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로봇을 찍어내는 교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

by 오종민

2024년 국가공무원 경쟁률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청년들이 경직된 일반 기업 취업마저 꺼린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얽매여 있어야 하는 '학교식' 통제 문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헌신하며 일해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회의감, 그리고 자율과 공정을 중시하는 그들의 가치관과 기성세대의 낡은 직장 문화가 뼈아프게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초·중·고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똑같은 네모난 교실에서 똑같은 분위기를 강요받습니다. 저마다 다른 기질과 반짝이는 특성은 철저히 무시된 채, 마치 공장에서 규격화된 로봇을 찍어내듯 일괄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이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아이들은 우대받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오직 점수만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알량한 점수표 앞에서 스스로를 평가절하합니다.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일찌감치 자포자기하고, 부모와의 깊은 갈등 속에서 엇나가거나 극단적인 일탈을 겪기도 합니다. 의미도 모른 채 좁은 공간에 갇혀 죽은 공부를 하며 멍들어간 아이들. 그들이 간신히 껍질을 깨고 사회에 나와 마주한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 숨 막히는 교실의 연장선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차라리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더라도, 더 이상 기성세대의 잣대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지 않으려 합니다. 타인이 정해준 모범 답안을 찢어버리고 비로소 자신의 가슴이 뛰는 삶을 찾아 나서겠다는 간절한 열망이자,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처절한 도피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요? 가장 시급한 것은 초등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입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을 넘어 토론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탐색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배움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인형을 만드는 일괄적 교육은 더 이상 미래의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스스로 껍질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 애들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며 함부로 탓하기 전에, 잔뜩 병들어버린 이 사회의 진짜 원인을 직시하고 함께 고쳐나가려는 어른들의 치열한 반성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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