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서점- 샵 메이커즈

by 오박사

8. 19 ~ 20일 이틀간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4시쯤 끝나기 때문에 이틀 중 하루는 독립서점을 다녀와도 되겠구나 싶었고 20일 가기로 맘먹었다. 연산동에 있는 '카프카의 밤'이라는 서점이 강하게 끌렸는데 갑자기 아들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부산대 근처로 장소를 변경했다. 부산대 쪽이 볼 것과 먹거리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교육을 마치자마자 아들과 함께 장전동에 위치한 '샵 메이커즈'라는 서점을 찾아 나섰다.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가며 장전역에 도착했고 1번 출구로 나와 부산대 방면 쪽으로 걸어갔다. 약도에는 3번 출구로 나오라고 되어있지만 1번 출구가 더 가까워 보였다.

'샵 메이커즈'는 장전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처음 '샵 메이커즈'를 보았을 때는 순간 당황했다.

샵 메이커즈 옆모습

내부가 정돈되지 않아 보이고 불이 꺼져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허탕 치는 것인가?' 하고 실망하려던 찰나 샵 메이커즈의 입구를 찾았다.

샵 메이커즈 입구

옆에서 보는 모습과는 정반대로 밝고 깔끔한 실내가 보였다.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불빛에 반짝이며 잘 찾아왔다고 환영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안도감을 안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체적인 내부의 분위기는 독립서점보다는 아기자기한 카페 같았다.

내부 첫 이미지

문을 열자 상큼한 향이 콧속으로 확 밀려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우와 향이 참 좋다"라고 말했다. 사장님이 인사를 하며 우리를 반겼고 나는 독립서점 투어 중이라고 말하며 스탬프를 찍어줄 수 있냐고 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미안해하며 "죄송한데 여기는 스탬프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런 분들이 몇 분 오셨었는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이 서점에서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여긴 대부분 독립작가들이 쓴 책을 파는 곳이고 특별히 대표적인 것은 없다고 했다.

독립작가들의 신간도서

그리곤 서점 중앙 매대를 가리키며 "여기에 독립작가들의 신간 도서가 모여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녀석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가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어딘가에 붙여져 있던 쪽지들을 발견했다. 그 쪽지에는 독립작가들의 감사 인사말들이 적혀 있었다. 이 서점에서 자신들의 책을 판매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독립작가들의 쪽지

쪽지들을 읽으면서 새삼 독립서점 투어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일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흐뭇함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책이 아닌 다른 물건을 찾았다. 알고 보니 '샵 메이커즈'는 리퓨저, 방향제, 굿즈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서 책과 함께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제야 서점의 이름에 대한 궁그증이 풀렸다. 서점 내부에 다른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은 물건을 제작하는 작업 공간 같았다. 솔직히 '샵 메이커즈'는 서점보다는 아트샵 같은 분위기가 더 강해 보였지만 묘하게 책들과 잘 어울렸다.

독립출판물이 많아서 책을 고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녀석들을 발견했다.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만든 작고 아담한 책들이었다. 같은 작가의 책들로 작은 소책자가 6권 정도 있었는데 제목이 모두 달랐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두 권 골랐다. "우리는 사랑을 사랑해", "생각이 방 안을 돌아다녀"가 그 녀석들이다. 다른 이들도 그 제목이 끌렸었는지 그 두 권의 책은 샘플만 남고 다 팔렸다고 했다. 그 녀석들이 꼭 갖고 싶어 샘플이라도 괜찮다고 했더니 천 원을 깎아주셨다. 득템을 한 기분이다.

내가 선택한 녀석들

사진으로는 커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 만한 크기다. 그렇게 두 녀석을 손에 들고 기분 좋게 세 번째 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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