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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팀 Aug 14. 2019

자기 글을 오픈하는 걸 주저하지 마세요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작가 & 웨일북 인터뷰

얼마 전, 기사 하나에 출판 업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했다"는 기사입니다. 1990년대생과의 공존을 위해 세대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유쾌하게 풀어낸 이 책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님은 이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마침 기사가 나오기 하루 전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편집왕) 작가님을 만난 브런치팀도 기사를 보고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임홍택 작가님은 이 책을 '어쩌면 다락방에 영원히 잠들어 있을 뻔했던 원고'라고 표현합니다. 2012년부터 책을 기획했고 '편집왕'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연재한 '9급 공무원 세대'가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거쳐 이제는 화제의 경제경영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임홍택 작가님, 그리고 원석을 발견하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 출판사 웨일북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책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곧 100쇄를 바라보고 있다고요.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 (이하 '임홍택') | 이렇게까지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사실 저는 직장인이었으니까 '책 많이 팔아서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출간 자체에 감사할 따름이었죠. 이번이 두 번째 책인데, 첫 책은 1쇄 찍은 게 전부예요. 그래서 2쇄 넘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90년생이 온다』를 쓸 때도 참조한 좋은 책이 많았는데 거의 다 1쇄더라고요. 아무래도 인문서다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은 잘 안 팔리는구나'하는 나름의 합리적인 기준이 있었어요. 1년 후에 2쇄, 잘해봤자 5쇄 정도 기대했죠. 그런데 출간한 지 며칠 만에 2쇄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웨일북에서 워낙 잘 만들어 주시고 마케팅을 잘해주신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웨일북 박주연 에디터 (이하 '웨일북') | 작가님께서 시장을 잘 읽으신 거죠.


잘 만들어지기도 했고, 시대의 흐름을 짚어낸 작가님의 통찰력 있는 기획이 빛을 발한 거 같아요.

임홍택 | 2012년부터 기획한 책이에요. 하지만 출간은 포기하고 저만 보려고 했어요. 쓸 때는 '대박이다' 했는데 아무도 안 내주니까 '출간할 작품은 아닌가 보구나'하고 포기했거든요. 브런치에 기록이나 남겨볼 심산으로 올렸고, 마침 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열려서 지원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은상을 받게 됐어요. 그러고도 출판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때 연락을 주신 거예요, 웨일북에서. 운이 따라줘서 우연히 나온 책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2012년에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임홍택 | 바로 망했겠죠. (웃음) 그 당시엔 아무도 안 쓴 얘기니까 잘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나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90년생이 사회로 진출했고, 중견들도 많거든요. 임계점에 다다른 게 작년과 올해가 아닐까 싶어요.


브런치 작가 임홍택(편집왕)


브런치에 연재하던 원작 매거진명은 '9급 공무원 세대'였는데요, 책은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나왔어요.

임홍택 | 그때도 내용은 90년생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들이 9급 공무원을 꿈꾼다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한 거였고요. 많이들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90년생이 온다』로 변경한 제목이 좋다는 얘기와 함께, '9급 공무원'이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했다면 너무 좁은 의미의 책이 되었을 거 같다고요.


'9급 공무원 세대'는 어떤 점에서 특별했나요?

웨일북 | 저는 브런치를 자주 본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못 봤던 거였어요.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개인이 찾아보려면 큰 노동이고, 그러는 중에 자기 생각이나 기준이 없어지기 쉽거든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료를 모은 글이었어요. 브런치에서 또 이런 글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90년생이 온다'를 모티브로 한 카피나 'OO년생의 OO법' 같은 비슷한 콘셉트의 책도 많이 나오고 있죠.

