



'다 다시 쓰고 싶다'는 이야기도 종종 하셨다고 들었어요.

작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항상 보이는 거죠. 책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요. 최신 트렌드를 더 쓰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여러 군데에서 후속작을 내자고, 물 들어왔을 때 하자는 제의는 받았지만 계속 덧붙여서 만드는 중언부언이 싫어서 거절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몇 장이라도 더 써서 이 책(90년생이 온다)에 업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별개로, 제가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정리해서 브런치에 써볼 예정입니다.



오랜 기간 90년생을 분석하며 얻은 작가님만의 결론이 있나요?

글을 쓰면서 항상 고민했던 게, 자료를 모으고 끄집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요즘 드는 생각은 세대에 대한 특징은 아니더라도 세상에 대한 특징을 잡아내는 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일반화해서 답을 내긴 어려워요. 70년대생의 해법은? 80년대생의 해법은? 없거든요. 90년대생도 당연히 해법이 없어요.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90년대생은 '문제'도 아니고 '문제아'도 아니다, 특징이 다를 뿐이다, 다르다는 걸 인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대에 대한 결론보다는 그 세대에 속하는 내 옆의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90년대생을 위한 조직문화 같은 건 없어요. 모두를 위해 좋은 조직문화를 찾아야죠. "존중과 공존을 얘기하면 된다." 그게 제 결론입니다.


80년대생인 작가님이 80년대생을 정의한다면 어떤 키워드가 있을까요?

애매하죠. 개인적으로 조직문화를 떠나서 저는 그냥 80년대가 좋아요. 오락으로 따지면 오락실, 콘솔 게임, PC 게임, 온라인 게임을 다 경험한 세대라서 좋죠. 80년대생은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바일에도 가까우면서 사실 지금의 조직장이 왜 그러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꼰대가 아니길 바라면서 막상 꼰대 테스트하면 꼰대로 나오는 세대이기도 하죠.

맞아요. 선배들을 보면 밑에 사람들한테 "그래, 나 꼰대다!" 하면서 강하게 꼰대질 해서 갈등을 일으키든가, "얘는 답이 없어" 하면서 포기를 하든가 둘 중 하나로 결정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면에서는 90년대생이랑 똑같으니까. 우린 그냥 잘 참았던 거니까. 얘기를 안 했을 뿐이잖아요.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의 가교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묻는다면, "몰라요." 그냥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돼요. 다만 그들의 특징을 이해한다면 좋은 중간관리자가 될 수 있겠죠.


'몰라요'라고 하셨지만 『90년생이 온다』는 분명히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루셨나요?

책을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강의를 하다 보니 하나라도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 결론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제가 나름 공부해서 강연 때는 어떻게든 얘기를 해드리는 편인데요. 제 강연이 좋다기보다는, 책을 두고 토론을 많이 해주시는 거 같아요. 저의 목적이 관심 환기였거든요.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지만 얘기를 해보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그건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90년생이라는 프레임을 짜긴 했지만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류는 있겠지만 노력을 하는 거잖아요. 다 같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거니까. (끝)







문득, 책의 원작이 된 '9급 공무원 세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90년생이 온다』를 영원히 만나볼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브런치의 수많은 작품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9급 공무원 세대' 같은 작품이 브런치에는 많이 숨어 있을 테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임홍택(편집왕) 작가님은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글을 공개하는 걸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공개해 주세요. 아직 누군가에게 의해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 새롭고 독창적인, 그렇게 작가 스스로 기획한 작품을 브런치팀은 늘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 인터뷰 -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함께 일하는 법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