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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17. 2019

참 체면 없는 사람

나는 가끔 그녀에게 상처 주며 살았지만 반대로 어떻게든 상처 주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어린 시절 반찬 투정부터 시작한 화는 친구들 부모와의 비교까지 솟구쳐 엄마를 무능력하게 했다.


그럼에도 화가 나서 토라져 있을 때도 말을 먼저 걸어오는 쪽은 엄마였다. 싸늘한 감정선에 미묘한 긴장이 흘러도 식탁 위에 밥만은 꼭 차려 올리며 배고픔을 염려하던 사람.


속이 상했으면서도 어쩌자고 자식 앞에서만은 체면이 저토록 없었을까.


따뜻한 밥을 먹다 울컥 미안함이 차오른다.

세상에 태어나 하루 종일 울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그만 울게 하려 했던 사람 때문에.

좋은 것만을 위해서

늘 나를 향한 마음이 먼저인 그 어느 체면 없는 사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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