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이제 지겹지? ㅠ 그럴 때도 되었지 뭐…”
아내는 방광염이 점점 심해지더니 소변주머니를 착용한 채로도 옆으로 소변이 새어나와 속옷과 환자복 바지까지 젖어 있었습니다. 간단히 소독을 하고 옷을 갈아 입히며 나도 모르게 한숨과 이런 저런 걱정에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듣던 아내가 한 말입니다.
요근래 점점 소변에 찌꺼기가 많아져 자주 소변줄이 막혀 밤 1시에도 나를 깨워 비상조치를 하곤 잠을 자곤 했습니다. 이전에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그렇게 잦아지던 방솽염은 끝내 결석으로 신우신염으로 수술을하고 나중에는 쓸개까지 잘라내야했습니다.
확실이 몸의 여기저기 취약해진 증상들이 돌아가며 나타납니다. 목의 연하근육도 약해져 자주 사레가 걸리고 역류성식도염으로 목이 아파 애를 먹습니다. 귀의 염증은 마를날 없이 핏덩이가 생기고 눈이 아파서 종종 의안을 빼고 소독후 쉽니다.
아내를 돌보는 내 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 이제는 날마다 씨름하는 변과의 싸움도 벅차고 주마다 해주는 목욕은 큰 산을 넘는 듯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미리 하루 이틀전부터 컨디션 관리를 하고 당일날은 먹는 것도 신경써야합니다. 배가 불러도 고파도 목욕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정작 좁은 욕실에서 내가 하는 고생은 목록에도 못 들어갑니다.
18년, 어느새 내가 아내를 목욕시키며 산지도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이 되어갑니다. 40대 끝무렵 시작된 간병이 70대가 내일 모레입니다. 세상에 아내를 이렇게 많이 목욕시켜주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한 건 아니지만 효부가 다 된 것 같아 이상하기도 합니다.
노을이 붉게 타며 산을 넘어가는 중입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15층 꼭대기고 복도 끝 비상구 문을 열고 나서면 비상계단이 나오는데 그 코너가 내가 종종 노을을 바라보는 쉼터입니다. 높아서 시야가 가리지 않고 산 위의 태양이 넘어가는 과정과 구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색감을 혼자 누립니다. 정말 필요한 장소이고 시간입니다. 오늘도 변합없이…
문득 시야 아래로 소나무 위에 앉은 까치 두어마리가 보입니다. 저녁이 되니 쉬나봅니다. 더 아래로는 일터나 볼일을 마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듯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녁이 되면 다들 돌아옵니다. 더 멀리로는 아직 어둠이 다 채우지 않은 우리마을이 보입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마을. 우리가 여행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갈 때 천국도 저랬으면 좋겠습니다.