임홍택 | 되게 많이 나왔어요. 저는 다 찾아보죠. (웃음) 서로 응원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아요. 비슷한 콘셉트의 책에서 나오는 솔루션을 제 강연에 적용하기도 하거든요. 작가라는 게 그렇게 작품으로 돕는 거 아닐까요? 예전부터 왜 책을 쓰고자 했냐면, '제로섬'이 아니잖아요. 비슷한 콘셉트의 책끼리 묶어서 콜라보레이션으로 뭐 사면 뭐 주고 하면 같이 잘 팔릴 수도 있고요. 글이 아무리 좋아도 활동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브런치에서 작가들끼리 서로 구독이나 라이킷 눌러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거 같아요. 출판 시장의 판로로서 브런치는 의미 있는 플랫폼이니까요.



직장인 작가는 여전히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요



90년생을 정의하는 글을 쓰는 데에 부담이 있진 않으셨나요?

임홍택 | 부담스럽죠. 저는 '빠따'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무조건 규율로, 혼내진 않지만 무섭게 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때 그렇게 배웠으니까. 저 같은 80년대생, 70년대생이 어떻게 하면 잘 인지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까,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90년생이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 한계를 지어놓고 쓴 거죠. 그래서 '90년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평을 보면 감사해요.


책에 담긴 방대한 자료가 작가님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 후 인사이트를 끌어내신 건지, 아니면 지론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임홍택 | 뉴스를 보거나 책을 볼 때마다 스크랩하면서 오랜 기간 모았어요. 책에는 그중 일부만 쓰인 거고요. 원래는 자료만 700페이지가 넘었어요. 에디터에게 혼나면서 다 뺐죠. (웃음) 90년생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모으다 보니까 결론이 나온 거예요.


『90년생이 온다』의 원작 '9급 공무원 세대'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5에서 수상했다


'직장인 작가'로 뉴스에도 소개되셨더라고요.

임홍택 | 요즘은 퇴사하고 육아를 하고 있어요. 가끔 강의가 들어오면 부업으로 하고요. 강의할 때 회사로 돌아갈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돈을 떠나서 회사밖에 배울 데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책을 못 썼을 거예요. 연구원을 하든 셀러리맨이 되든 회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 같아요.


전업 작가의 꿈은 없나요?

임홍택 | 저는 전업 작가와 직장인 작가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네가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퇴근하고 5시간, 주말에 16시간 정도면 어마어마한 시간"이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직장 다닐 땐 출퇴근이 정해져 있으니까 육아할 때보다 오히려 시간이 많고요. 언젠가 직장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닐 때가 되면 전업 작가가 될 수도 있겠죠.


직장인 작가 분들이 개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배타적인 조직 문화일 때 어려움을 느끼실 텐데요.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임홍택 | 밤새 글을 쓰고 직장에서 꾸벅꾸벅 졸면 문제가 되겠지만, 퇴근 후 일과와 일에 대한 몰입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좋겠어요. 저는 일과 관련해서 ‘1년에 하나의 책을 쓸 정도로 공부하자'는 선에서 시작한 거예요. 물론 그렇게는 못 했지만. (웃음) 자기 아는 걸로 책을 내고 회사에 선순환할 수 있는 건데 직장인 작가는 여전히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요. “쟤는 딴짓하는 애다" 이직이랑 비슷한 건데, 이직한다고 하면 배신자가 돼요. “쟤는 뒤통수치는 애야" 이직이나 출간이나 자기 이익을 따라가는 걸 어떻게 막아요. 창의력과 다양성을 말하고는 행동이 안 맞으면 신뢰를 잃죠. ‘여기서는 나를 숨기고 루팡해서 튀는 게 답이다’ 이렇게 느끼게 되는 거예요. 저는 90년생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젊은 세대가 한바탕 휘몰아친 다음에 공존의 길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좋은 평만 있겠어요
작가 죽이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직장인이라 쓸 수 있는 책이었던 만큼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해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많이 봐주시길 바라나요?

임홍택 | 어르신들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책을 보는 것 자체가 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거 하나 보는 게 90년생을 다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 이게 다라는 생각은 안 가지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사장님이 "김 부장, 이거 읽어봤어? 나 읽었는데."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죠. 치열하게 대화해서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책 하나만 읽고 그 세대를 알겠어요. "부족한 게 뭐니?" 물었을 때 "부장님이 없는 거요."라고 답하진 않을 거거든요. "뭐만 지켜주세요" 이런 건 논의해볼 수 있겠죠. 답은 의외로 쉬운 데 있을 수도 있어요.


90년대생에게도 이 책이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독자평을 다 찾아보신다고요.

임홍택 | 평도 많이 보고, 이 책을 가지고 90년생 불러놓고 하는 팟캐스트도 들었어요. '설명충'이라는 말이 제일 많죠. 뻔한 얘기로 책을 낸다고. 그들에겐 당연한 얘기를 저 같은 사람이 이해하려고 쓴 거니까 나올 수 있는 평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좋은 평만 있겠어요. 작가 죽이겠다는 분도 있어요.


'작가 죽인다'는 반응도 있었다고요?

임홍택 | 죽인다까진 아니고 얼굴 한 번 보자, '현피' 같은 거였죠. 싫으면 안 읽으면 되지. (웃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평을 보시는 이유가 있나요?

임홍택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저에게 큰 자산이 돼요. 그게 욕일지라도. 이를 테면 '우리를 하나의 조직으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같은 이야기요.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인스타에서 #90년생이온다 태그를 팔로우해놓고 보거든요. 자기 셀카나 90년생 대여섯 명이 모여서 #90년생이온다 이렇게 올리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웃음) #서른살이온다 라고 쓰시는 분들도 있고요. 요즘 세대들이 그렇게 자유롭게 하는 '밈'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배우고 쓰니까.


자기 글을 오픈하는 걸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 다시 쓰고 싶다'는 이야기도 종종 하셨다고 들었어요.

임홍택 | 작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항상 보이는 거죠. 책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요. 최신 트렌드를 더 쓰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여러 군데에서 후속작을 내자고, 물 들어왔을 때 하자는 제의는 받았지만 계속 덧붙여서 만드는 중언부언이 싫어서 거절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몇 장이라도 더 써서 이 책(90년생이 온다)에 업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별개로, 제가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정리해서 브런치에 써볼 예정입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먼저 수상해 본 선배 작가로서,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작가님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홍택 | '9급 공무원 세대' 원고는 1회에 올리려고 하다가 5회에 올렸는데요, 사실은 공개하기 싫었어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그때 했으면 은상이 아니라 금상을 받았을 수도 있는 건데. (웃음) 자기 글을 오픈하는 걸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 글을 보석같이 생각해서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포기했던 원고도 굉장한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게 브런치북입니다. 책의 맺음말에도 썼지요. 브런치와 웨일북에 감사하다고. 항상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너무 좋네요.


웨일북은 브런치북 6회에 이어 7회에도 참여해 주시게 됐는데요. 내년에 만나게 될 대상 수상 작가에게, 한 말씀 남겨 주시겠어요?

웨일북 | 이 프로젝트가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이야기, 확장된 이야기로 지금의 독자에게 필요한 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아닌 보통의 '우리'가 쓰는 글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고 보면 대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은 아마 출판사가 아닌 독자들이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출판사는 그저 독자들이 원하는 흐름을 살피고, 독자가 원하는 작가를 찾은 거니까요. 앞으로도 더 생생한 이야기로 꾸준히, 자신의 글을 쓰면서 독자들과 만나시게 되길 바랍니다. (끝)






문득, 책의 원작이 된 '9급 공무원 세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90년생이 온다』를 영원히 만나볼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브런치의 수많은 작품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9급 공무원 세대' 같은 작품이 브런치에는 많이 숨어 있을 테니까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작가님의 원작을 공개해 주세요. 웨일북에서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이 글은 임홍택 작가 단독 인터뷰로 최초 발행(2019/8/14)된 후, 웨일북과의 공동 인터뷰로 내용 일부가 추가(2019/10/18)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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